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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여는 사람들중동에서 한의약을 알리는
‘카타르 1호 한의사’

이승민 / 한국의료센터(Korean Medical Center) 한의사

최근 한의약은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서양 국가뿐만 아니라 중동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최전선에서 이끄는 인물이 바로 카타르의 제1호 한의사, 이승민 한의사다. 대학 시절부터 한의약의 세계화를 꿈꾸며, 다양한 해외 경험을 쌓아온 그는 지난해 카타르에 개원한 한국의료센터(Korean Medical Center)에서 한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중동 현지에서 한의약의 효과와 가능성을 알리며 한의약 세계화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Q

카타르의 한국의료센터(Korean Medical Center)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한국의료센터는 카타르 신도시 루사일에 위치한 10층 규모의 대형 병원으로, 중동 환자들에게 한국의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근골격계 통증 치료와 재활 물리치료 분야를 중심으로 한의약 치료를 담당하면서 성형외과, 치과, 건강검진센터, 가정의학과, 소아과, 산부인과, 안과 등 다양한 진료 과목의 의료진과 협력하여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

한국의료센터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사람과 질병을 바라보는 한의약적 치료 방식에 매력을 느껴 한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입학할 때부터 한의약의 세계화를 꿈꿔왔으며 임상에서 환자들을 만나면서 한의약에 대한 사랑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졸업 후에는 한의약의 우수성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책을 쓰고, 강의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의약을 가르치면서 꾸준한 임상 경험이 있어야 관련 자료와 정보가 축적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카타르에서 한의사를 찾고 있다는 소식에 고민 없이 한국의료센터에 지원했습니다. 제가 바라는 세계화와 임상이라는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는 매력적인 제안이었죠.

Q

한의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은 주로 어떤 질환을 앓고 있나요?

A

개원 초기에는 난치성 통증 환자들이 많이 찾아왔습니다.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자 한국 의료진이 근무하는 새로운 병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한 겁니다. 기존의 치료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은 분들이어서 부담도 컸지만 한 분 한 분 성실하게, 기본에 충실하면서 진료를 해나갔습니다. 다행히 환자분들에게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입소문으로 점차 환자도 늘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허리 디스크 수술 후 후유증으로 만성 요각통1)과 허리 및 다리 통증을 겪는 환자들도 한의약 치료를 찾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카타르 지역의 보험사와 한국의료센터가 협력병원으로 계약을 한 이후에는 보험 혜택에 침 치료도 포함이 되어 있어서 경항통2) 환자들도 많이들 찾아오고 있습니다.

Q

카타르의 의료 서비스는 어떤가요?

A

카타르에는 한국처럼 국가 차원의 건강보험 제도는 없지만, 자국민에게는 무료 치료가 제공됩니다.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외국인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사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만약 사보험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안내해주기도 합니다.

카타르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큰 병원 중 한방 치료를 제공하는 곳은 저희 센터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요?

A

허리 수술을 받은 후에도 3년 동안 다리 저림과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침 치료를 받으면서 통증이 눈에 띄게 완화되었고, 다섯 번의 치료 만에 완치되셨어요. 환자분께서 직접 통증 변화를 그래프로 그려 저에게 보여주며 너무 기뻐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때 받은 그래프는 지금도 제 책상 서랍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습니다.

Q

한의 치료에 대해 거부감이나 편견을 가진 환자는 없나요?

A

2019년에 미국에서 한의원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와 비교해 보면 중동 환자들은 미국 환자들보다 부항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적습니다. 중동 지역에서 여전히 전통의약이 널리 활용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특히 이슬람 율법에서도 부항이 중요한 치료법으로 기록되어 있어, 부항 치료를 제공하면 많은 환자가 반가워합니다.

한국의료센터라는 특성상 침 치료를 ‘Korean Acupuncture(한국 침)’라고 부르는데, 환자들이 중국 침과의 차이에 대해 자주 질문합니다. 그럴 때면 “한국과 중국 침은 기본적으로 동일하지만, 각 나라의 특성과 성향에 따라 사용하는 도구나 혈자리 선택에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해 드립니다. 또한 중동 환자들은 한약 치료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한약을 찾는 환자가 예상보다 많아 한국의 우수한 한약 치료를 중동에 어떻게 도입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카타르에서 진료를 보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A

처음에는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낯선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면서 한의약이 낯선 환자들을 진료하는 건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중동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 Acupuncturist(미국 한의사, 침구사)가 아닌 Korean Medicine Doctor License(한국 한의사) 자격을 별도로 취득하려고 노력했는데 승인을 받지 못한 것입니다. 지금 떠올려도 아쉬움이 큽니다.

