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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설(說)레어템 한의약으로 이세계 정복
등장인물 소개

한의사 유이태일생을 걸고 한의사가 되겠다는 목표로 정진하여 결국 젊은 나이에 유명한 한의사가 된 유이태. 운 좋게 재벌그룹의 사위 자리까지 꿰차게 되었지만, 어느 날 장인의 심부름으로 병원을 나서던 중 터무니없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이후, 저승사자를 만나 그의 죽음이 급사, 객사, 요절, 미련과 억울함이란 조건을 충족하였다며, 지구가 아닌 이세계에서 잠시 생을 살 수 있도록 안내를 받는다.

부관 페퍼성기사단 ‘아이어맨(Ironmen)’ 군단의 부관. 흑인 여성. 부상을 입어 전쟁에 참여하지 못한 채 막사에 몸을 눕히고 있다. 유이태의 도움으로 병상에서 일어나게 된다.

치들약재상. 유이태로부터 청심환을 받아서 팔게 된다. 유이태가 등장하기 전까지 시장을 지배하던 자였지만, 이젠 유이태의 청심환으로만 수익을 내고 있는 처지다. 당장 돈이 되더라도 유이태의 존재가 그리 달갑지 않다.

박세아박명주의 장녀이자 유이태의 아내.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고운 마음씨와 빼어난 미모를 지녔다. 식물인간 상태가 된 유이태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장인 박명주국내 재벌 서열 10위 안에 드는 대부호. ‘대박’그룹의 회장. 막대한 부로 못 가진 것이 없었던 그였지만, 죽음은 두려웠던 탓에 한의학계에서 유망주로 소문난 유이태를 사위로 맞이하여 그에게 불로초를 연구하게 한다.

이주호평생 책상 앞에서 공부만 하고 살아온 생물학자. 박명주의 부름에 응해 저녁 식사에 초대받는다.
Ep 6. 다들 꿍꿍이가 있어서 꿍한 얼굴이 되었다
박명주는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 앞에서 미간을 구겼다. 약속 시간까지 5분이 남았지만, 자신이 홀로 앉아있다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 그에게 기다림이란 약자가 강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하여야 하는 노력 중 일부였다. 일개 학자 주제에 그룹 총수가 만나자는데 약속 시간에 딱 맞춰서 등장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못마땅했다.

‘요즘 젊은것들은 일은 컴퓨터가 다 하는데도 늘 바쁘다고 폼을 잡지. 이 녀석도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샌님이란 말인가?’
그때, 문이 열리고 어두운 인상의 남성이 들어섰다. 한눈에 봐도 책상에 앉아서만 하루를 보낼 것 같은 사람이었다. 우둘두둘 거친 피부에 큰 엉덩이와 접히는 뱃살. 고급 슈트를 입었지만,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였다. 그런 남자의 모습을 보자 박명주는 절로 입가가 벌어졌다.

어서 오시죠, 선생. 대박그룹 회장 박가요.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이주호라고 합니다.
남자는 박명주가 지난번에 보았던 의학 잡지에 나온 생물학자였다. 깍듯하게 허리 굽혀 인사하는 모습을 보자 박명주는 얼굴이 활짝 펴졌다. 몇 마디 찔러볼 필요도 없이 책상 앞에서 인생을 보낸 샌님이 확실했다. 그의 촉은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

오는 길, 불편하지는 않았소?

아닙니다, 신경 써주셔서 편하게 왔습니다.

우선 시장하실 텐데, 드시지요. 이야기는 식후에 나눕시다.
어색한 공기가 흐를 틈도 없이 박명주는 노련했다. 쉬엄쉬엄,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같았지만, 하나같이 의도한 바대로 일이 이루어졌다. 당장 음식이 차려져서 나오는 타이밍과 순서가 그랬으며, 상대에 맞추어 음식을 비우는 속도가 그랬다. 이주호는 유이태에 비하면 완전히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음식은 입에 맞았습니까? 차는 어때요? 고산 우롱차 좋아합니까? 뭐, 커피 같은 거 드셔도 됩니다. 기호(嗜好)의 결이 다르시면, 위스키를 드셔도 되고.

아닙니다. 주시는 대로 마시겠습니다.
그제야 남자는 본론을 먼저 이야기하지 않는 박명주가 슬슬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밥을 먹는 동안에야 이야기를 피하더라도 숟가락을 놓고 나서도 뜸을 들이는 건 예상 밖이었다. 박명주는 그러거나 말거나 한동안 더 쓸데없는 말을 길게 늘어놓았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한 이야기, 남자의 공부했던 과정에 대한 궁금증 등 소재는 한정되지 않아 끝도 없었다. 처음 만난 타인, 그것도 전혀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기에는 격이 없었다. 박명주는 적절한 선을 지키며 이야기를 던지듯이 쉽게 이어갔고, 반대로 이주호는 수동적으로 듣고 묻는 말에만 답하는데도 기운이 빨려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회장님은 제게 정말 그런 것들이 궁금해서 절 오라고 하신 겁니까?

