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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설(說)레어템 한의약으로 이세계 정복
등장인물 소개
한의사 유이태일생을 걸고 한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로 정진하여 결국 젊은 나이에 유명한 한의사가 된 유이태. 운 좋게 재벌그룹의 사위 자리까지 꿰차게 되었지만, 어느 날 장인의 심부름으로 병원을 나서던 중 터무니없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이후, 저승사자를 만나 그의 죽음이 급사, 객사, 요절, 미련과 억울함이란 조건을 충족하였다며, 지구가 아닌 이세계에서 잠시 생을 살 수 있도록 안내를 받는다.
로디 다니엘 주니어성기사단 ‘아이어맨(Ironmen)’ 군단의 대장. 적의 우두머리를 물리친 유이태에게 호감을 표하며, 유이태가 의술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부관 페퍼성기사단 ‘아이어맨(Ironmen)’ 군단의 부관. 흑인 여성. 부상을 입어 전쟁에 참여하지 못한 채 막사에 몸을 눕히고 있다. 유이태의 도움으로 병상에서 일어나게 된다.
박세아박명주의 장녀이자 유이태의 아내.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고운 마음씨와 빼어난 미모를 지녔다. 식물인간 상태가 된 유이태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장인 박명주국내 재벌 서열 10위 안에 드는 대부호. ‘대박’그룹의 회장. 막대한 부로 못 가진 것이 없었던 그였지만, 죽음은 두려웠던 탓에 한의학계에서 유망주로 소문난 유이태를 사위로 맞이하여 그에게 불로초를 연구하게 한다.
황제대륙의 지배자. 유이태의 도움으로 지방간을 치료하게 된다. 유이태에게 관직을 내리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Ep 4. 황제나 교황이나 다 아프면 그냥 환자지
유이태의 육신이 눕혀진 병실은 고요했다. 들리는 건 다소 거칠어진 세아의 숨소리와 뻣뻣해진 피부 위로 쓸어내려지는 수건의 마찰음이었다. 간병인에게 맡기면 그만인 일이었지만, 세아는 직접 유이태의 몸을 돌봤다.
똑똑.
병실 문밖으로 덩치 큰 그림자가 보였다.
“들어와.”
세아의 한 마디에 검은 정장을 입은 다부진 체격의 남성이 병실로 들어섰다. 남자는 허리를 접어 세아에게 인사를 했다. 아니, 인사라기 보단 임금에게 충성을 표하는 신하의 예(禮)에 가까운 자세였다.
“보고 드립니다. 짐작하신 대로 트럭 운전자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10대중과실 위반에 보행자 장애로 이어진 사건이라 금고형 이상이 유력했지만, 생활고와 노모 봉양을 이유로 면허도 취소되지 않았고요. 오히려 운전자 측은 차량 결함이라 억울하다며 항소 의지를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수상해.”
“네, 판결 진행 절차도 상당히 빠릅니다. 이쪽이 대박그룹의 사위라서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려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다른 사건들에 비해 처리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인 건 맞습니다.”
세아는 남자가 건네는 서류 봉투를 받아들었다. 운전자의 인적 사항을 비롯해 재판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서류들로 묵직했다. 세아는 제자리에 선 채 천천히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가해자는 지입기사도 아닌 무소속으로 자차를 이용해 일용직으로 일을 하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입니다. 정말 고의성을 품고 사고를 낸 것이라면, 분명 최소한 차량 비용 이상의 현금이 오고 가야할 겁니다.”
세아는 지입기사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같은 어려운 말은 바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돈.
정말 세아의 의혹대로 누군가가 고의로 유이태를 노린 것이라면, 누가 어떤 이익을 취할 것인가? 그리고 그 이익은 가해자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정도의 유의미한 정도인가? 그렇다면, 그런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주고받았을까?
“현금이라면 바로 주고받지는 못하겠죠. 어떤 방법을 선택했을까요? 돈세탁의 방법은 많잖아요. 가상화폐? 주식? 부동산 매매? 아니면, 단순히 시간을 녹인 걸까요? 3개월? 6개월? 아니면, 집행유예 기간 2년? 그렇게 관심이 다 사라졌을 때쯤 넘겨받을 생각이었을까요? 아님, 벌써 어딘가에서 현금 다발을 직접 받았을까요? 적어도 바보처럼 은행에 바로 갈 생각은 안했겠죠.”
