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의 임상에서의 질문이 천연물 소재 연구 개발까지 이어지는 과정
기능성 소화불량은 식후 더부룩함, 조기 포만감, 명치 통증이나 화끈거림이 반복되지만 증상을 설명할 구조적 이상이 뚜렷하지 않은 질환이다. 한의 임상에서는 오래전부터 평위산 등과 같은 처방을 활용해 왔으며, 최근에는 이러한 경험을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으로 검증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육군자탕과 평위산의 효과를 평가한 다기관 연구에 참여했고, 이후 연구책임자로서 발효 골드키위의 위장관 증상 개선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두 연구는 서로 다른 중재를 다루지만, 환자가 실제로 느끼는 소화불량의 호전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 근거로 만들 것인가라는 공통된 질문에서 출발한다.
“위내시경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식사만 하면 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합니다.” 진료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조금만 먹어도 금세 배가 부르고, 식후 불편감이 오래 지속되거나 명치가 아프고 쓰린 증상이 반복된다면 기능성 소화불량을 생각할 수 있다. 이 질환은 혈압이나 혈당처럼 하나의 수치로 호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가 느끼는 증상을 신뢰성 있게 측정하는 것이 임상연구에서 특히 중요하다.
저자는 먼저 육군자탕과 평위산의 효과를 평가한 다기관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세 곳의 한방병원에서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 140명을 모집해 육군자탕군, 평위산군, 일반관리군으로 나누고 6주간 치료하였다. 주요 평가지표는 총 소화불량 증상점수(TDS)였으며 삶의 질, 심리상태, 한의학적 변증지표와 그렐린도 함께 평가했다. 그 결과 육군자탕과 평위산 모두 일반관리군보다 6주 후 소화불량 증상이 유의하게 더 감소했고, 두 처방 간 전체 효과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후에는 연구책임자로서 발효 골드키위를 이용한 무작위배정·이중눈가림·위약대조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위장관 증상을 가진 성인 100명이 8주간 발효 골드키위 또는 위약을 섭취했고, GSRS와 한국판 Nepean Dyspepsia Index(NDI-K), 기능성 소화불량 관련 삶의 질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발효 골드키위군에서는 위약군보다 여러 위장관 증상과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 삶의 질 지표가 유의하게 개선되었다.
두 연구의 소재는 다르지만 연구자로서 배운 점은 비슷했다. 기능성 소화불량에서는 단순히 “효과가 있다”는 표현보다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했는지, 어떤 증상을 어떤 도구로 측정했는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환자 보고 결과는 주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검증된 평가도구와 엄격한 연구설계를 사용하면 환자의 경험을 중요한 과학적 자료로 바꿀 수 있다.
한의학은 환자의 소화상태뿐 아니라 식욕, 배변, 전신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치료해 왔다. 기능성 소화불량 역시 환자마다 증상 양상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에서 한의학적 접근과 만나는 부분이 많다. 앞으로는 단순히 평균적인 치료효과를 확인하는 데서 더 나아가 어떤 특성을 가진 환자가 어떤 치료에 더 잘 반응하는지를 밝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임상에서 생긴 질문이 잘 설계된 임상시험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가 다시 진료현장에 활용될 때 한의약의 임상경험은 더 단단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저자는 기능성 소화불량 연구와 같은 경험을 통해 한의 임상에서의 진료와 치료 소재를 통해 다른 진료 및 질환 예방을 할 수 있는 소재 개발까지의 연결 과정을 계속 만들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