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려움증이 심한 편입니다. 무의식적으로 혹은 잠결에 긁어서 피가 맺히고 그 상처 위에 딱지가 앉을 정도입니다. 특히 저는 딱지가 생기면 가만히 두질 못하고 긁어서 떼내야 하는 성미예요. 그러다 보니 팔, 다리, 엉덩이, 등까지 온몸 구석구석 손이 닿는 곳에 흉터가 이만저만 많은 게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도 너무 흉해서 가족 외에는 남들 보여주기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피부과에 다니며 한두 달 약을 먹고, 바르면 좀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멈추면 또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병원에서 피부 보습을 잘 해줘야 한다는 말에 바디로션을 열심히 바르고 있습니다. 다행히 조금은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듣기로는 구기자차가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데 좋다고 하던데요. 하루에 한두 잔씩 챙겨 마시면 좀 덜 가려울까요? 평소 당뇨와 고혈압으로 복용하는 약이 있는데, 구기자차를 꾸준히 마셔도 문제가 없을까요?
권동미(인천시 부평구)
피부의 가려움이 심하고, 몸 전체적으로 피부염을 동반하고 있다면 아토피피부염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부 질환 중에는 아토피피부염 외에도 가려움을 동반하는 증상이 많으니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과잉 열과 독소에 의해 피부 증상이 심해집니다. 이것을 면역이상 반응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피부과에서 주로 처방하는 약은 가려움을 진정시키는 항히스타민제, 염증 개선을 돕는 스테로이드, 2차 감염을 방지하는 항생제 등입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면역억제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피부과 약을 복용하고 연고를 사용하면 증상이 좋아졌다가 약과 연고를 중단하면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 ‘스테로이드 리바운드’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우리 몸의 염증을 개선시키는 조절제 역할을 하지만, 약물 사용을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아토피피부염의 증상 치료를 위해서는 면역 이상을 유발하는 과잉 열과 독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약물 치료와 관리를 병행해야 합니다.
구기자는 성질은 약간 차며, 음정(陰精)과 간신(肝腎)을 강화하는 약재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몸을 보하는 보약(補藥)으로 인체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건강을 회복하도록 돕는 약재입니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에서 이런 보약은 효과가 없거나 반대로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면역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홍삼이나 인삼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면역 강화 과정에서 열이 더 많이 발생하고 피부염이 심해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토피피부염에는 열 진정과 염증 개선 효과를 통해 면역 이상 반응을 억제하는 음식이 좋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 토마토와 양배추가 아토피 증상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피부 증상이 심하다면 구기자는 피하고, 토마토와 양배추를 꾸준히 드실 것을 추천합니다.
초등학생인 딸아이의 피부가 또래보다 많이 예민합니다. 아이 엄마가 아토피 증상이 있어서 어려서부터 음식은 물론 집안 환경까지 꼼꼼하게 신경을 쓰며 키웠습니다. 그 덕분인지 유아기 때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아 한시름 덜었는데,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슬슬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더군요. 최근에는 아이가 부쩍 팔꿈치 안쪽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자는 동안 계속 긁적입니다. 아내가 애가 타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추천받아 아이에게 발라주다가 지금은 달맞이꽃오일이 들어간 크림을 쓰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이 피부에 맞는지 조금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신경을 쓰며 키워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그만그만하지만, 성장하면서 증상이 더 심해질까 봐 걱정이 큽니다. 아내는 달맞이꽃오일이 효능이 있는 것 같다며 영양제를 먹여보자고 하네요. 저는 아이가 아직 어려서 약까지 복용하는 것은 선뜻 내키지가 않습니다. 크림만 발라줘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 거죠. 하지만 아내는 아이가 아토피가 더 심해져 스트레스를 받거나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 전에 예방해야 한다며 벌써 주문해 놓았네요. 영양제라고는 하지만 굳이 아이에게 약까지 먹여야 할지 궁금합니다.
노철민(부산시 기장군)
아토피피부염은 피부에 발생한 염증으로, 심한 가려움을 동반하는 피부 질환입니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알아야 할 것은 아토피피부염이 단순히 피부만의 문제가 아닌 몸의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치료와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토피피부염은 전신적인 면역 질환입니다. 아토피가 장기간 지속되면 알레르기 천식, 알레르기 비염, 과민성 장 증후군과 같이 알레르기 질환을 동반하는 것도 피부만의 문제가 아닌 몸의 면역 이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치료와 관리를 위해서는 몸의 면역력을 개선해 안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피부 가려움 개선을 돕기 위해 보습제나 외용제, 입욕제 등 다양한 관리 제품이 소개되고 있고, 영양제도 이런 제품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달맞이꽃 종자유의 주 성분은 감마리놀렌산입니다. 아토피 환자의 과도한 염증 반응을 줄이고 부작용도 크게 없다고 알려졌으며, 아토피피부염 치료와 관리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달맞이꽃 종자유의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문에서 통일된 의견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오일 사용이나 영양제로 복용 시 효과가 있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참고하세요.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하면서 부모님의 의견이 다른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특히 자녀의 아토피 증상이 심할수록 이런 의견 충돌이 자주 나타납니다. 이 경우 부모 중 한쪽이 치료와 관리의 주도권을 가지고 결정하되, 다른 한쪽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아토피피부염은 면역 이상 반응으로 인해 증상 변화가 쉽게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 악화 시 당황하고 마음이 급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위해서는 아토피 질환을 많이 경험한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