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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인(人)한약재 활용, 당뇨와 비만 치료제 개발

장형진 / (주)파나큐라 대표이사·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약이 비과학적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다. ㈜파나큐라는 첨단 기술과 연구를 통해 한의 의료기기와 신약을 개발하며 한의약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파나큐라의 대표이사이자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장형진 대표를 만나 천연물신약과 의료기기 개발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주)파나큐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파나큐라(PanaCura)는 라틴어로 ‘모든 질병을 치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한의약의 과학화를 위해 한약재의 생화학적 연구를 30년 동안 해왔어요. 그러던 중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국민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파나큐라를 설립했습니다. 현재 파나큐라는 신약개발부, 건강기능부, 의료기기부 3개의 사업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약 알레르기 진단키트를 선보였으며, 현재는 허혈성 뇌경색 예방제인 ‘청혈단(HH333)’ 같은 천연물 의약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Q

(주)파나큐라 설립 전 미국에서 다양한 연구를 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A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5년 동안 연구했으며, 메릴랜드 대학에서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미 환경부에서도 2년간 근무했습니다. 당시 주요 연구 분야는 노화, 비만, 당뇨였으며 바이오칩으로 알려진 DNA 마이크로어레이 즉, 작은 DNA 조각들을 고체 표면에 집적해 유전체를 분석하는 연구에도 참여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런 경험들이 한의약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이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다양한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한약재를 활용해 비만과 당뇨 치료의 원리를 규명한 것입니다. 음식을 섭취하면 장에 있는 내분비세포가 자극을 받아 ‘GLP-1’1)이라는 내분비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이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췌장 내 베타세포를 증식시키는 등 제2형 당뇨병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로 각광받는 약물의 핵심 원리로 작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특이한 점은 맛을 인지하는 혀의 미각 수용체에도 내분비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라는 옛말에서 착안해 당뇨 치료에 쓰이는 한약재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차갑고 쓴 성질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기존 주사형 약물인 ‘삭센다’보다 안전하며 경구 투여가 가능한 한약재 기반 당뇨·비만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Q

허혈성 뇌경색 예방제 ‘청혈단(HH333)’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청혈단은 원래 경희대 한방순환기내과의 교수님들이 개발한 약제입니다. 항고지혈증과 항이상지질혈증, 항동맥경화, 신경세포 보호 등에 효과가 있어 중풍 및 뇌졸중 재발 방지에 사용되었습니다. 중풍에 대한 예방제가 없는 상황에서 20년 동안 한방병원에서 사용될 만큼 좋은 약이지만 경희대 한방병원에서만 사용하고 있었죠. 청혈단을 상용화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의 임상 연구과제를 수주하여 진행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연구에서 경희대 한방병원에 찾아온 1차 중풍 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2년 동안 추적한 결과, 양약만 복용한 그룹에서는 17명이 2차 중풍이 재발했지만 양약과 청혈단을 함께 복용한 그룹에서는 3명만 재발했습니다. 또한 양약과 청혈단을 함께 먹은 그룹은 5년 뒤에도 전체 12명의 환자만이 재발하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청혈단은 올해 1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자임상시험 2상 IND 승인을 받았습니다. 지난 10월에는 한국한의약진흥원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사 비처방 일반의약품(OTC),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NDC Code를 등록했습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출용 의약품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미국 수출계약도 체결한 상태입니다.

Q

한약 알레르기 진단키트로 지난해 한국한의약진흥원의 ‘한의약 신제품·신기술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으셨어요.

A

한약 알레르기 진단키트는 2013년 청혈단을 함께 개발했던 정우상 교수와 만들었습니다. 한약도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한약 알레르기에 대한 인식이 낮아 별도의 진단 검사가 없었어요. 한의 치료를 받기 전 검사를 통해 예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2016년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으며 세계 최초로 한약 알레르기 진단키트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한약 알레르기 진단키트는 봉독, 행인, 회향, 녹용, 인삼, 청기 등의 한약재뿐만 아니라 식품이나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등의 알레르기 검사도 가능합니다. 또한 올해 7월에 바이오 기업인 디엑스앤브이엑스와 봉독 또는 녹용에 대한 신속항원키트의 공동 개발 및 공급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한약 알레르기 진단키트의 상용화는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상용화를 하기 전 우선 임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임상 연구는 한국한의약진흥원의 도움을 받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한의약의 과학화를 위해 어떤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한의약계에 전반적으로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약재는 재배 환경과 수확 시기에 따라 효능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표준화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국민이 한약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약재의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한의약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져 한의약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Q

의약 분야에 첨단 진단 기기 도입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앞으로의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A

첨단 진단 기기의 도입은 한의약의 진단과 치료의 과학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부터 한의사들이 초음파 진단기기, 혈액 및 소변 검사기 등 현대 의료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특히 지난 6월,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하면서 첨단 기술을 활용한 한의학적 진단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한의사는 보다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한의약의 신뢰도와 효과를 높이고, 환자들이 한의 치료를 더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현대 과학 기술과 한의약의 융합은 한의약계가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A

현재는 청혈단이 국내외 의약품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드는 2030년쯤에는 국민 모두가 청혈단을 복용하며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30년 동안 연구하면서 10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아직도 개발하고 싶고 연구하고 싶은 것들이 무궁무진합니다. 그중 제 전공인 비만 치료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건강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A

국민들이 부담 없이 한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전하고 효과 좋은 약을 지속해서 개발해 나겠습니다. 앞으로도 한의약계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1)음식물을 먹으면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 촉진, 췌장 내 베타세포 증식 등의 작용을 하며 제2형 당뇨병 치료제와 현재 비만 치료제로 각광을 받는 마운자로, 오젬픽의 원래 물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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