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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인(人)고품질 약용 작물을 공장에서 대량 생산!
권미진 / 애그유니(AGUNI) 대표
의약품, 식품,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고 있는 약용 작물은 고부가가치 작물로 불린다. 최근 천연물 수요가 증가하면서 약용 작물의 중요성도 더욱 부각되고 있다. 애그테크1) 기업인 애그유니(AGUNI)는 하이브리드형 재배 시설인 에어돔과 약용 작물 재배법을 개발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농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애그유니는 어떤 기업인가요?
애그유니는 2019년 설립된 애크테크 기업으로, 농업 생태계의 혁신과 밸류체인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애그유니는 ‘Agriculture Universally’의 약자로 ‘언제 어디에서나 농업에 참여하고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스마트농업을 통해 생산과 유통, 가공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의료용 대마, 백수오, 천마 등 약용 작물 재배에 특화된 ‘모듈형 다단재배 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현재는 ‘그로드와이드’라는 상표로 맞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수직 농업 재배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설립 1년 만에 ‘2020 생활발명코리아’ 국무총리상을 비롯해 ‘2021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BEST AWARD’에서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2021년에는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사업자에 최종 선정돼 의료용 대마를 재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6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식품 분야 우수 벤처기업인 ‘에이(A)-벤처스’에 선정되었으며, 9월에는 경기도 화성에 ICT(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3300㎡(약 1,000평) 규모의 밀폐형 식물공장인 에어돔을 비롯한 5,000평 부지의 밸리를 완공했습니다.
농업계의 애플이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애그유니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농산물 유통업에 종사하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농업회사법인과 유통회사에서 근무하면서 경험이 쌓이다 보니 농업 분야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보이더군요. 복잡하게 얽힌 문제의 본질이 어느 한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유통 모두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기술로 이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농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도 결심에 한몫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철저한 계획보다는 제가 가진 직감으로 창업했다고 생각하시는데요, 경험을 통해 얻은 유통 구조와 시장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이 밑거름이 되어 현재의 애그유니로 입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스포츠용으로 사용하던 에어돔을 활용해 식물공장을 짓는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농산물은 시장 수요에 맞게 재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하나의 작물만 특화하여 재배하는 것이 아닌 비슷한 환경에서 다양한 작물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존 시설에는 한계점이 있었어요. 공간의 혁명이 필요했죠. 그래서 에어돔을 도입했습니다. 스포츠시설로 주로 사용되던 에어돔을 농업에 접목한 것은 저희가 처음입니다. 에어돔은 기둥이 없고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농기계 작업이 가능하고 층고가 높아 과수 재배도 할 수 있습니다. 공간의 제약이 많았던 기존 스마트 팜의 한계를 뛰어넘은 거죠. 또한 냉난방시설 대신 자연광과 높은 층고에서 발생하는 공기층의 대류 현상 및 내부 양압시스템을 이용해 최소한의 에너지로 온도와 습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 절감에 효과적입니다. 밀폐형 이중 구조로 외부의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병충해 피해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작물의 뿌리 활착력과 영양흡수력, 신진대사 등을 활성화시켜 생육 속도, 품질 등 작물 생육에도 도움이 됩니다.
약용 작물과 같은 고부가가치 작물일수록 원물의 품질 안전성이 중요하고 이는 곧 수율로도 연계됩니다. 유전자 변형 생물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작물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에어돔을 통해 맞춤 대량 재배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약용 작물 재배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창업한 지 두 달이 지났을 때 저희가 개발한 ‘그로드와이드 시스템’을 선보이기 위해 국제농업박람회에 참가했습니다. 해외 바이어로부터 그로드와이드 시스템이 의료용 대마 재배에 적합하겠다는 제안을 듣고 의료용 대마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경상북도가 안동시에 산업용 헴프(대마) 규제자유특구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업 참여를 준비했습니다. 2021년에 사업자로 선정되어 특구 내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의료용 대마를 재배할 수 있었습니다.
애그유니만의 핵심 기술인 ‘그로와이드’의 원리는 무엇인가요?
