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오주이 사진. 전경민
전국에 있는 대학의 학과를 소개하는 웹 예능 ‘전과자’에 경희대학교 한의학과가 소개됐다. 이 영상에서 지각생으로 잠깐 등장한 현역 치과의사 재학생인 신태봉 씨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현재 인천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며 만학도로 한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를 만나본다.
솔직히 이렇게 이슈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당시 유튜브 촬영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생각보다 촬영 규모가 컸어요. “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왔지?” 이런 느낌이었죠. 친구들이나 친척들 그리고 환자분들이 유튜브에서 봤다고 연락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원래 다양하고 새로운 걸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보철과 석박사도 하고 일본이나 영국 쪽을 다니면서 기능 교정이나 교합 관련 공부를 하다가 턱관절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경우 호흡이나 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교정장치나 교합 치료 도중에 상부 근육 증상이나 하지, 골반 쪽에 증상을 호소하는 경험도 했고요. 치과 치료를 하며 이런 부분을 직접 컨트롤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있었습니다. 턱관절 치료의 어려움에 봉착해 있을 때 친구와 미국으로 턱관절 세미나를 들으러 갔는데, 오스테오파시(정골의사)와 치과의사가 협진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정골의사에게 “침술로 같이 치료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침술이 도움이 많이 되는데 라이선스가 없어서 정골치료만 한다”고 대답하더군요. 저도 한국에서 정골의학을 조금 배웠지만, 결국 이걸 제대로 하려면 한의사 면허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의사는 근막을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는 추나 치료를 할 수 있어서 자세 교정에 직접 관여할 수 있으니까요. 또 제가 어깨가 아플 때 직접 침을 맞아보면서 즉시 통증이 없어지는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에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의사, 치과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교차전형으로 입학했습니다. 토익 공부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생물과 화학은 인강으로 시험 준비를 했는데 의사들과 경쟁하는 시험이라 동점 정도만 맞자는 게 목표였고, 면접이 당락을 가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원 동기가 명확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봤습니다.
사실 많이 힘들긴 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딱 3배 정도 힘든 것 같아요. 병원은 원장이 없으면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동시에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하는 존재인데, 병원에서 일하는 시간만큼 구멍이 납니다. 특히 본과 1학년 때는 한자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큰 캔버스지에 한글로 써서 외우고 한자 버전을 나중에 입히는 방법으로 공부했습니다. 아이패드에 필기하고 공부하는 시대에 시험 기간 내내 석기시대 문물 같은 것을 들고 다니는 저를 보고 학생들이 이상하게 여겼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뒤늦게 한의대에 들어온 것을 운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원해서 입학했고, 모르던 분야를 경험할 수 있고, 두통이 올 때나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제 몸에다 침을 놓고 한약을 먹으면 바로 회복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무척 좋습니다.
치의학은 흔히 Art & Science로 표현되며 동시에 치석을 제거하고 치아를 뺀다거나 임플란트를 심는다거나 잇몸을 이식하는 등 외과적 과정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원래 구조로 회복시키거나 심미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심미적 안목과 손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상하 좌우의 균형에 있어서 메카닉(Mechanic)적인 구조역학을 중시합니다. 이에 반해 한의학은 맥진이나 복진에서 섬세함이 필요하고 침을 놓는 과정에서 득기감이나 직관력이 중요한 Emotion & Science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나 치료를 한다거나 직접적으로 근육을 만지고 미세한 경혈점을 찾거나 환자 질환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초음파 유도 하의 침술이나 약침요법들을 보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두 학문의 공통점은 결국 자기가 아는 것을 손으로 구현해내야 하므로 지식을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적으로 술기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의대를 졸업하면 대학원에 입학하고 학회에도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임상 공부를 할 거예요. 가장 큰 계획은 턱관절 질환에 대한 공부와 어린이 교정과 한방 이비인후과적 공부를 통해 치의학과 한의학의 접점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경근이완약침 세미나를 다녀왔고, 한방레이저학회 세미나도 참여할 계획이에요. 방학 때는 도침학회 세미나도 가고 공간척추도인학회 교수님 진료도 참관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원대한 계획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게 필요한 시기입니다.
공부하기 전에 먼저 한의약적 치료를 직접 받아보실 것을 권유드립니다. 저도 처음에 오른쪽 어깨가 아픈데 손과 발에만 침을 놓는데도 어깨가 아프지 않는 것을 경험하고 신기했습니다. 그런 과정이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고 깊은 욕망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우리는 내적 동기가 충만해질 때 행동하게 됩니다.
본과 2학년인 제가 의견을 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이 잘 추진되길 바랍니다. 한약이 보험이 돼서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으면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한약을 많이 먹었고, 그 덕분인지 잔병치레를 거의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해법에 있어서 한약을 먼저 떠올리지 않습니다. 스케일링이나 임플란트 보험화가 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을 보면 한약이 보험체계에 편입이 되면 감기나 이비인후과적 질환 환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나이 많은 만학도로서 여러 교수님들께 감사드리고 특이한 사람과 한 교실에서 생활하는 동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