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 한의약
마음까지 치료하는 한의원
원주 천일한의원

글. 김민진, 사진. 홍승진

한의원을 방문하는 환자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일말의 불안함과 기대감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어떤 치료를 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여기에 생각보다 심한 병이라면 혹은 치료가 너무 아프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이러한 감정은 북적이는 한의원의 입구를 마주하는 순간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환자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이 담긴 이색적인 한의원이 있다.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천일한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내 집 같은 편안함 전하는 한의원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린 2월 중순, 마치 꽃처럼 흩날리는 눈을 헤치고 천일한의원을 찾았다. 원주로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정겨운 시골길. 그 초입을 지키고 서 있는 천일한의원에도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처마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눈은 그대로 녹아 기다랗게 늘어선 처마 물받이를 따라 흘러내린다. 한의원에 들어서기 전, 툇마루에 잠시 앉아 눈비가 세상을 수놓는 광경을 바라본다. 정원에 놓인 나무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지만, 그 안에는 봄을 화려하게 장식할 새순이 잠들어 있음을 알기에 전혀 아쉽지 않다.
그림 같은 풍경에 연신 감탄을 내뱉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정갈하고 단아한 내부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6명 정도 앉을 수 있게 꾸며진 작은 대기실은 소박하지만 깔끔하고 정겨워 안정된 느낌을 준다. 한의원이라는 간판이 없으면 가정집으로 오해하기 딱 좋은 인테리어와 구성이다. 천일한의원의 정우혁 원장은 설계 당시부터 환자들이 최대한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한옥을 원했다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설계를 할 때 건축사님께 요청했던 건 딱 두 가지였습니다. 요란하지 않을 것 그리고 어르신들이 이용에 불편이 없을 것. 다행히 건축사께서 제 바람을 잘 들어주셔서 좋은 공간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원주 상지대학교를 졸업한 정우혁 원장은 지난 2009년 학교 근처에서 천일한의원을 개원했다. 다른 한의원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건물에서 진료를 이어오다가 2022년에 앞으로 평생 진료할 나만의 한의원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으로 한옥으로 된 한의원을 건축했다. 설계부터 인테리어, 오픈, 운영을 하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 원장은 환자에게 편안함을 선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환자가 내 집처럼 편안하고 여유로운 상태에서 진료를 받고 치료받을 수 있는 한의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마음이 편하면 어떤 병이든 금방 극복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아늑하고 정감 가는 디자인으로 구성했습니다.”

건강을 위한 신체와 정신의 밸런스

천일한의원은 한옥으로 조성된 진료동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탕전실로 구성돼 있다. 두 건물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두 개의 마당을 만들어내고, 마당을 비롯한 한옥 전체에는 언제든 따스한 해가 스며들어 힐링 가득한 풍경을 연출한다. 전통적인 한옥 배치인 ‘ㄷ자형’으로 설계된 천일한의원은 2023년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간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지방 소도시의 유일한 한옥 건축물이 수상을 하게 된 배경에는 작은 마을에서 공적인 역할을 하는 한의원의 가치를 눈여겨본 덕분이라는 건축사의 겸양 섞인 소감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독특한 공간은 바로 탕전실이다. 진료동과 별도로 독립되어 구성된 탕전실은 화재 안전을 위해 양옥으로 지어졌지만, 붉은 벽돌을 사용해 한옥과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탕전실 안에는 전문 인력이 상주해 꾸준히 탕약을 만들며 관리하고 있다. 멸균실이나 조리실처럼 탕전실을 방문하는 모든 인력은 마스크와 위생모를 필수 착용하는 등 위생을 철저히 챙기고 있다. 또 전면을 통유리로 구성해 외부 방문객도 탕전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 원장이 탕약에 유난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한의약이 인체의 균형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병 자체에 집중하는 양방과 달리 한의약은 몸의 균형을 중요시합니다. 신체 활동이 너무 과해서 혹은 반대로 정신적인 활동이나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균형이 깨져 병이 찾아오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어떤 병이 발병하기 전에 신체와 정신의 밸런스를 챙기는 예방의학적 성격이 강합니다.”
평소 건강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알게 모르게 몸의 균형이 무너져 있을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하고, 몸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탕약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환자들에게 한의원보다는 마음 편히 방문할 수 있는 정감 가는 힐링 명소로 기억되고 싶다는 정우혁 원장. 따스한 햇살과 아늑한 나무 냄새가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특별한 곳, 바로 천일한의원이다.

# 천일한의원 해시태그 #

#소박하고 편안한 풍경원 : 고즈넉하고 단아한 한옥으로 조성된 천일한의원은 도심의 소음에서 한 발 벗어난 한의원이다. 마치 자연 속으로 들어온 듯 한의원 곳곳에서 자연스럽고 소박한 풍경이 환자를 맞이한다.

#위생적이고 체계적인 탕전실 : 한의원과 별도로 구성된 공간에서 약을 조제하기에 한의원 내부에서는 한약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위생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탕전실에서는 전문 인력이 매일 한약을 끓이며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

#마음의 안녕까지 신경 쓰는 진료: 몸의 질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불안까지 치료한다는 생각으로 환자의 심리 상태까지 신경 쓰는 세심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모든 공간을 개인실처럼 꾸며 놓았다.

원주에서 만나는 힐링 스폿

상원사_ 치악산의 남쪽 끝 기슭에 있는 절로, 100평 남짓한 돌바닥 위에 세워져 있는 고즈넉한 사찰이다. 치악산의 유래가 된 ‘은혜 갚은 꿩’ 이야기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해발 1,000m 고지대 위에 자리하고 있어 방문하기는 힘들지만, 한 번 찾아가면 꿈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는 명소다.

용소막성당_ 강원도에서 세 번째로 건립된 성당으로, 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한때 일본군에 의해 종이 공출되고, 한국전쟁 때는 공산군이 창고로 사용하는 등 많은 수난을 겪었다. 마치 성당을 호위하듯 열을 지어 서 있는 느티나무와 고딕 양식의 성당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 인생 샷 스폿으로 유명하다.

구룡사_ 원주시 소초면 학곡리에 위치한 절로, 원주 8경의 하나다. 668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이곳은 아홉 마리 용 설화, 거북바위 설화 등 다양한 창건 설화를 가지고 있다. 도선·무학·휴정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고승들이 머물던 사찰로도 알려져 있다. 몇 차례 전소됐음에도 꾸준한 복원과 관리로 천년 고찰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뮤지엄 산_ 1997년 개관한 종이박물관이자 미술관. 2019~2020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소통을 위한 단절’이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직접 설계를 총괄한 명소로, 플라워가든과 워터가든, 본관과 스톤가든, 명상관과 제임스터렐관으로 구분돼 있다.

* 힐링 스폿 사진 출처
용소막성당_천주교 서울대교구
뮤지엄 산_뮤지엄 산 홈페이지
구룡사_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상원사_뉴에이지 평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