‘그로드와이드’는 토양 기반의 수직 농업 재배 시스템으로, 약용 작물 재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공기압을 조절해 토양 내부와 뿌리 주변의 환경을 최적화하여 생육을 돕는 것이 핵심기술입니다. 공기로 토양에 압력을 가해 식물의 생장에 유리한 영향을 주고 적은 양의 물과 양액2)도 뿌리가 오랫동안 머금을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토양이나 상토3)가 가진 물리적 공극4) 내에서 배수성과 통기성을 높이면서 뿌리의 산소 호흡을 돕습니다. 이는 지하부 환경을 모니터링하거나 맞춤 처방을 할 수 없었던 기존 스마트팜의 한계를 극복하고 모듈 규격 내 함수율을 포함한 지표들과 영양 처방 데이터, 이미지 및 영상 데이터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이처럼 그로드와이드는 뿌리 작물 재배에 최적화되어 있는데요, 이외에도 두릅, 와사비, 백합, 당귀, 천마, 지황 등 기르기 까다로운 작물에 대한 재배 매뉴얼도 구축해 균일한 품질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은 공간에서도 대량의 약용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약사나 건강기능식품 기업 등과 계약 재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손쉽게 작물을 관리하고 수확할 수 있도록 작물 이송 기술인 ‘스태커 기술’을 그로드와이드에 적용해 실증 중입니다.
미국 우수종자기업으로부터 독점 라이센스도 확보하셨는데요, 해외 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지난해 워싱턴대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의료용 대마 및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의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미국 시애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주 정부로부터 에어돔을 건설할 수 있는 유휴 부지도 제공받았습니다. 재원이 마련되면 한국에서 검증된 의료용 대마 재배 기술을 활용해 안정적인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미국 현지에 구축할 계획입니다. 대마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작물, 주 정부에서 원하는 작물 등 수요에 맞는 작물을 선별해 현지 재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미국 외에도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농산물과 약용 작물의 유통 체계는 어떻게 계획하고 계시나요?
계약 재배를 통한 유통을 이상적인 모델로 생각하고 있는데요, 내년까지 B2B(기업과 기업 사이의 거래) 사업으로 확장하려고 합니다. 농업에서 생산 및 유통과정의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규모화는 필수적입니다. 애그유니만의 특화 기술을 통해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고 정가로 대형마트나 외식 프랜차이즈, 식품 제조 기업 등에 납품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농업회사법인 아시아종묘와 특화 종자 발굴 및 대량 생산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아시아종묘는 실험을 통해 혈당 상승 억제 성분인 AGI(Alpha Glucosidase Inhibitor)가 풍부한 미인풋고추 품종을 개발했었는데요, 아시아종묘는 고추에서 추출된 천연물을 활용해 당뇨와 다이어트에 좋은 ‘일리시(ILIXY)’라는 약을 출시했습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아시아종묘의 미인풋고추의 계약 재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애그유니는 기능성 작물을 연중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연구기관이나 대학, 기업 등과 좋은 인연이 닿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애그유니가 나아갈 지점이 궁금합니다.
농업 분야에서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성공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미국 현지에 에어돔을 완성하고 애그유니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농업 생태계를 선도하고자 합니다. 미국 주 정부를 비롯한 국내의 많은 관계자도 애그유니의 기술과 유통 능력에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경기도 화성에 완공된 에어돔을 통해 성공적인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해 미국 진출이라는 꿈을 반드시 이루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농업의 본질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 혁신적인 농산업 생태계를 구축, 인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에어돔이 완공되면서 애그유니는 중요한 모멘텀을 맞이했는데요, 일반 농작물뿐만 아니라 좋은 품질의 약용 작물들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함으로써 그간 연구 및 개발해 온 재배 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더불어 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해 새로운 약용 작물을 개발, 보급해야 하는 주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애그유니만의 기술력과 비전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고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1)농업의 전 과정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산업
2)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물질을 용해시킨 수용액. 식물의 수경(水耕)에 쓴다.
3)판 바닥에 까는 흙
4)작은 구멍이나 빈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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