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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몰고 온 공포, 그 속으로 달려가다
2025년 봄, 경북 안동의 하늘은 연기로 가득했다. 산불은 빠르게 번졌고, 사람들은 도심까지 확산될까 불안에 떨었다. 그 가운데 한의사 김봉현 원장은 망설이지 않고 현장으로 향했다. 이웃이자 지역민인 이들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날 체육관에 들어서는 순간, 전쟁 같다는 말이 실감났어요. 연기에 휩싸인 체육관 안, 백여 명의 이재민들이 얇은 이불 하나에 의지해 모여 있는 모습은 너무도 참담했습니다.

이웃의 고통 앞에 선 한의사
산불 현장의 상황을 확인한 다음 날인 3월 27일 아침, 김원장은 곧바로 한의진료소 설치를 추진했고 마침 비어 있던 체육관의 내빈 접견실을 확보해 가장 먼저 한의진료소를 열었다. 경북한의사회 임원들과 함께 현장진료에 나선 김원장은 침, 약침, 한방파스, 쌍화탕 등 다양한 한의약 처치로 이재민을 살폈다.
당시 실내 체육관에 모인 이재민들은 불안과 공포, 익숙하지 않은 대피소 생활에 심리적으로 크게 지쳐 있었다. 특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두통과 불면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고 연기를 많이 마셔서 눈이 따갑고 목이 아프고 호흡이 어려운 사람들도 있었다.
몸이 아픈 것도 문제였지만, 누구 하나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다독여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게 더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분들의 손을 잡고 침을 놓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그날의 장면들
대피소에서 마주한 익숙한 얼굴들. 며칠 전까지 한의원에 오던 환자가 울먹이며 다가와 원장님, 우리 집 다 탔어요.라고 말하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는 김원장은 집을 지어드릴 순 없지만, 아픈 몸은 제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또 현장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산불 속에서 이웃 어르신 두 분을 구조하다 허리를 다쳤다. 김 원장은 그분의 통증을 치료하며 자기 몸보다 이웃을 먼저 챙긴 그 마음이 더 고마웠다고 말한다.
재난 현장에서는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이들을 만나는 일이 많다. 진료가 단순한 처방이 아니라 위로이자 공감이 되는 순간들이었다.

구석구석 찾아간 방문진료
이번 봉사에서 가장 특징적인 활동은 ‘게릴라식 방문진료’였다. 대규모 체육관에 모였던 이재민들은 점차 마을회관, 경로당 등 소규모 공간으로 분산되었다. 봉사단은 그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진료를 이어갔다.
한의사는 ‘가방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침과 한약, 약침만 챙기면 구석구석 찾아뵙고 치료를 할 수 있었죠. 밤 8시, 9시에 저녁 드시고 한숨 돌리실 때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던 어르신들이 우리가 와줬다는 사실만으로도 눈물을 보이시더라고요.
실제로 봉사에 참여한 한의사들이 대피소가 아닌 곳까지 직접 찾아가 환자들을 돌보는 모습은 지역 주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진료소에 가지 않아도 찾아와주는 의사가 있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되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사람을 살리는 의학’이란 무엇인가
김봉현 원장은 한의학은 사람을 살리는 의학이라 말한다. 그가 말하는 ‘살린다’는 의미는 단지 생명을 연장하는 것만이 아니다. 공포와 트라우마로 지친 이재민들에게 다가가고, 손을 내밀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든 과정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것이 진짜 ‘살리는 의술’이라는 뜻이다.
두려움과 상실감 속에서 마음을 붙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현장에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진료한 시간은, 제게도 한의사의 본분을 다시 되새기게 했습니다.

함께한 이들에게, 그리고 지역민들에게
서울, 경기, 전남, 경남 등 전국에서 한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서울특별시한의사회, 대구한의대, 개인 자격의 봉사자들까지 다양한 주체가 함께했다. 경상북도한의사회는 네이버·구글 폼을 통해 인력을 모집하고, 진료소 배치와 물품 지원, 지역별 이장과의 조율까지 맡아 봉사의 허브 역할을 담당했다.
하나의 재난을 함께 감당하는 연대였죠. 전국의 한의사들이 한마음으로 움직였습니다.
3월 27일부터 5월 20일까지 약 2개월 동안 김 원장 개인이 150여 명을 진료했고, 전국의 한의사들이 모여 6천여 명에 달하는 이재민을 진료했다. 김 원장은 이번 봉사에 동참한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봉사자들 덕분에 지역 주민들은 회복의 희망을 얻었습니다. ‘한의사’라는 이름이 이렇게 따뜻하고 든든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저도 다시 깨달았습니다. 이제 한의약이 국민 곁에서, 위기의 순간에 진짜 힘이 되는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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