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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인(人)최초의 한의사 보건소장, 의료공백을 메우다

박중현 / 속초시보건소 소장

보건소는 지역 주민의 든든한 건강 버팀목이다. 하지만 공중보건의의 수도권 쏠림과 의료계의 다양한 문제로 지방 보건소에는 인력난이 심각하다. 보건소장직이 오랫동안 공석인 경우도 많아 지역 의료체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보건법 개정안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며 보건소장 자격이 확대되었다. 한의사 최초로 보건소장이 된 박중현 속초시보건소장을 만났다.

Q

<건강한>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속초시보건소 소장 박중현입니다. 저는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속초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벤처회사에서 근무했었죠. 그러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한의사라는 제2의 인생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10여 년 만에 수능을 다시 보고 상지대학교 한의학과에 수석 입학했습니다. 한의대를 졸업한 후에는 부원장으로서 1년간 진료를 보다가 경기도 용인에 한의원을 개원했습니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익숙한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자 속초로 돌아왔습니다. 고향에 돌아와서는 대학원에 입학해 한방재활의학 석사학위를 받았어요. 속초에서 다시 개원의로서 열심히 환자를 보던 중에 속초시의 보건소장 공개채용 소식을 접하고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Q

‘한의사’로 진로를 변경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A

어린 시절 친한 친구의 아버지가 한의사였어요. 덕분에 한의사라는 직업이 저에게는 친숙하게 남아 있었죠. 사실 전자공학과로 진학을 선택하기 전 한의대와 의대 진학을 고민했었어요. 당시에는 전자공학과에 좀 더 흥미를 느껴 선택하게 되었지만, 막상 회사 생활을 해보니 저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다시 제2의 인생을 그리게 된 거죠. 한의대와 의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의대보다 교육과정이 좀 더 짧고 장학금을 주는 한의대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지역보건법 개정안으로 한의사도 보건소장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A

지역보건법 개정안은 한의계와 지역사회에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보건소장 자격이 의사로만 한정되어 있었지만, 이제 직역이 확대되면서 능력 있는 더 많은 인재들이 보건소장이 되어 지역사회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의사의 경우 예방의학 및 기타 의학 과목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절하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의사협회와 교육기관 등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한의사에 대한 평가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한의대의 교육 수준이 더욱 향상되고 홍보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또한 보건소장 자격의 확대로 한의약에 대한 신뢰와 인지도가 한층 높아지길 기대합니다.

Q

보건소장이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처음 보건소장 공개채용 소식을 접했을 때는 많이 망설였습니다. 보건소장직을 맡는다는 것이 새로운 도전이잖아요. 하지만 새로운 영역에서 기존에 해왔던 일과 다른 일을 하면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이를 극복하며 일하다 보면 저의 역량을 키울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속초시에서 오랫동안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의료환경에 대한 이해가 높기에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죠. 그래서 보건소장 공개채용에 지원했습니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보건소장으로 임명받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는데요, 보건소장으로서 지역사회의 건강증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협력과 이해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협력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는 대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 같은데요, 목표가 바르고 그것을 잘 설명한다면 협력을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신임 속초시보건소장 임용장을 수여 받는 박중현 보건소장
Q

현재 관심이 있거나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A

현재 속초시보건소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속초시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입니다. 속초시 공공산후조리원은 속초시의 출산율 증가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공공의료 지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 지역민들이 활용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은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입니다.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은 보건복지부의 사업으로, 전국 12개 시군구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의 방문 진료 시범사업과 연계되어 진행되는 사업이죠. 제가 이 사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일차의료기관인 한의원의 참여가 가능하고 수가도 책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지금, 한의 방문 진료는 환자분에게는 생애 말기까지 건강을 책임져 줄 수 있고, 한의원은 진료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새로운 사업이 정착과 홍보에 어려움을 겪듯 일차의료 한의 방문 진료 시범사업도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아쉬움이 큽니다. 대한한의사협회 중앙회 보험정책팀(02-2657-5083)에 문의하시거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일차의료 한의 방문 진료 수가 시범사업을 검색하시면 신청 방법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경로당에 방문한 박중현 소장
Q

지역보건법 개정으로 한의사와 간호사도 보건소장으로 임명할 수 있게 되었지만, 보건소의 의료공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A

지역보건법 개정이 의료공백 해소에 기여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공백이 생기는 이유는 급여 문제와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분야의 직역을 보건소장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다양한 직역의 보건소장들이 각 분야에서 협력하면 지역사회 건강증진이 목표인 보건소의 역할도 잘 수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보건소장의 부재로 불안감을 느꼈던 직원들에게도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Q

보건소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협력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학적인 지식은 한의사라면 크게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Q

앞으로 목표와 계획은 무엇인가요?

A

보건소 직원들과 다른 보건소장님들의 마음가짐처럼 지역 주민들이 더욱 건강해지기를 바랍니다. 저는 바뀐 지역보건의료법에 의해 임용된 첫 한의사 보건소장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임용된 전라북도 익산시의 이진윤 보건소장님, 강원 화천군의 이재성 보건의료원장님이 계시는데요, 그분들의 인터뷰를 읽고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보건소를 큰 문제 없이, 또는 더 훌륭하게 이끌어 나가서 지역사회 건강증진을 한층 더 높이고, 한의계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건강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A

한의사 보건소장 임명은 개인적으로는 저의 능력을 다른 방면으로 발휘할 기회를 얻은 것이고, 한의계에서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 같아 기쁩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속초 시민분들과 한의계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며 잘 해결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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