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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여는 사람들전통의학의 발전이 곧 세계 보건의료체계 강화

한은경 /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기술관 (Technical Officer)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협력과 연대가 필요한 다양한 보건 문제가 산적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PRO)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공중보건 문제를 해결하고 각국의 보건 정책을 지원하는 세계보건기구의 지역 사무처다. 이곳에서 전통의학의 발전과 한의약의 글로벌 보건 가치 증진에 힘쓰고 있는 한의사가 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한은경 기술관을 만나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의 기술관으로 근무하게 된 계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저는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처(WHO, Western Pacific Regional Office)에서 전통의학을 담당하고 있는 기술관 한은경입니다. 올해 2월에 파견되어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가네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뤄보고 싶어 학부 시절 국제관계학과 역사를 전공했었죠. 뒤이어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한의학을 전공했습니다. 공부할수록 보건학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고 미국 유학을 선택해 보건학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더불어 임상의로서도 꽤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지역사회의 환자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소규모 지역사회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인구집단 기반 사업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 살펴보았죠. 마침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WHO 전통의학 기술관 모집공고를 보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 한국한의약진흥원과 함께 참여한 서태평양회원국 전통의학 자문회의
Q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서 주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A

WHO 직원은 국제기구에 소속된 국제공무원이며 외교관에 해당하는 비자로 일을 합니다. 저는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전통의학 기술관으로서 세계 각국의 전통의학의 품질과 접근성을 높이고 WPRO 회원국인 37개 나라에서 각 국가의 상황에 가장 맞는 보건의료 시스템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특히 일차의료 체계를 강화하고 보편적 의료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1)을 이루기 위해 여러 부서와 협력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양 부족과 만성질환, 고령화와 코로나19 이후 감염성 질환 같은 이중 부담을 각국 정부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WHO뿐만 아니라 회원국 공동의 지혜와 힘을 모아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Q

고령화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현안 중 하나인데요, 한의약의 역할에 대해 주목하게 됩니다.

A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는 건강한 노화(Health Ageing), 노인 장기요양(Long-term Care)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통의학 기술관의 관점에서 보면, 전통의학은 비침습적2)이고 환자 친화적인 방법으로 진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령자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인 치료에서 전통의학의 역할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사례는 통합의료의 우수한 임상 현장이나 연구 결과물입니다. 예를 들어 만성 통증이나 근감소증의 경우,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잖아요. 통합의료로 관리했을 때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주제죠. 특히 한국은 한의약을 활용해 보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고, 이미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좋은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라오스의 전통의학 역량 강화를 위한 출장
Q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는 통합의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A

서태평양지역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통의학이 발달한 국가들이 있습니다. WHO를 구성하는 여섯 개 지역 중에서도 전통의학 부문에서 통합이 가장 많이 진전된 대한민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지역의 회원국이 포함되어 있어 풍성한 연구 성과와 고품질의 규제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지역의 회원국이라고 해도 태평양 지역의 많은 섬나라에서는 현재도 의약품, 보건 인력 및 시설(병상 등)의 확보, 법령과 규제 등 전반적인 보건의료 체계의 구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전통의학은 사람들이 접하는 첫 번째 의료수단으로서의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보건의료 체계 안에서의 통합 정도는 매우 낮아요. 그래서 ‘잘 발전된 규제체계는 어떤 모습인가?’, ‘이미 통합이 상당히 진전된 국가에서 전통의학 관련 면허 체계와 기본 법 체계는 어떤 모습으로 마련되어 왔나?’ 이런 질문들을 해 오십니다. 각국이 당면한 문제와 대처방안을 찾기 위해 서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전통의학이라는 자원을 좀 더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자면, 각 나라의 법과 정책에 ‘전통의학’에 관한 부분이 명시되도록 지원하는 한편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근거를 활용해 더 튼튼한 규제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워크숍을 조직하기도 하고요, 교육과 훈련 등의 방법에 대해 기술지원하거나 약용식물 정보나 지적 재산권 보존과 관련된 활동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또한, 전통의학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서태평양지역의 전통의학 연구기관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협력센터(WHO CC)와 회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2024년 9월 제주에서 열린 전통의약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은경 기술관
Q

근무하시면서 최근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가 있었다면?

A

WHO는 규제역량 강화 활동의 일환으로 글로벌 벤치마킹(GBT)3)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고 수준의 성숙도인 4등급(Maturity Level 4)을 받기도 했습니다. 나라마다 규제역량에 차이가 있는데요, 최근 파푸아뉴기니에서 글로벌 벤치마킹이 시행되었어요. 파푸아뉴기니는 의료자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입니다. GBT 등급 중 가장 낮은 1등급에 해당하는 지표가 많습니다. 의사 수나 필수 의약품의 확보 등 여러 가지 여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800여 개의 섬나라로 이루어져 있어 일차의료 처치를 위해서 배를 타고 인근 섬의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 의료 취약지예요. 여기에서 GBT 활동 수행 중, 전통의학 분야의 규제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알아보았고 우리나라와 같은 의료인 면허제도나 전통 의약품 규제 여건 등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우선 현황에 대한 조사와 연구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보건의료 시스템이 갖춰지기 위해서 해당 국가의 정치, 경제, 산업 그리고 전통의학을 이용하는 문화적 특성까지 폭넓게 고려되어야만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개인으로서는 한계가 있지만, 각자의 경험과 관찰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소통함으로써 공동의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공동체’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가시적인 구조물이 세계보건기구라는 조직으로 존재하는 것이지요.

Q

WHO에서 근무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하나요?

A

평소 많이 듣는 질문인데요, 불어와 중국어 등 다른 공용어가 있지만 영어로 말하고 공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업무의 기본입니다. 단순히 의사소통을 넘어서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회의에서는 여러 의견차를 원활히 조율해야 하기에 언어를 학습할 때 외교관의 마음가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업무의 특성상 출장이 잦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사무실에서도 여러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지닌 동료들과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합니다. 그렇기에 문화적 포용력을 키워야 하겠지요.

학생으로서 진로를 고민한다면, 국제기구 인턴십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꼭 WHO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국제기구 활동을 경험할 기회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무 차원에서는 보건학 석사 학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사 학위는 필수가 아니지만 자신의 전문성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국제기구 경험이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정해진 길은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가진 경험과 관심을 바탕으로 ‘국제사회 공동의 이익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A

한국한의약진흥원 세계화센터의 도움에 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한국한의약진흥원의 활동 또한 한층 넓고 깊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1) 모든 사람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을 의미
  • 2) 수술이나 절개를 하지 않는 것
  • 3) 의약품·백신 규제시스템 글로벌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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