세아는 서류에서 눈을 떼고 유이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생각할수록 막연했다. 정말, 저 사람은 그런 고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제거되어야 할 만큼 누군가에게 걸림돌이 되었던 것일까? 자신의 집착에서 비롯된 비약이라고 생각을 접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수상한 구석이 너무 많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자금 이동의 흔적을 찾는 중입니다. 주식이나 가상계좌 같은 경우에는 최근 매입한 적이 없었습니다. 현금을 직접 받았거나, 말씀처럼 아직 전달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고생하셨어요. 앞으로 잘 지켜봐 주세요.”
남자는 다시 허리를 정중하게 굽혀 인사를 하고서는 자리를 떠났다. 병실에는 세아와 유이태만이 남았다. 병실에서 들리는 소리라곤 유이태의 고른 숨소리만이 전부였다. 세아는 숨을 죽인 채 유이태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종일 연구실에만 박혀있던 이 남자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건 누구일까? 가해자는 정말 전적으로 우연히 사고를 낸 것일까? 그렇다면,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
다시 수건을 집어 든 세아는 태어나 한 번도 몰아본 적이 없는 대형화물차에 올라타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신호등 하나 없는 곧은 도로 위를 묵직한 짐을 싣고 힘차게 내달리는 화물차. 달리는 길의 끝에는 분명 가해자와 가해자를 통해 사건을 청부한 이가 있을 터였다. 세아는 딛고 서 있는 발에 힘을 주었다.
꾹.
마치 액셀러레이터를 밟듯이.
페퍼의 복귀와 함께 전쟁은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그녀는 직접 전략을 기획했고, 전투 때마다 최전방에서 활약했다. 병상에서 이제 막 일어난 사람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에너지였다. 물론, 그 이면에는 유이태의 숨은 조력이 있었다. 매일 저녁으로 페퍼를 위해 뜸과 침을 시술하였고, 직접 탕약을 달였다.
“귀공의 의술은 정말 대단하오!”
저승의 문턱을 보고 돌아왔던 탓에, 페퍼는 유이태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되었다. 게다가 유이태의 활약으로 부상병들의 복귀가 매우 빨라졌으므로, 페퍼는 그에게 호의를 넘어선 존경심까지 품게 되었다.
“귀공 덕에 겁에 질려 도망치는 자의 숫자도 확연히 줄어들었습니다. 이건 단순히 부상병을 치료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귀공이 전쟁의 판을 바꿔버린 겁니다!”
덕분에 일개 병사였던 유이태는 개선장군인 로다주와 나란히 말을 몰고 입궐하여 황제와 교황을 차례로 알현할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
“자네가 힐러 허준인가? 고개를 들고 짐에게 가까이 오라.”
"예, 폐하. 아, 하, 그런데… 하… 이건 참….”
유이태가 처음으로 황제를 만난 날, 그 자리에 모인 모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고 말았다. 유이태가 노골적으로 한숨을 푹푹 쉬며 고개를 내저었기 때문이다. 황제 또한 기가 차서 말을 잃어버렸다.
유이태는 좌중의 술렁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곧게 편 상태로 예의상 차려입은 갑갑한 겉옷이며, 휘장을 벗어던지고서는 뚜벅뚜벅 황제에게로 걸어갔다. 로다주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라서는 급히 자신의 목을 더듬었다. 이대로 교수형에 처해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폐하, 대체 간을 어떻게 관리하신 겁니까?”
“가, 간? 짐의 간을 말하는 것이더냐?”
유이태는 대꾸도 하지 않고, 단숨에 황제의 코앞까지 다가가서는 감히 황제의 얼굴에 손을 올렸다. 뒤늦게 칼을 꺼내든 병사들이 유이태를 막아섰지만, 유이태는 오히려 큰소리를 뻥뻥 쳤다.
"황제 폐하가 쓰러지시기라도 하면 당신들이 책임질 겁니까?”
“그래, 너희들은 물러 서거라. 어떤가? 짐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가?”
"간을 방치하신지 너무 오래되셨습니다. 이미 황달이 심하시군요. 아마 윗배가 부르실 겁니다. 소화도 예전 같지 않으실 테고, 업무를 보지 않는 날에도 쉽게 피곤해져서 만사가 귀찮으셨을 겁니다.”
“어찌 그리 잘 아느냐! 정말, 신통한 마법사로다!”
"그저 미천한 자의 재능일 뿐입니다.”
“그럼, 당장 짐을 치료할 수 있겠느냐?”
"치료는 앞으로 석 달 열흘 간 이어질 겁니다. 그때까지 여자와 술을 멀리하셔야 하고, 기름진 음식도 피해야 합니다. 그러실 수 있겠습니까?”
“짐은 이 대륙도 평정한 몸이다. 그 정도를 못 참을까!”
"지금 침실로 이동하시면 바로 치료를 도와드리겠습니다.”
황제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몸을 옮겼다. 그런 황제의 모습에 시종들을 당황해 서로 눈치를 볼 뿐이다.
