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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여는 사람들한의약 문화를 통해
한의약의 가치를 알리다

이상재 /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재 교수는 2011년 9월부터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양생기능의학교실에서 한의학을 가르치고 있다. 양생을 중요시 하는 예방의학을 전공한 그는 자연스럽게 우리 약초의 효능을 알게 되었다. 교수가 되기 전에는 직접 찻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찻집에서 만난 일본인들의 한의약에 대한 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때 한의약을 세계에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이 교수는 2014년 해외 임상가를 위한 한의약 교육 프로그램 ‘동의보감 아카데미’를 기획, 참여하고 있다. 푸드 테라피 전문과정 등 한의약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3년과 2024년에는 일본 현지에서 ‘한방위크’를 진행했다.

한의약을 일본에 알리는 ‘한방위크 2024’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상재 교수
Q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일본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방위크 2024’에서 메인 이벤트인 한방 토크를 진행하셨는데요, 어떠셨나요?

A

지난해 열린 ‘한방위크 2023’에서 한방 토크 이벤트의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올해에는 일본의 유명 배우 코유키 씨가 함께해 현지인들의 호응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코유키 씨는 평소 한의약뿐만 아니라 일본의 한방과 중의약에 대해 관심이 많고 관련 공부도 많이 하시는 분입니다. 특히 출산할 때 한국의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정도로 한의약에 대한 사랑이 남다릅니다. 코유키 씨가 한국 한의원의 진료를 받았던 경험이나 한방 지식을 바탕으로 식생활, 미용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토크 이벤트는 전통 한의약을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할머니 세대는 약초나 한의약에 관한 지식이 많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는 한의약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일본도 비슷하지요. 막상 전통의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더라도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한방위크를 통해 한의약에 대해 소개하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통의약에 대한 정보와 체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의약뿐 아니라 전통의약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건강 관리법부터 체질에 맞는 한방차 만들기까지 일상에서 활용하기 쉬운 한의약 정보를 소개하자 일본 현지인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토크 이벤트로 특별게스트 일본 배우 코유키씨와 함께 한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Q

'한방위크 2024'의 다른 프로그램들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메인이 되는 토크 이벤트 외에도 약초를 전시하여 볼거리를 더했습니다. 한중일의 전통의약에 사용되는 약재는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한국만의 차별성을 보여주고 싶어서 전국의 오일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약초들을 하나둘씩 수집해 전시했습니다.

약초를 사기 위해 오일장에 가보면 솜씨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직접 옻나무로 나물을 묶거나 엮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나무를 묶는 방법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약초 외에도 한의원 진료 체험이나 경복궁의 생과방을 본뜬 궁중차 체험도 진행했습니다.

Q

한의약 세계화를 위해 운영 중인 동의보감 아카데미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한의약 세계화에 관심을 가진 후 무엇보다 필요한 게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보건복지부의 한의약 세계화 사업 기획에 참여하게 되어 한의약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했습니다. 해외 임상가를 위한 동의보감 아카데미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기본적으로 한의약을 소개하되 각 나라별 특성에 맞게, 수요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2014년 일본에서 동의보감 아카데미를 처음 개설했습니다. 당시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류 열풍이 일고 있었고 대장금이나 허준과 같이 한의약 관련 드라마도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었어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의약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개설한 한의약 교육임에도 많은 수강생이 찾아왔습니다. 덕분에 2016년까지 한의약 세계화 사업 과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2017년부터는 예산 지원 없이 일본 현지에서 수강료를 받아 독립적으로 운영할 만큼 수강생이 늘어났습니다.

일본 외에도 미국·독일·프랑스 등지에서 스포츠 한의약, 사암침, 정신건강 등 전문과정의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미연방 침구 및 동양의학 자격인증위원회(NCCAOM) 보수교육 기관으로 인증받아 뉴욕·시카고 등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외국에서 진행하는 한의학 강의는 한국의 한의사분들이 강의를 진행해 한국 대학의 강의 및 교육 과정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외국의 많은 사람이 동양의 의학을 중의학라고 부르고 있었는데요, 현재 한의학 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교과서나 이론들이 중의학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를 보며 한의약의 경쟁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더 많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온라인 교육도 마련했습니다.

