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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한의약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효율성 높이려면 공공기관이 운영해야

김종윤 / 담양군보건소 한의과 공중보건의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노인의 ‘자기 결정권’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자기 결정권이란 노후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몸이 온전치 않으면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요양시설에 입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환자 대부분은 자신의 집에서 치료받기를 원한다. 이런 환자의 바람을 충족시키는 것이 방문 진료다. 한의약 방문 진료로 환자의 몸 건강 상태를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도 세밀히 살피고 있는 김종윤 공중보건의사를 만나보았다.

익숙한 환경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담양군보건소는 2024년 2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2차 시범사업 기관으로 지정되었다. 김종윤 공중보건의사는 시작 단계인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거나 명예를 얻는 사람이 되길 바랐던 김종윤 공중보건의사는 한의대를 졸업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공중보건의사에 지원했다. 그리고 지난 4월부터 공중보건의사로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담양군의 핵심 정책 중 ‘향촌복지’가 있어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의 목표인 ‘지역사회 계속 거주 지원(Aging in Place)’과도 맥을 같이하죠. 지역민 모두가 고향에서 편안하고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저희 센터의 경우 연 40회 정도 경로당 순회 진료와 월 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방문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담양군은 전국 시군구 중 노인 인구가 네 번째로 많은 도시로, 담양군의 노인 인구는 전체 군민의 33%를 차지한다. 이 중 35%가 독거노인이다. 의료 환경이 취약한 편은 아니지만, 병원 대부분이 도심에 몰려있다. 게다가 주로 2층에 있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지역에 의료기관 수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환자가 쉽게 접근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을 찾아가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한 어르신들에게 방문 진료는 유일한 희망입니다. 이동이 간편한 도구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에 참여할수록 한의약이 방문 진료에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몸과 마음, 거주 환경 개선을 총망라한 방문 진료

방문 진료를 위해 보건소를 나서는 김종윤 공중보건의사를 뒤따르니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은 한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함께 환자의 집에 방문한 후 포괄 평가 및 돌봄 계획을 수립한다. 세 사람을 따라 도착한 곳은 도심 속이지만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물 앞이었다.

"방문 진료 대상 환자들의 대부분이 8평 정도 되는 주공아파트나 낡은 주택에 거주하십니다. 연령대는 대개 70~80대이고 장기요양 3, 4등급 판정을 받으신 분들입니다."

환자의 집은 가파른 계단 위에 있었다. 세 사람은 이 계단을 오르내릴 어르신의 안전을 염려했다. 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환자보다 인사하는 소리가 먼저 반겼다. 첫 번째 환자는 방문 진료 8회차로 고혈압 등의 기저 질환이 있으며 허리 통증이 있어 치료를 받고 있다.

"어머니, 저희 왔어요, 옷이 얇은 것 같은데 안 추우세요?"

인사를 건넨 후 간호사는 능숙하게 체온 측정과 혈압, 혈당 등 기초 검사를 진행했다. 김종윤 공중보건의사는 환자의 높은 혈압에 병원 방문 날짜와 혈압약 처방 및 복용 등 환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오늘은 좀 어떠세요?"
"오른팔이 잘 안 돌아가요. 팔이 하도 아파서 파스를 붙였는데 혈액 순환이 안 되는지 붓고 아파요."

김종윤 공중보건의사가 환자의 아픈 부위에 침을 놓는 동안 환자는 병원 진료의 고충과 불면증, 건망증 등 일상에서 겪었던 일들을 하염없이 털어놓는다. 그런 환자의 모습이 익숙한 듯 김종윤 공중보건의사는 치료를 진행하면서도 나직한 목소리로 환자의 말에 호응했다.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사회복지사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환자의 집을 꼼꼼히 살폈다.

방문 진료를 받기 전에는 방의 한쪽 벽이 벗겨져 도배가 시급한 상태였다. 복지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 도배를 지원했다. 환자는 방문 진료 덕에 아픈 몸도 점점 좋아지고 방에 도배를 새로 해주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게 되었다며 들뜬 모습으로 이야기했다.

보건소 같은 공공기관이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를 운영할 경우 기관 내 다양한 팀이나 외부 기관과의 연계가 일반 기관보다 원활하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다. 그렇기에 김종윤 공중보건의사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는 공공기관이 참여하기 좋은 한의약 건강돌봄사업’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치료를 넘어 정을 쌓아가는 환자와 한의사

다음 환자의 집은 도심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 대신 요양보호사가 의료진을 반겨준다. 이번 환자는 허리와 팔 통증을 호전시키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마음을 돌보며 건강한 라포(rapport)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환자분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방문 진료 2개월 전에 진행하는 통증 척도 평가(VAS, NRS)와 노인우울 척도검사(GDS-SF), 인지선별검사(CIST)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모두 거부하셨죠. 우선 환자와 마음의 간격을 좁히는 데 집중했습니다. 처음엔 간단한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경청하며 적당한 스킨십으로 친밀감을 형성하려 노력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환자분도 마음을 열기 시작하셨어요. 이제는 제가 방문하는 날만 기다리신다며 반갑게 맞아 주시고, 검사도 잘 응해주십니다. 환자분과 이렇게 라포(rapport)가 형성되면서 치료 효과도 더 좋아졌고, 저 역시 큰 보람을 느낍니다."

김종윤 공중보건의사는 방문 진료 환자의 대부분이 독거노인이라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함께 돌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86세 독거노인 환자의 사례를 들었다. 큰아들이 사망한 이후 심한 우울감과 무기력에 시달리던 노인은 입맛이 없다며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게다가 요양보호사의 업무 태만으로 집안은 정리되어 있지 않았고 난방설비도 갖추지 못했다. 김종윤 공중보건의사는 통증 덜어주는 것 이상으로 환자를 위해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았다. 간호사는 건강 기초 검사와 함께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사회복지사는 복지과에 급식 지원이나 푸드뱅크 지원 등의 복지 서비스를 알아보기 위해 애썼다. 또한, 보건소의 정신보건팀에 연계하여 노인의 정서 건강을 관리하였고 그러자 점차 정서적인 안정감도 되찾아 갔다고 한다.

방문 진료로 한의약 인식개선에 앞장

현재 담양군 보건소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에 등록된 환자는 모두 27명이다. 의료인은 의사 9명, 한의사 6명이 등록되어 있지만, 양의계 파업으로 인해 파견되는 공중보건의사 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경로당 방문 진료까지 더해지면서 업무량이 두 배로 늘어났다.

"업무량과 열악한 의료 환경에 당연히 힘들 때도 있습니다. 환자분들에게 보여지는 저의 태도는 저에 대한 판단뿐만 아니라 한의사와 한의약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한의약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수 있도록 열심히 방문 진료에 임하고 있습니다."

김종윤 공중보건의사는 한의약 건강돌봄사업은 함께 살아가는 국민에게 한의약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너무나도 좋은 기회라며 한의약에 대한 낮은 이용 경험과 좋지 않은 인식으로 사업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토로한다.

"한의약 건강돌봄사업과 한의계의 의권(醫權)이 확장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또한 지면을 빌려 함께 한의계 발전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한의계 종사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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