"시종들은 뭘 하고 있는 겐가? 어서 폐하를 침실로 모셔라. 그리고 내 침도 가져오고.”
침이란 게 뭘 말하는 건지도 모르는 시종들이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며 눈알만 굴리자 무릎을 꿇고 쪼그려 있던 로다주가 직접 일어나 황급히 유이태의 침 가방을 챙겨 들고 황제의 침실로 갔다. 여전히 얼굴이 붉어진 채로.
침을 빼든 유이태는 순식간에 태충혈(太衝穴)과 삼음교혈(三陰交穴), 신관혈(腎關穴)과 신수혈(腎水穴), 용천혈(湧泉穴)에 침을 놓았다. 발바닥에서부터 허리 뒤편까지 순식간에 침이 놓이게 되자 좌중은 괴성을 내지르며 경악을 했다.
“이, 이건 악마의 치료법입니다! 바늘로 사람을 찌르다니! 그것도 황제를!”
“힐러 허준은 동방에서 온 뛰어난 마법사요, 이 사람의 신분은 나, 로디 다니엘 주니어가 보증하오! 그대들은 궁에 처박혀서 보지 못했겠지만, 그의 뛰어난 의술과 올곧은 마음이 아군들을 살렸소. 그는 늘 전장의 야전침대에서 잠들며 병사들을 돌본 사람이오! 우리의 용맹한 장군 페퍼 역시 그가 이 침술로 살려냈소!”
얼굴이 붉어진 로다주가 귀족들을 향해 목청을 드높였지만, 귀족들은 전장의 병사들이 아니었다. 낯선 치료법이 가져온 혼란에 광기 어린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유이태는 제자리에서 등을 돌려 그런 귀족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내 침착한 목소리로 모두의 뇌를 때려버리는 말을 뱉었다.
"내가 정말 악마라면, 그래서 이 침 역시 저주받은 물건이라면, 교황님에게는 닿기도 전에 부식되겠죠. 그래서 지금의 시술이 끝나는 대로 자리를 옮겨 보여드릴까 합니다. 제가 교황님에게도 똑같이 침술을 써보겠습니다. 제가 악마라면, 그 자리에서 목을 내려쳐도 됩니다.”
귀족들의 술렁거림이 멈추었다. 그때까지 무릎을 꿇은 채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페퍼는 고개를 숙인 채 빙긋이 웃어보였다.
유이태는 오래지 않아 황제의 지방간을 치료하고 디스크로 고생하던 교황의 허리를 곧게 펴주었다. 이로써 왕국 전체에 힐러 허준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해져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가십거리가 되었다.
황제와 교황이 앞다투어 선물을 하사한 덕에 유이태는 로다주와 버금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대저택을 소유하게 되었다. 황제는 유이태를 중히 여겨 대마법사의 작위를 내리고 왕궁 안에서 의술을 연구할 기회를 주었지만, 유이태는 정중하게 제안을 거절했다. 오히려 저택도 다 처분하고 궁 밖으로 나갈 궁리에 정신이 없었다. 소식을 들은 페퍼가 한달음에 찾아왔다.
“제정신이신가요? 황제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니요?”
"지원을 받으면서 연구하면 안정적이긴 하겠지만, 연구가 더디게 진행될 겁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현장에서 직접 약초를 캐고, 먹어봐야만 합니다. 지금까지야 요행으로 잘해왔지만, 앞으로도 요행에 기댈 수는 없어요. 이곳 대륙에서 구할 수 있는 약초들은 제가 살던 고향의 것과 생김새와 향이 많이 다르거든요. 서재에 박혀 도감으로만 봐서는 다 알 수가 없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아랫사람들에게 심부름만 시켜서는 시행착오로 세월만 축내게 될 겁니다.”
“그렇게 몸에 좋은 영약들을 직접 만드시면서 혼자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시겠다는 겁니까? 혼자서만?”
"네? 대화가 왜 그렇게 연결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런 게 아닙니다. 오로지 연구를 위해서입니다.”
“아니라면, 다시 생각해 보세요. 황궁의 지원금입니다. 막대한 금액이라고요. 시행착오 따위 시종들을 마을 곳곳에 보내 영약들을 모조리 조사하게 시키면 그만 아닙니까?”
"하하하, 그건 사람이 사람에게 못할 짓이죠. 그리고 글쎄요, 돈이라면… 직접 벌면 되는 게 아닐까요? 생각대로 직접 수고를 한다면, 제가 돈을 많이 쓸 일도 없고요.”
“직접 벌어서 충당하신다고요? 무슨 방법으로요? 마법으로?”
