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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인(人)최상의 경기력, 한의약 치료에서

장세인 / 대한스포츠한의학회 회장·바른한의원 원장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보여준 국가대표 선수의 맹활약은 우리를 울고 웃게 했으며 무더위도 날려 버렸다. 특히 배드민턴 국가대표인 안세영 선수는 부상을 딛고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눈부신 성과 뒤에는 장세인 대한스포츠한의학회 회장의 노고가 숨어있다. 한의약을 통해 선수들의 건강 상태와 치료를 책임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대한스포츠한의학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대한스포츠한의학회는 대한한의학회 산하 단체입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참여하는 선수들을 위한 치료 봉사를 위해 1984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깊은 학회로,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선수촌 내에 한의 진료실을 설치하고 운영했었어요. 올림픽에서 최초로 한의 진료실이 설치된 건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 때였습니다. 당시 한의 진료실이 국내·외 관계자 모두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전 세계적으로 한의약이 주목받았었죠. 이 덕에 2020 도쿄 패럴림픽과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도 한의사를 파견하여 국가대표 선수들의 부상을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Q

운동선수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학회에서는 한의사들에게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요?

A

대한스포츠한의학회에서는 팀닥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회에 속한 한의사들이 근골격계 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도핑이나 스포츠 생리학과 같은 이론적 배경부터 약침, 추나 등 여러 술기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2007년부터 팀닥터 프로그램의 진행 업무를 맡았고 강의는 2012년부터 참여했었는데요, 프로그램 내용은 매년 조금씩 바뀝니다.

교육은 근골격계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있어 어떻게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평가하고 진료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부족했던 교육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시간상의 제약으로 다루기 어려웠던 내용, 새로운 동향 등을 주제로 보수 교육 세미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국제 의료 지원 활동 경험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A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장애인 아시안게임, 대만에서 열린 남자 AVC 배구대회와 2019년 이란에서 열린 아시아 남자 배구선수권 대회, 2020년 중국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남자 배구 최종 선발 대회, 2022년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 올림픽, 2023년 영국에서 열린 세계 시각 장애인 선수권 대회, 올해 브라질 여자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Volleyball Nations League) 등에 참가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파리 올림픽에 다녀왔습니다.

2023 세계시각장애인선수권 대회에서 한의 치료를 하는 모습
Q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안세영 선수의 전담 주치의로 활동해 큰 주목을 받으셨는데요, 안세영 선수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A

안세영 선수는 지난해 10월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오른쪽 무릎 슬개건에 부상을 입었어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부터 알고 지낸 삼성 배드민턴단 소속 트레이너 선생님이 치료를 위해 안세영 선수를 데리고 한의원을 찾아왔습니다. 이를 계기로 인연이 이어지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삼성 트레이닝 센터나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안세영 선수의 부상을 치료해 왔죠. 안세영 선수의 건강 상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전담 주치의를 맡게 되었습니다.

파리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안세영 선수와 장세인 원장
Q

파리 올림픽 당시 안세영 선수의 부상은 어떻게 치료하셨나요?

A

파리 올림픽 당시에 먼저 출국한 안세영 선수가 발목 부상을 당해 걷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사이드스텝을 밟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발목의 외측 복숭아뼈 뒤 쪽의 비골근건 부위의 손상이 있겠다고 예상만 한 채 뒤이어 출국하게 되었습니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안세영 선수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외측 복숭아뼈 뒤쪽으로 비골근건 부위를 따라 붓기가 아직 남아 있었어요. 테이핑을 하면 앞뒤로는 보행할 수 있었지만, 옆쪽으로의 움직임은 전혀 안 되는 상태였죠. 근육의 긴장과 비골근건의 손상으로 고관절의 가동성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를 회복시켜 발목 움직임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추나 치료를 진행했어요. 또, 직접 손상을 입은 비골근건 부위에 침 치료와 도침 치료를 진행해 부종과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힐 수 있도록 했습니다. 치료 이틀 차에는 발목의 부종 상태나 가동성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28일 첫 예선 시합까지 충분히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8강, 4강, 결승전에서도 침 치료와 추나 치료를 꾸준히 시행해 왔습니다.