음? 그럼, 내가 우리 젊은 학자 양반에게 뭐가 따로 궁금할 거라고 생각하셨소?

오기 전에 듣기로는 제 연구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아닌 겁니까?

아, 그건 그야 그렇지. 그런데 내가 전공자도 아니고, 가방끈이 길었던 사람도 아니잖소. 학자 양반이 어려운 말을 풀어내면, 내가 그걸 어디 하나라도 제대로 알아듣겠소? 그래서 그런 것보다는 내가 알아들을 법한 거나 먼저 물어보는 거지. 그리고 오늘이 불편했소?

아닙니다. 잘 챙겨주셔서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려운 이야기는 차차 내가 배워가며 들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게지. 난 어려운 이야기는 딱 질색이오. 결과를 낼 수 있다, 없다, 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 낼 수 있는 사람을 안다, 그런 사람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나 사람을 알고 있다 같이 좀 명확한 이야기를 좋아한다오. 그래서 난 오늘 이후로 우리가 좀 친해지길 바라네.

제가 감히 그래도 되겠습니까?

세상은 뭐든 아쉬운 사람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아닌가? 난 그 선생이 연구한다는 생물학이란 것에 관심이 많단 말이지. 특히 그 세포 단위의 기술로 우리 의학계에 뭔가 커다란 변혁을 안겨줄 수 있다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야. 그렇지만, 그런 어려운 이야기를 내가 단박에 알아듣지는 못할 테니까, 허허허.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제가 연구하고 있는 걸 간략히 설명해 드리자면…
이주호는 갑자기 눈빛을 바꿔서는 정말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박명주에게 강의하듯이 설명해 주려고 했다. 그런 이주호의 모습에 박명주는 크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샌님도 이런 샌님이 없었다.

아니네, 오늘은 이 정도만 하지. 그저 다음에 또 찾아와 주게나. 그때까지 내가 공부나 좀 하고 있지. 그런데 자네 혹시 골프는 좀 칠 줄 아는가?

골프요? 골프라면, 최근에 배우기는 했습니다.

잘됐군 그래. 요즘 딸애가 정서적으로 좀 좋지가 않아서 내가 필드에 좀 데리고 다닐까 하고 있었거든. 괜찮다면, 다음에 필드에서 보는 게 어떻겠나? 딸애도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건 반기는 아이니까 괜찮을 거 같네.

제가 따님과 계시는 자리에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이건 내가 부탁하는 걸세. 기업 총수 자리라는 게 그렇다네. 생각보다 사적인 시간을 만들기가 어렵거든.
그렇게 이주호는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자리를 떠날 때도 허리를 굽혀 깍듯하게 인사를 한 후 사라졌다. 박명주는 마지막까지 어리숙한 샌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주호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유이태가 남기고 간 청심환을 보며 치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모두 팔린다면 막대한 현금이 쌓일 만큼 대단한 양이었다. 그렇다는 건 유이태가 정말 먼 길을 떠날 생각으로 다녀갔다는 말이다. 그리고 아주 먼 길이지만, 분명 다시 돌아올 것이란 말이기도 했다.
치들은 청심환을 꺼내 괜히 손바닥 중앙에 놓고 비벼서는 귀한 약을 으깨어버렸다. 오묘한 약재 향이 치들의 코를 찔렀다. 분명 그가 잘 모르는 몇몇 가지 약재들이 섞여 들어갔다. 맡아본 적 없는 향이었다. 유이태가 돌아올 때까지 그런 약재들을 찾아내 적절한 비율로 배합할 수 있을까? 아니, 없을 것이다. 겨우겨우 어렵사리 시간 안에 만들어낸다고 한들, 유이태는 새롭게 구해온 약재를 사용하여 더 좋은 신약을 만들어버릴 게 뻔했다.