"마법, 그러니까 의술을 직접 펼쳐도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 테고요. 그런 것보다는 일반 서민들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환약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환약?”
"말씀처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약이요. 몸에 좋으면서 맛도 좋은 그런 약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말을 마친 유이태는 아쉬움 없이 가볍게 등을 돌렸다. 그의 뒤통수를 향해 페퍼가 복잡한 감정을 쏘아 보내고 있는 게 느껴졌지만, 돌아보진 않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내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의 모든 순간들은 어디까지나 돌아가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한편, 박명주는 유이태의 연구실을 처분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를 사람을 기다리고만 있는 건 낭비야. 그렇지 않은가?”
“네, 회장님.”
“일단 그 자식 연구 자료들은 다 백업해서 가져오게. 그리고 연구실 인원들은 이달 말까지만 출근시키고. 그 이후부터는 출입 통제하게. 비품들은 싹 다 처분해서 현금으로 만들고. 그리고 이 사람에게 연락해서 내가 보고 싶어 한다고 전하게.”
박명주는 의료 매거진 전면 표지에 실린 인물을 손가락으로 짚어보였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젊은 생물학자였다.
“양약 중에 세포와 혈액에 집중하는 집단들이 있는 거 같더라고. 내가 찾고 있는 열쇠를 저 친구가 쥐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사위가 생사를 오고 가는 기로에 서 있었지만, 박명주는 조금도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당장 연구 방향을 바로 전환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로 명확했다.
불로불사, 영생.
처음부터 박명주가 유이태에게 지시했었던 연구도 불로초 개발과 대중화였다. 순진했던 유이태는 단순히 공진단 같은 명약을 개발하여 보조제처럼 꾸준히 복용하는 쪽으로 초기 연구의 가닥을 정했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박명주는 대노했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시대까지 왔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영생이었음에도 박명주는 조금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자네, 뭐하자는 겐가! 같잖은 염증 완화제 따위를 만들란 말이 아니야! 먹고 자고 일어나면, 당장 얼굴에 생기가 더 흐르는! 그런 약 같은 약을 만들어 내라고! 내가 미쳤다고 돈을 끌어다 연구실을 만들어 준 줄 알아?”
그날 이후 박명주는 의학 관련 국제 포럼에 부지런히 참석했다. 특히 치매나 암, 당뇨 등 난치병에 대처하는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과 관련된 포럼은 놓치지 않았다.
“자네가 연구로 바쁘다니, 내가 직접 최신 정보를 현장에서 듣고 오는 거 아니겠는가? 양약은 이미 세포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거 같아. 자네도 내가 보내준 논문들은 살펴봤겠지?”
유이태는 자신의 전공이 어디까지나 한의학임을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말들은 그저 다 삼키고 말았다. 부질없는 저항이었으니까. 박명주에게 유이태는 자신의 재산만 축내고 원하는 결과는 조금도 배출해내지 못하는 어리바리한 머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머슴이 자신의 딸과 결혼해서 살고 있으니 여간 눈엣가시가 아니었다.
“자네가 자네 입으로 직접 그러지 않았나? 과거에는 그저 상상력이 부족해서 불로초를 못 찾은 거라고. 이제는 상상하는 대로 시도해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그렇지 않은가?”
박명주는 늘 유이태를 찾아가 저 말을 늘어놓으며 사람을 쪼았다. 그 말은 유이태가 세아와 결혼하기 위해, 박명주를 설득하기 위해 했던 말이었다. 박명주는 자신의 귀한 재산을 맨손으로 들어와 가져가려는 유이태를 그냥 둘 수 없었다. 어떻게든 뽑아먹어야만 했다. 그게 아니라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산을 되찾아 오는 게 그의 순리였다.
“운전사는 만나봤나?”
“보는 눈이 있을 수 있어 통화만 했습니다.”
“그래, 잘했네. 세아가 눈치 채면 머리만 아파. 그놈에겐 적당히 짖지 않을 정도로만 쥐어주게. 통화기록은 다 삭제해 버리고.”
“네.”
‘대박그룹 사위 자리가 어디 쉬운 자리일 줄 알았나? 이때까지는 구멍가게만한 한반도에서 벌어먹었지만, 앞으로는 세계를 상대로 팔아먹어야 해. 그런데 사위라는 놈이 들어와서 이대로만 살아도 좋다고? 둘만 있어도 행복하다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지! 세계에 대박그룹의 이름을 박아놓을 수 있게, 내게 필요한 걸 줄 수 있는 놈만 사위가 될 수 있는 게야. 암, 그렇고 말고!’
박명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다. 식물인간 상태로 있는 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아 화가 치밀어 올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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