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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한의약한의약이 풀뿌리 의료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길

김창훈 / 해맑은한의원 원장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천안시는 노인인구 비율이 13%를 넘어섰고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서북구 불당동, 쌍용동 쪽으로 의료기관이 밀집되어 있어 외곽 지역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 불당동에 위치한 해맑은한의원의 김창훈 원장은 방문 진료를 통해 지역에 ‘돌봄’이라는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고 있다.

한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의 협업이 중요

해맑은한의원은 2023년 12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로 지정되었으며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맞춤형 방문 진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병원에서 전문수련과정을 거치고 공중보건의사로 활동했습니다. 한의원을 개원한 후에는 천안과 아산의 보건소와 도서관, 학교, 복지관, 요양시설 등 여러 시설에서 건강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의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어 천안시에서 최초로 재택의료센터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천안지역은 2019년부터 통합돌봄 시범사업으로 선정되어 40여 명의 한의사분들이 방문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한의원 밖으로 나가서 진료를 한다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 시작한 천안 재택의료센터에는 현재 60여 명의 환자가 등록되어 있으며 한의사 3명, 간호사 2명, 사회복지사 2명 등 7명이 방문 진료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원장은 주 2회 방문 진료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방문 간호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 그는 치료를 넘어 환자의 마음과 주변 환경까지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재택의료지원센터의 방문 진료 사업은 포괄평가를 진행합니다. 1년에 한 번 한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함께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포괄적으로 평가를 합니다. 각자 파악한 환자의 문제점과 필요한 점을 분석하고 복지까지 포함한 개인별 맞춤 돌봄 계획을 마련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신장 투석을 앞두고 몸에 염증이 심해져 무력감과 족하수(Foot drop)1)로 인해 목발로 보행했던 환자분이 있었어요. 대문 앞에 계단이 있어 보행에 어려움이 컸죠. 그래서 사회복지사와 의논한 후 천안시청과 협력해 주거환경을 개선시켜 드렸습니다.”

환자의 마음을 읽는 방문 진료

가을답지 않은 늦더위가 이어지는 날씨에도 환자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김창훈 원장. 오전에만 수차례의 방문 진료를 한 탓에 힘들 법도 하지만 에너지를 내뿜으며 환자에게 인사를 건넨다.

“아버님 그동안 좀 어떠셨어요? 기관지염이 있고 지난번에 넘어지면서 다치셨으니 머리와 무릎에 침을 놓을게요. 배에 쥐가 계속 나면 오늘 배에도 침을 놔드릴게요.”
“어머님은 허리디스크와 척추협착증, 골다공증도 앓고 있으니 오늘도 허리와 발에 침을 놓을게요.”

이번에 방문한 환자는 90세 이상의 초고령 부부다. 남편은 15년 전 자전거 낙상으로 경추와 고관절 골절로 통증을 느끼고 있었는데 최근 노쇠가 심해져 3개월 전부터 침상에서만 지내고 있다. 아내는 자연골절로 발생한 대퇴골절로 인해 절대 안정 소견을 받았으나 남편을 간호하느라 생긴 하박 골절로 왼쪽 팔의 움직임이 떨어지고 거동도 불편하다. 누구보다 돌봄이 절실한 상태였는데 다행히 올해 처음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로 선정되어, 요양보호서비스와 재택의료진료를 받게 되었다.

"저희 아버지가 옛날에 침구사여서 침에 대해서 알아요. 침을 잘못 놓으면 조금만 움직여도 아픈데 우리 원장님이 침을 놓으면 아무리 움직여도 하나도 안 아파요.”

원장님 덕분에 몸과 마음이 한결 좋아졌다며 손을 잡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김창훈 원장은 웃음으로 답한다. 김 원장은 다음 진료일을 약속한 후 서둘러 다음 환자의 집으로 나선다.

김창훈 원장은 앞선 환자는 환경이 좋은 편이라고 말한다. 가족의 도움 없이 욕창으로 인해 고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독거노인에게 가장 큰 병은 외로움이다. 그렇기에 방문 진료 시 환자들의 거주 환경을 살뜰히 챙기고 말벗이 되어주며 마음까지 헤아린다. 그러다 보면 환자의 눈빛에서 감사함과 희망이 느껴져 뭉클한 마음이 든다고.

방문 진료의 좋은 사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

방문 진료를 하다 보면 오히려 환자에게서 힘을 얻는 경우가 많다. 다음 환자가 그러하다. 열성경련으로 생후 3개월에 소아마비를 앓으며 평생을 장애를 가지고 살아왔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방문하기란 쉽지 않고, 가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란 더욱 어려웠다. 누워서 침 치료를 받는 것이 평생의 작은 바람이었다고. 요양보호사와 천안시청의 도움으로 재택의료센터에 등록하게 되어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선생님, 대상포진은 좀 어떠세요? 오늘은 어디에 치료를 해드리면 될까요?”
“대상포진이 있었던 어깨 쪽으로 받고 싶다고 하시네요.”

19년 동안 환자의 옆을 지켜온 요양보호사는 눈빛만 봐도 알기에 의사소통을 대신한다.

“방문 진료 오실 때마다 섬세하게 치료하고 설명해 주시는 것뿐만 아니라 밝은 목소리로 인사해 주셔서 저랑 환자분도 원장님께 많은 에너지를 얻어요."

요양보호사는 환자도, 자신도 김창훈 원장에게 큰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김창훈 원장은 “불편한 몸으로 다른 이를 위로하기 위해 시집 다섯 권을 집필한 환자의 모습에 존경심과 대단함을 느낀다”며 “이런 분을 보면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차오른다”고 한다. 김 원장은 환자에게서 방문 진료의 힘을 얻고 환자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셈이다.

“천안에만 약 1만여 명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들이 있습니다. 그중 약 80%인 8천여 명이 재가요양돌봄서비스를 받고 있어요. 방문 진료 대상자들이 위급 시 연락할 수 있는 비상 연락체계를 운영하며 의료 공백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문 진료에는 거리에 따른 수가 적용으로 인한 낮은 수가, 의료 소모품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문제들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개선된다면 방문 진료에 참여하는 한의사들이 좀 더 많아지고 돌봄의 혜택을 받는 의료 취약계층도 늘어날 것입니다.”

김창훈 원장이 바라보는 방문 진료는 천안에만 그치지 않는다. 천안시 한의과 첫 재택의료센터로서 방문 진료의 체계를 단단히 구축하여 다른 지역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2026년, 시범사업을 넘어 전국으로 퍼져나갈 통합돌봄시대에는 여러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구축하고 안정적인 재택의료서비스로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1)발목에 힘이 빠지는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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