‘정말, 곤란한 녀석이란 말이야.’
유이태가 나타나기 전만 해도 최고는 치들뿐이었다. 모든 치료사가 치들을 찾았고, 치들에게서 약재를 사 갔다. 치료사들도 명함만 그럴싸하게 파서 활동하는 놈들이 태반이었던지라 치들이 대충대충 내어주는 약재에 누구도 불만이 없었다. 그래서 단순한 감기에 관절염에 좋은 약초를 내주어도 그만이었고, 관절염에 좋은 약초가 필요할 때, 심장에 좋은 약초를 내주어도 아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한 번은 맞는데, 모든 약초를 치들에게서 받아 가니 치료되는 이들도 적지 않았던 게다.
그런데 그런 좋은 시절이 유이태의 등장과 함께 중단되고 말았다. 유이태는 치들에게 약초를 공급받는 자가 아닌 공급해 주는 자였다. 그는 치료도 마다하지 않아 단시간에 많은 이들을 살렸고, 그와 동시에 치료받으러 온 이들에게 친절히 약초의 쓰임을 제대로 알려주기까지 했다. 이제 치들은 함부로 약초를 판매할 수가 없게 되었고, 치료사들도 점점 유이태에게 직접 찾아가는 이들이 늘어났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치들은 유이태에게 시장을 완전히 뺏겨버렸다. 시장의 독점자였던 치들이 유이태의 등장으로 중심에서 밀려나간 것이다.

‘녀석이 없어지더라도 이제 몇몇 약초들은 증상에 딱 맞는 녀석들만 팔아야겠지. 그래, 그건 이제 별수 없게 되어버렸어. 그건 어쩔 수 없지. 다만… 녀석의 이 청심환은 지나치게 강력해. 이건 분명 아까워. 내가 필요해지는 순간도 분명 올 테고 말이야. 하지만, 이건 녀석이 아니면 누구도 만들지 못하는 거란 말이지. 게다가 비싼 값에도 잘 팔리고. 나도 덕분에 장사는 여전히 굴러갈 정도니 말이야.’
치들은 냉정하게 셈을 해보았다. 유이태를 믿고 함께 할 시간과 유이태 없이 혼자서 다시 시장을 독점할 시간. 치들은 꼬박 사흘간 그 고민에만 빠져있었다. 치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마음을 굳힌 건 유이태가 말을 몰고 성문 밖으로 멀리 사라졌단 소식을 접한 뒤였다.

‘그래, 이럴 때가 아니지. 일단 그 양반부터 만나봐야지.’
치들은 꼼꼼하게 씻고 좋은 옷을 골라서 입었다. 상점 문을 닫고 나서는 그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힘이 들어가 있었다.

골프요?
세아는 뜬금없이 박명주의 골프 제안에 말문이 막혔다. 조사 중인 걸 들킨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렇지만 티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일부러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남편 유이태의 얼굴만 들여다보았다.

그래, 간병인을 따로 안 쓰는 것도 아닌데, 매번 이렇게 병원에서 시간을 죽여서 어쩌자는 게냐? 걱정되어서 그런다.
세아는 한참 뜸을 들인 이후에나 겨우 대꾸했다.

골프 접은 지 오래된 거 아시잖아요. 이 사람과 결혼하기 전부터 필드에 발 끊은 지 오래예요.

안다. 나도 잘 알아. 그래서 나랑 가자는 거잖아? 그럼, 이 아비는 골프채 휘두를 만큼 허리가 좋더냐? 나도 사람들 눈 피해서 너랑 한적한 곳에서 쉬다가 오고 싶어서 그래.
세아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에 담긴 늙은 아버지는 진심으로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순간 마음이 약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마지못해 수락의 뜻을 보이려던 그때, 박명주가 먼저 말을 이었다.

그렇게 나서는 김에, 네가 나 대신해서 사람 좀 봐줬으면 한다.

제가요? 누구를요?

어리숙한 학자가 한 명 있는데, 데리고 써도 괜찮을 사람인지 내가 감이 잘 오질 않는구나. 샌님인 거 같은데, 욕심이 있는지, 없는지, 그걸 모르겠어. 나도 늙었나 보다. 너도 이젠 잘 알겠지만, 야망과 욕심은 아주 다른 것이거든. 야망은 몰라도 당장 욕심이 많은 건 곤란해서 말이야.

그런 거라면, 회사에 사람들 많잖아요.
세아는 본능적으로 다시 한번 박명주의 표정을 살폈다. 정말 바람을 쐬러 가자는 게 맞는지,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확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박명주는 여전히 우울한 표정 그대로였고, 호흡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시선도 세아를 내려다보는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아의 본능은 끊임없이 신호를 보냈다.

그럼, 그게 또 바로 일로 연결되잖아. 난 아직 마음을 정하질 못했거든. 새로운 사업이기도 하고 말이야..

신사업이요? 어떤 사업을 구상하시는데요?