이런 자격 취득뿐만 아니라 현재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카타르에서는 침과 부항만 허용됩니다. 그런데 중동에서는 다른 의료 직군도 IMS(Dry Needling)3) 침법을 활용해 근육을 자극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시술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리치료사나 재활의학과에서도 필요에 따라 IMS 치료를 시행할 수 있죠. 이로 인해 한의사로서 IMS를 비롯한 다양한 침법을 활용해 통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침과 부항만을 활용해야 한다는 제한적인 조건에 대한 고민도 컸습니다. 다행히 전기침을 활용할 수 있었고, 해외에는 없는 나노침과 화타침을 한국에서 도입해 치료에 적용하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근 카타르 공공보건부(MOPH)에서 열린 위원회에서 한국의 한의약 제도와 한의사의 역할, 교육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한국의 한의약이 최신 기술과 연구를 접목하며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약침, 도침, 매선 등 다양한 현대 한의약 침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미국에서의 한의 치료는 카타르와는 어떤 점이 달랐나요?

A

카타르보다 미국에서 한의약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중동 지역 환자들은 전통의약과 한의약에 비교적 개방적인 반면, 미국에서는 침 치료에 대한 인식이 낮거나 의구심을 갖는 환자들이 많아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병원이나 기관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 개원을 준비하다 보니 홍보, 진료, 서류 작업 등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특히 미국 의료보험이 왜 악명 높은지를 뼈저리게 실감했는데요, 보험 환자 한 명을 치료한 뒤 처리해야 할 서류가 너무 많아 결국 보험 서류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따로 들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먼저 미국에 정착해 진료를 보고 있는 선배 한의사들과 현지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카타르보다 정착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어쩌면 이런 경험과 실수 덕분에 카타르에서 적응하는 게 조금 더 수월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한국한의약진흥원의 한의약 교육 세계화 사업에도 참여하셨다고요.

A

한국한의약진흥원의 한의약 교육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동의보감 아카데미’에 참여해 수년간 활동했었습니다. 미국의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미네소타, 시카고 등 여러 지역을 방문해 한의약을 알리고 영문판 <동의보감>을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한의약을 배울 수 있는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한의약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의약의 세계화라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어 큰 설렘을 느꼈던 것 같아요.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임상가, 교수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사암침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한의약의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연구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현재 카타르에서 한의약을 홍보하는 데에도 소중한 밑거름이 된 것 같습니다.

Q

해외에서 한의약이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현대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치료하기 어려운 영역은 존재합니다. 이런 영역에서 한의약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어 점점 더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년간 여러 병원을 전전해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던 환자들이 한의약으로 증상이 개선되고, 이런 사례가 알려지면서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한의약을 선택합니다. 만약 한의 치료를 받고 호전되는 사례가 극소수였다면 한의약이 이렇게 세계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통증 치료는 원인이 복합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인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한의약의 치료 방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전 세계 많은 연구자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침 치료의 진통 효과에 대한 근거가 축적되면서 한의약의 입지가 더욱 확장되고 있습니다.

Q

한의약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과 지원이 필요한가요?

A

해외에 있다 보니 한의약이 임상적 활용뿐만 아니라 연구, 기기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외 의료 시장에서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게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지원하는 ‘동의보감 아카데미’에서 활동하면서 매년 한의약에 대한 인지도가 점차 높아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료센터(KMC)의 파트너로 협력하고 있는 안강병원은 보건산업진흥원의 ‘2023년 프로젝트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KMC 개원의 본격화 단계에서 직접적인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이어진다면 한의약의 세계화는 시간 문제라고 확신합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요?

A

어쩌다 보니 카타르까지 오게 되었지만, 하루하루가 꿈속에 사는 것처럼 행복합니다. 이곳에 오기까지 저를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시며 이끌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분들께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구독자분들께서 혹시 카타르에 방문하시게 된다면 어려워 마시고 언제든지 연락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1)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일컫는 한의약에서의 질환을 뜻한다.
  • 2) 목의 전 반향의 근육, 인대 등 연부 조직이 당기고 아픈 증상
  • 3) 침을 이용 근육을 자극해 통증을 없애는 시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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