한국의 사상체질의학 관련 세미나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한의약만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A

강의를 하면서 한의약과 중의약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의약은 중의약을 바탕으로 하지만 한국의 문화와 결합하여 한국만의 고유한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의약이 가진 특징은 바로 민중의 의학이라는 것입니다. 한의약은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름의 보양 음식인 삼계탕만 하더라도 인삼, 대추와 같은 한방 재료들이 사용됩니다. 차 문화는 동아시아가 전반적으로 발달했으나 기본적으로 녹차에 중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오미자차, 모과차, 인삼차, 대추차, 생강차 등 한방 재료들을 활용해 독특한 차 문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옛날부터 몸이 허하면 직접 약재를 끓여 먹기도 했지요. 차뿐만 아니라 한약재가 들어간 우리나라 전통주나 한방 화장품 또한 꾸준하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듯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게 한의약만의 장점입니다.

또 현대의 한의약은 굉장히 세련됐습니다. 통합적이면서 현대화되어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서양의학과 경쟁하며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불임클리닉, 한방 다이어트 등 새로운 프로그램도 끊임없이 개발되어 왔습니다. 세련된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한의약의 장점을 충분히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부산대 동의보감 아카데미에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푸드 테라피 전문과정을 운영한다고 들었습니다.

A

한의약 해외 교육 이후 더 전문적인 과정을 희망하는 교육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심화 과정인 티 테라피 수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한약재를 달여 마시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현재 7기까지 운영해 300명 정도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티 테라피 과정을 개설했으니 다음에는 푸드 테라피 과정을 계획했습니다. 일본은 약선 요리에 능한 사람도 많고 관심도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약선요리라고 하면 약이 되는 음식을 뜻하는데, 너무 전문적이라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었습니다. 치료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저변 확대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1년에 네 번 푸드 테라피 과정을 진행하는데, 봄에는 봄나물이 주제였습니다. 제가 이론 수업을 맡고 실제 요리 전문가를 초빙하여 실습 강의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야외 풀 워크샵을 통해 먹을 수 있는 봄나물을 직접 채취하기도 했고요. 시골 할머니들이 만드는 음식을 흔히 입과 말로 전해지는 음식, ‘입말 음식’이라고 하는데요, 입말 음식과 궁중 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시도했습니다. 한국은 음식 맛이 좋은데다가 양념도 다양하고 여러 식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일본인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조선왕실차' 체험과 함께 조선왕조의 왕들이 즐겼던 차를 소개하고 있다.
Q

한의약의 해외 진출을 위해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저희가 준비한 교육을 이수한 수강생들이 실제 임상 현장이나 자신의 클리닉에서 한의약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해올 때 보람을 느낍니다. 또 티 테라피를 통해 배운 기술로 차를 직접 끓여 마시며 몸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흐뭇해요.

Q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가 궁금합니다.

A

일본에서는 유료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한방위크를 통해 수강생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해낸 것처럼 미국에서도 독립적인 강의를 운영해 나가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해외에 한의약을 알리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자 합니다.

일본인 참가자들에게 한방차를 소개하는 이상재 교수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요즘 한의원이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임상 한의사들의 고충이 적지 않습니다. 의료로서의 한의약이라고 하면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한의대 졸업생들이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야를 넓혀보면 문화로서의 한의약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문화로서의 한의약은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제품 개발이나 교육, 체험, 투어 등 많은 진로가 있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해 봐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단 한의대 졸업생뿐만 아니라 사회 진출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은 한의약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 다양한 길이 열릴 것 같습니다.

저는 한의약의 본질을 침이나 약이 아닌 몸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인들은 몸에 이상이 있을 때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습니다. 그런데 진단 상 이상이 드러나지 않을 때도 있지요. 평소 내 몸을 스스로 관리하고 싶을 때 한의약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이 전통 지식을 통해 몸을 살폈듯이 우리 몸을 바라보는 관점들이 한의약을 통해 널리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방위크 2024’의 참여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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