솔직히 말하마. 네 서방이 나를 도와서 하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저 놈이 언제 일어날지도 모를 판이라 새로운 방향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구나. 나도 네 마음이 그렇게 한결같다면, 네 서방이 이대로 일어났으면 좋겠다만,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를 하다 끊긴 돈을 어떻게든 다시 굴려 회수를 해야 하는 게 옳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네게 사실대로 말하고 요청하는 거다. 물론, 네가 그 사람을 직접 만나보고 판단해 주면 된다. 네가 만나보고도 싫다면 나도 추진할 생각이 없다.
세아는 당혹스러웠다. 지금까지 사위를 미워한다고만 생각해 왔었는데, 자신을 대하는 말투와 모습은 어린 시절 다정했던 아빠의 모습 그대로였다.

솔직히 난 사위라는 저 놈이 밉다. 그렇지만, 넌 내 딸이지. 너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란 말이다. 널 사랑하고 아끼니까 저 놈이 미운 거다. 이걸 부디 구분해서 잘 이해해 줬으면 좋겠구나. 그럼, 연락 기다리마.
말을 마친 박명주는 세아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서둘러 병실을 빠져나갔다. 세아는 갑자기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은 아버지 박명주가 낯설었지만, 뒤쫓을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그녀의 본능이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아는 휘둘러보지도 않고 처박아두었던 골프채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필드까지는 나가야만 찝찝한 기분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
세아는 유이태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눈을 감고만 있는 남편의 모습에 왠지 조금 흐릿해진 기분이 들어 얼굴로 손을 가져가 보았다. 다행히 여전히 체온은 따스했다.
치들은 당찬 걸음으로 페퍼를 찾아 나섰다. 아직 오후가 되지 않았으니 아마 그녀는 로다주의 저택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으리라.
치들은 이미 오래전에 사람을 고용해 페퍼를 감시한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유이태 주변 모두에게 사람을 붙여서 정보를 모은 적이 있었다. 치들은 그만큼 집요하고 치밀한 구석이 있는 인물이었다. 유이태가 낯선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배경이 너무 탄탄하단 점이 늘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치들에게 페퍼는 분명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분명 그녀는 유이태에게 호감을 강하게 품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유이태는 그걸 완전히 모르는 척하는 분위기였고, 페퍼는 상대의 그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거두지도 않으니 말이다. 그 사실을 인지한 이후부터 치들은 항상 첫 단추의 시작은 페퍼가 될 거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자신이 유이태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실패하든, 성공하든 일단 그 시작은 페퍼여야 했다. 사람의 감정은 언제든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가 있는 법인데, 치들이 봤을 땐 연정(戀情)만큼 그 변화의 폭이 다채로운 감정도 없었기 때문이다.
페퍼는 역시나 치들의 예상대로 로다주의 저택에 있었다. 때마침 보고를 마치고 빠져나오는 중이라 치들은 저택의 대문 앞에서 일부러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새가 되었다.

어서 오시지요, 궁으로 모실까요?

그대는 약초상이 아닌가?

기억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네, 약초상 치들이라고 하옵죠. 허준의 동업자이기도 하구요.

그건 익히 들었소. 그는 나의 친우(親友)니까.

실은 그 친우라는 허준의 문제로 뵌 겁니다.

무슨 일이오? 나의 벗은 오늘 새벽에 이곳을 떠났네만.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그가 정확히 어디로 떠났는지 아십니까? 아니, 그가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는 아십니까?
페퍼의 얼굴에 긴장하는 빛이 떠올랐다. 치들은 믿을 사람이 못 된다던 유이태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나의 벗은 멀리 동방에서 왔다네. 그건 자네도 들었을 터인데?

그자가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긴 했습죠. 그런데 동방 어디라고 하던가요? 아시겠지만, 동방에도 여러 나라가 있습니다.

그는 분명 대한민국이라 하였었지.

그렇지만, 그런 나라가 없다는 건 기사님도 잘 아시죠? 혹시 모르셨던 겁니까? 자, 보세요. 이게 현재까지 만들어진 최신 지도입니다만, 탐험가 중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누구도 들어보질 못했다고 하더군요.
치들이 반듯하게 그려진 새 지도를 페퍼의 눈앞에 펼쳐 보였다. 페퍼는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찬 대검에 손이 갔다.

이게 무슨 짓이오? 다짜고짜 무슨 의도로 내게 이런 걸 보이느냔 말이오?
치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검에 손을 올렸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페퍼를 향해 치들은 차분히 펼쳐 들었던 지도를 되감으며 다가섰다.

의도라니요? 전 황제에 대한 충심으로 찾아온 겁니다만? 그자가 우리를, 아니, 황제 폐하를 기만하고 있는데, 제가 그놈 덕에 돈 몇 푼 벌고 있다고 모른 척해서야 되겠습니까?
페퍼는 허리춤 대검에 올렸던 손을 천천히 거두었다. 눈앞에서 뱀처럼 혀를 놀리는 치들을 어찌해야 좋을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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