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및 목적
우울증은 정신장애 중 가장 흔하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적으로 2억 6,400만 명 이상이 우울증을 호소하였는데 이는 1990년에 비해 50%나 증가한 수치다. 2019년 전 세계 질병부담 연구에서 우울증은 상위 25개 질환 중 13위로 에이즈, 간경화, 폐암, 두통의 질병부담과 비슷하였다. 2016년 세계정신건강조사(World Mental Health Survey)에서 우울증은 정신장애 중 가장 질병부담이 컸다.
2021년 국내 정신건강실태 역학조사에서 주요우울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7.7%, 1년 유병률은 1.7%로, 평생 유병률은 불안장애, 니코틴 사용장애와 유사하였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2.2배 높았으며, 70세 이상 노인에서 3.1%로 가장 높았다. 통계청의 2021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은 5위로 당뇨병, 알츠하이머병보다 높았다. 특히 1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 명당 명) 비교 시 OECD 평균 11.1명에 비해, 한국은 23.6명(2021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우울증은 자살의 주요 원인이다. 보건복지부의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1~2030)의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가 “정신건강증진 및 자살 예방”으로, 흡연, 음주 등 중독 문제 및 암, 심장질환, 뇌졸중 등 만성질환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거나, 우울증을 동반한다고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우울증은 심근경색 위험을 2.6배, 골밀도 저하에 따라 동반되는 골절 가능성을 1.4~2.3배 증가시킨다. 우울증은 자살, 치매, 심혈관질환, 뇌졸중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높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우울증의 주요 치료법은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비약물요법으로 구분된다. 항우울제는 우울증 치료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치료법이지만 부작용, 치료반응의 제한, 치료저항성 우울증, 소아청소년에서의 자살 위험 증가 등 여러 제한점을 가지고 있다. 한편 인지행동치료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숙련된 시술자가 부족하며, 대화를 통해 진행되므로 접근성이 낮아 활용이 어렵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부작용이 적으면서 기존 우울증 치료법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기 위하여 한약, 침, 심신요법 등 보완통합치료(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medicine)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한의학 분야 임상진료지침 개발이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2016년 한의학연구원에서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와 함께 우울증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였다.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2021~2025)에서는 “한의 의료서비스 체계 개선”의 주요 내용으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을 통한 신뢰성 강화”, 그리고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확산을 통한 한의의료 표준화”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보급해 근거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한의의료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이 과정에서의 한의약 산업을 육성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정부 한의약 발전 정책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2020년 시작된 보건복지부 한의약 분야 국가연구개발사업인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은 가이드라인 개발사업을 통해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 우울증 진료지침이 개발된 지 벌써 7년이 경과하여 최신 근거의 반영이 시급했으며, 2022년 개발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템플릿”이 적용되지 않았다. 또한 국내에서 수행된 임상연구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본 개발그룹은 우울증의 한의학 임상연구를 대상으로 근거중심의학적 방법론을 통해 근거 수집 및 분석을 수행하고 국내 임상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기존 우울증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고도화하였다.
본 임상진료지침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권고를 제시하여 의료인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사용자는 본 지침을 모든 환자에게 획일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되며, 환자의 의학적 및 기타 상황을 고려하여 적용해야 한다. 또한 심각한 우울증 혹은 자살 및 자해의 위험이 있는 경우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효과에 대한 근거수준이 높은 치료는 권장하고 치료의 일관성을 개선하여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한다.
질환 개요
우울증은 슬프고, 공허하거나 과민한 기분이 있으며, 개인의 기능 수행 능력에 영향을 주는 신체적·인지적 변화가 동반되는 것이 특징으로, 하루 대부분의 시간에서 우울한 기분,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 저하, 즐거움의 저하 등을 보이고, 사회적·직업적·기타 중요한 기능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장애를 야기한다. 주요우울장애는 2주 이상의 우울한 기분 혹은 활동에서의 흥미와 즐거움의 감소와 함께 수면, 식욕, 피로, 집중력, 자살사고 등 4가지 이상의 기타 우울증 증상을 보인다. 본 임상진료지침은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The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5, DSM-5)에서 분류하는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우울증상을 가지고 있어 주요우울장애로 진단된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또한 노년기, 갱년기, 산전/산후에 동반된 우울장애를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