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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한의약절차 간소화 등 방문진료사업 개선 필요

최승수 / 몸과맘n한의원 원장

왕진 가방을 들고 환자의 집으로 찾아가던 의사의 모습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듯했다. 그런데 노인 인구 1천만 명 시대가 되면서 왕진 문화는 '방문 진료'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다. 의료와 통신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거동이 힘든 환자를 병원으로 모셔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도시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현장에서 체감한 방문 진료의 중요성과 가치

“동작구에는 상급병원과 한방 및 양방병원, 치과 등을 포함해 600여 개의 병·의원이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의료 환경에도 불구하고 교통편이 좋지 않은 외진 곳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의료 서비스를 받기 쉽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기초 생활은 물론 건강 관리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방문 진료는 주로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동 사례 관리자 중 거동이 불편하신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이용합니다.“

서울은 의료 인프라가 풍부해 모든 시민이 질 좋은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최승수 원장은 힘주어 말한다.

최승수 원장은 동작구한의사회 어르신건강증진사업단의 단장을 맡으며 지난해부터 동작구청과 함께 진행하는 사업인 '효도 한방의료 돌봄서비스'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방문 진료의 중요성과 가치를 체감하고 있다.

"1차 의료인 방문 진료는 의료 서비스에서 소외된 분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령화와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 등으로 의료의 패러다임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했습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질환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닌 환자가 자신의 질병에 대해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자 중심의 맞춤형 의료 서비스 제공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차 의료인 방문 진료에 참여하고 있는 한의사들이 기초 의료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 원장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1~4명 환자의 집으로 찾아가 방문 진료를 하고 있다. 힘들 법도 하지만 최 원장은 '환자가 있는 곳이 내가 있어야 할 진료실이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구김 하나 없는 정장 차림으로 아파트 건물 사이로 걸어오는 최승수 원장. "MBTI 유형이 ISTJ라 원칙을 중시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유연성이 없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책임감이 강해 제가 맡은 의무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수행해요."라며 재치 있게 자신을 소개한다.

기다리고 있을 환자를 생각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최승수 원장을 따라나섰다. 환자는 복도에서 들리는 최 원장의 목소리에 힘겹게 몸을 이끌고 마중 나와 있었다. 최승수 원장을 마주하자마자 환자의 얼굴에는 금세 웃음꽃이 피어난다.

환자는 10여 년 전 뇌졸중을 앓은 후 반신 감각 이상으로 거동이 불편하며 후유증으로 어지러움과 턱 부위 및 전신에 전신성 경련 증상을 겪고 있다. 남들처럼 집 밖을 나서기가 쉽지 않고, 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동작구청에서 '효도돌봄사업' 사업을 알리는 우편을 보냈고 이를 통해 환자는 사업을 신청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덕에 꾸준히 방문 진료 혜택을 받고 있다.

"어머니, 어지러운 건 좀 어떠세요? 혈압이 조금 높게 나오셨는데, 지난번에도 한 번 그런 적이 있으셔서 아마 비슷한 경우인 것 같아요. 어제랑 오늘 사이에 크게 무리하시거나 힘들었던 적은 없으셨어요?"

조금 높게 나온 혈압에 환자가 놀라지 않도록 침착하게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최승수 원장. 환자는 최 원장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오직 환자의 건강만을 생각하는 최승수 원장의 마음을 환자도 알기에 최 원장을 믿는 것이다. 이미 최 원장과 환자 사이에는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의 단단한 결속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의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상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방문 진료 대상자들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몸과 마음을 함께 살피고 치료하려고 노력합니다."

최 원장은 방문 진료를 맡고 있는 환자들과 두터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단순히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닌 날씨, 건강, 안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진심으로 환자의 삶을 들여다보고 소통하기 때문이다. 최승수 원장은 환자와의 만남 그 자체가 자신에게는 보람이라고 말한다.

"방문 진료를 하다 보면 진료 횟수에 따라 환자의 상태가 점점 개선되는 것이 보입니다. 지난 방문 진료 환자는 처음 방문했을 때 거의 와상(臥像)1) 상태로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의 통증과 무력을 호소하는 것은 물론 식사조차도 잘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방문 진료를 통해 꾸준히 치료를 받은 후 상태가 점점 나아졌습니다. 의사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일 것 같은데요, 저 역시 환자의 상태가 눈에 띌 정도로 호전되면 기쁘기도 하면서 한의사로서 보람도 느낍니다."

모두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하며

진맥부터 침 치료와 뜸 치료까지 진료 시간은 총 20분. 누군가는 짧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방문 진료 환자에게는 황금보다 더 값진 시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최 원장은 방문 진료가 환자의 만족도와 치료 효과가 뛰어난 반면 개선해야 할 문제점은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선택의료기관을 지정한 환자분이 방문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직접 선택의료기관에 가서 의료급여 의뢰서를 발급받으셔야 해요.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는 불합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진료 시 방문 진료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는데요, 이 양식이 노인, 장애인 등의 환자들에게는 내용이 길고 어려워 작성에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요양 보호사나 가족 등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경우 더욱 힘들어하십니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좀 더 쉽고 간편하게 참여하실 수 있도록 절차와 방법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최승수 원장은 낮은 수가로 인해 방문 진료에 참여하는 한의사의 수가 많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낮은 수가로 인해 한의사의 방문 진료 참여율이 저조합니다. 방문 진료 사업은 포괄수가제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단일 수가로 침 치료, 뜸 치료 등 모든 진료 행위가 일정한 비용으로 책정됩니다. 방문 진료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과 방문 진료 소요 시간 등에 비해 금액이 적게 측정되기 때문에 한의사의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힘듭니다.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어 방문 진료에 참여하는 한의사가 늘어나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주민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아쉬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같은 마음으로, 고된 길을 걷고 있는 한의사분들이 있기에 최승수 원장은 오늘도 힘을 얻는다. 모두가 윤택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의료 정책에서 소외되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고 두 팔 걷고 나서는 모습이 참 의료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궂은날과 더운 날을 가리지 않고 항상 환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인술을 펼치는 모든 한의사 분들을 응원합니다. 힘드시겠지만 환자와 의료복지 종사자들, 함께하는 모든 이들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길을 만들어가 가길 바랍니다."

1)몸을 움직이는 것이 불편해 누워서 지낸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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