삼성트레이닝 센터에서 안세영 선수를 치료하고 있는 장세인 원장
Q

꾸준히 관리해 왔던 안세영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A

저는 8강전에서 안세영 선수의 라이벌이자 유력 금메달 후보인 천위페이 선수가 지는 것을 보고 큰 걱정을 덜기는 했었지만, 안세영 선수는 자신도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다면서 마음을 놓지 않더군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무조건 금메달 딸 수 있다, 이제 금메달 90%다, 95%다."라고 계속해서 얘기해주면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했어요. 또 8강전과 4강전 모두 첫 세트에서 안세영 선수의 몸이 빨리 풀리지 않는 모습이 보였어요. 안세영 선수에게 시합 전에 다른 곳에 가서 한 게임 뛰고 들어가면 어떻겠냐고 조언하기도 했어요. 다행히도 결승에서 첫 세트를 가져와 이후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었습니다.

안세영 선수가 금메달을 따 큰 감회가 있었다기보다는 고맙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걷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하루도 안 쉬고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은데 계속해서 저를 믿고 따라와 주면서 치료를 받아준 안세영 선수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안세영 선수뿐만 아니라 대회 기간 내내 같이 치료를 받아 온 서승재, 김원호 선수에게도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Q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펠프스 선수의 부항 자국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해외 선수들의 한의약 치료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만난 선수들의 한의약 치료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A

처음에는 한의약 치료가 무서워 거부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럴 때는 공격적인 치료보다 부드러운 치료로 시작합니다. 근육이나 근막에 대한 추나 치료를 통해 즉각적으로 움직임이 개선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줘요. 바로 효과를 보고 난 후에는 조금만 아파도 한의약 치료를 받기 위해 오거나 다른 선수들까지 데리고 옵니다. 이러한 비침습적인 방법과 빠른 효과 외에도 도핑에도 안전하다는 점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오랜 시간 선수들을 치료하며 생긴 원장님만의 치료 노하우나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염좌나 타박상 등과 같은 스포츠 손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정리'라고 생각합니다. 선수가 상해를 입었을 경우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습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수술을 언제 해야 하는지, 수술하지 않는다면 치료 기간을 며칠 정도 할지, 복귀 시점까지도 생각해야 하죠.

수년간 선수들을 치료하며 이러한 교통정리에 능숙해졌습니다. 치료의 빈도와 선수의 회복 기간 등 필요한 것들에 대해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저만의 노하우가 생긴 거죠.

Q

국제 의료 지원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당연히 선수들이 고맙다고 할 때가 가장 보람찹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안세영 선수만 치료한 것이 아니라 허리 부상을 입은 서승재 선수와 무릎 부상을 입은 김원호 선수도 치료했었습니다. 두 선수는 4강에서 만나 치열한 경기를 펼쳤는데요, 김원호 선수는 마지막 세트 경기에서 구토까지 할 정도로 온 힘을 쏟아부었어요. 양 선수 모두 최고의 명경기를 보여줬습니다. 이후 3, 4위전에서 아쉽게도 진 서승재 선수에게 '치료를 제대로 못해줘서 메달을 못 따게 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더라고요. 경기 다음 날 서승재 선수에게서 치료해주셔서 고맙다는 장문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본인도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었을 상황에서 그런 연락을 받으니 더없는 보람으로 느껴졌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A

대한스포츠한의학회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치료를 위해 노력해 왔어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한의사들에게 전달하고 있죠. 팀닥터 프로그램이나 의료 지원 스태프로 스포츠 행사에 참여할 때면 늘 '우리는 무대가 아닌 백스테이지에 있어야만 한다.'라는 격언을 다짐하곤 합니다. 이번에 안세영 선수의 한의 치료를 맡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운이 좋게도 많은 분께 대한스포츠한의학회에 대해 알릴 수 있었습니다. 이에 힘입어 앞으로도 대한스포츠한의학회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스포츠 한의학 교과서 발간은 물론 현재 발행하고 있는 스포츠한의학회지가 등재 후보지1)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1)어떤 기관에서 내용의 필요성이나 우수성을 인정하기 전 단계에 있는 학술지나 잡지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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