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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한의약한의약 건강돌봄, 지자체 등
다방면에서 힘을 모을 때 더 큰 시너지

김권희 /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의료혜택이 닿지 않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한국한의약진흥원은 2021년부터 찾아가는 의료·복지서비스인 ‘한의약 건강돌봄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김권희 이사장은 ‘한의약 건강돌봄사업’과 함께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전주시의 '통합돌봄 시범사업'(현재는 노인의료돌봄 시범사업), '재가의료급여 시범사업',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재원지원으로 운영하는 '만성질환 관리사업' 등 다양한 방문진료 사업에 참여하며 찾아가는 돌봄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의료, 복지, 돌봄을 함께 수행하는 한의사

봄과 여름 사이 어느 날,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김권희 이사장과 임하 간호사는 왕진 가방을 들고 문을 나선다.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의 건강 이력과 치료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환자의 질병은 물론 거주 환경이나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의견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도착이다.

두 사람을 애타게 기다렸다는 듯 활짝 열려있는 현관문을 들어서니 환자와 요양보호사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환자는 사춘기 시기에 발생한 소뇌위축증으로 거동이 불편한데 허리와 팔꿈치 통증으로 꾸준히 방문 진료를 받고 있다.

“잘 지내셨어요? 오늘 몸은 어떠세요?” 김권희 이사장의 인사에 환자는 해맑은 웃음으로 반가움을 전한다. 환자의 손을 마주 잡은 김 이사장의 얼굴에도 웃음이 걸렸다.

환자를 만나는 순간부터 진료는 시작이다. 가벼운 인사로 환자의 상태를 살핀 후 통증 부위를 살피고, 약침과 전기침 치료를 진행한다. 진료 차트를 작성하면서도 치료 전후의 불편함을 살피고 재활 운동을 잘하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요양보호사와의 대화도 빼놓지 않는다. 환자의 생활 전반을 살피며 증상이 개선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도 살핀다.

“한의약 건강돌봄사업은 단순히 질환 치료의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 복지, 돌봄을 함께 수행하는 사업입니다. 특히 돌봄치료는 환자들의 주 연령대가 80대와 90대가 많고, 어려운 환경에 처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때문에 증상의 개선과 더불어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일상이 조금 더 나아지도록 살피는 것 또한 치료의 과정입니다.”

김 이사장이 환자의 증상만 살피지 않고 생활 전반을 살피는 이유다.

함께는 보람으로, 환자와의 신뢰는 돌봄사업의 성공으로

김권희 이사장은 ‘한의약 건강돌봄사업’이 생기기 전부터 약 24년을 방문 진료에 참여해 왔다. 그 시간 동안 ‘환자와 친밀한 소통으로 두터운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주 4일 방문 진료를 이어가면서도 힘든 기색 없이 밝게 웃고, 환자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공감하며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살피는 이유다. 이심전심이듯, 김 이사장의 이러한 마음은 보람으로 돌아온다. 김 이사장은 무엇보다 환자와의 신뢰가 돌봄사업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돌봄사업은 치료를 통해 통증을 완화하고 거동 불편을 개선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대상자들의 다양한 불편함을 여러 기관이 협업해서 해결해 주는 것에서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낙상의 위험이 있는 대상자에게는 지자체나 재가센터를 연계해 안전도구를 설치해 주고, 치매 증상이 완연한 상태인데 진단을 받지 않고 방치상태로 지내던 대상자를 치매 진단 후 요양보험 등급을 받게 하는 등 돌봄사업을 수행하며 함께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그러니 돌봄사업의 모든 순간이 제게는 보람입니다.”

김 이사장은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들과 달리 한의약 건강돌봄사업은 다학제로 팀을 이루어 환자를 대하는 사업이라면서 간호사, 사회복지사, 지역자원과의 연계 등 의료복지와 관련된 다방면의 종사자와 함께 힘을 모았을 때 더 큰 시너지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처음 돌봄사업에 참여했을 당시는 김 원장 역시 의료인의 역할에서 돌봄으로 확장하기까지 생소한 부분이 많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 사람의 삶을 함께 돌본다’라는 가치가 가장 큰 보람이라고 설명했다.

한 사람의 돌봄을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할 때

초고령 사회를 앞둔 지금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이제는 노인 한 명을 돌보는 데에도 온 마을이 필요해진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약이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고 김 이사장은 말한다. 그런데 아직은 한의약 건강돌봄사업이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아쉬움을 비춘다.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의 전국적 확대와 권역별 돌봄의료센터 개설, 가치기반 환자중심 의료모델 등 돌봄사업의 확대 방안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봄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서 사업에 필요한 지식이나 교육이 개인의 노력으로 습득하는 것에 의존하고 있어 아쉬움이 큽니다. 돌봄사업이 한의약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돌봄활동에 대한 교육, 다학제 협업에 대한 훈련들이 시급히 도입되고 시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이사장은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기관 특성상 간호사는 물론 지역의 사회복지사들과 협업이 활성화되어 있었고 지역자원들과의 연계활동이 원활했던 것이 돌봄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았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권역(지역)별 돌봄의료센터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 이사장은 “한의약 건강돌봄사업이 지금은 누군가를 위한 돌봄이지만 나아가서는 내 노후를 책임져 주는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돌봄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한다. 오늘도 왕진 가방을 든 그의 손이 보람으로 가벼워질 수 있도록 그의 걸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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