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한의약
강세황 초상과 서산대사 진영을 통해 본
‘손으로 보는 건강’

글. 윤소정(한의사)

강세황 초상, 이명기, 1783년, 비단에 채색, 145.5×94cm, 보물 제590호, 국립중앙박물관

18세기 조선의 화단을 이끌었던 문인 화가 강세황의 초상이다. 그의 나이 70세를 넘어 기로소에 들어갈 때의 모습으로, 정조의 명을 받아 이명기가 열흘 만에 완성했다.
강세황은 사군자, 산수화 등 다양한 소재로 그림을 그렸으며, 한국적인 남종문인화* 풍의 정착에 기여했다. 진경산수화를 발전시키고 음영법, 원근법 등 새로운 서양화법도 수용했다. 자화상을 비롯한 초상화와 인물화, 풍속화에도 관심이 높았다. 김홍도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강세황의 초상을 그린 27세의 젊은 화가 이명기도 만만치 않은 실력파였다. 아버지와 장인 모두 화원 출신이었고, 북경에 가서 서양화법을 공부하기도 했다.
초상에는 화문석 자리 위, 관복을 입고 호피 의자에 앉은 강세황의 전신이 담겨 있다. 왼팔은 의자의 팔걸이에 걸치고, 오른손은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왼손은 옷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오른손의 손가락 정도만 소매 밖으로 드러나 있다. 손톱과 손가락 마디의 생김새까지 자세히 표현한 점이 흥미롭다.

* 남종화는 북종화에 대응하는 말로, 문인들이나 사대부가 주류를 이루는 문인화와 혼용해 남종문인화라고도 부른다. 대개 남종화는 산수화를 의미한다.

손가락과 손톱으로 보는 건강

손가락 끝의 색이 붉고 윤기가 있으며 손끝까지 힘이 있는 것은 기혈 순환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손가락 끝이 희고 창백하면 기혈이 부족해 사지 말단까지 영양 공급이 잘 안 되는 것이고, 어둡고 자주색이면 어혈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기혈의 순환이 나쁜 것이다. 어혈이란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혈액이 정체되면서 노폐물이 많아져 생기는 증상이다. 여성이 월경 시 생리혈의 색이 어둡고 덩어리가 울컥 나오는 것이 대표적인 어혈의 예다.
또한 손톱을 관찰하면 여러 병증을 판단하고, 병의 예후를 짐작할 수 있다. 손톱에는 혈관과 말초신경이 풍부해 기혈의 흐름이 왕성하기 때문에 몸 안에 있는 장부의 상태를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손톱을 눌렀을 때 하얗게 변하고 뗐을 때 붉은색으로 다시 돌아오면 기혈이 잘 흐르는 것이다. 그러나 눌렀다가 뗐을 때 바로 혈색이 돌아오지 않으면 비록 가벼운 병에 걸렸을지라도 예후가 나쁘다.
현대 의학에서도 손톱에 있는 모세혈관을 확대, 검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몸의 미세한 순환의 변화를 알아낸다. 류마티스 질환을 진단하거나 레이노병** 등 말초 순환 장애, 자율신경계 조절 이상 등을 관찰하며, 최근에는 전신 질환인 당뇨병, 고혈압에도 활용한다.

** 추운 곳에 있거나 찬물에 손발을 담글 때 또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에 의해 손가락, 발가락, 코나 귀 등의 끝부분이 혈액 순환 장애를 일으키는 병

손이 자세히 묘사된 서산대사 진영

서산대사 진영, 조선시대, 비단에 채색, 127.2×78.5cm, 국립중앙박물관

다음은 서산대사 휴정의 초상화다. 그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73세의 나이에 승병을 모아 나라를 구하는 데 공을 세웠다. 조선 후기에는 전국의 사찰에서 그의 초상화를 제작했는데,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만 해도 열 점이 넘는다. 이 초상에서 서산대사는 회색 장삼에 붉은 가사를 걸치고 의자에 앉아 있다. 온화한 표정이지만 그 안에 강직한 성격이 엿보인다. 오른손으로는 팔걸이를 잡고, 왼손에는 용머리 장식이 있는 대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다. 불교미술에서는 승려의 초상화를 진영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다른 초상화와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초상에서는 손이 옷에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는데 반해, 승려들의 진영에는 유독 다양한 손의 모습이 많이 묘사돼 있다.

몸 안의 음양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손바닥

《동의보감》에서는 ‘팔다리는 모든 양(陽)의 근본이므로, 양이 왕성해야 팔다리가 튼튼하다. 모든 양은 팔다리에서 그 기를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우리 몸을 음양으로 나눠 보면 안쪽은 음, 바깥쪽은 양이고, 가운데는 음, 가장자리는 양이다. 손발과 팔다리는 몸통에 비해 가장자리에 있으므로 양이 되고, 양에 속하는 부분은 움직임이 활발하다. 손에서도 손등과 손바닥을 비교해 보면 손바닥은 안쪽이므로 음이고, 바깥인 손등은 양이 되는데, 음에 속하는 곳은 양에 비해 부드럽고 약하다. 손은 양이지만 손등과 손바닥은 다시 음양으로 나눌 수 있고, 음양은 계속해서 분화할 수 있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손의 두께가 두툼하고 단단한 사람은 정기와 활력이 왕성하며, 손바닥에 탄력이 없어 연약하고 두께가 얇은 사람은 몸이 약하다. 이때 단단한 것은 딱딱하게 굳은 것과는 다른데, 손바닥에 살이 없고 뻣뻣하게 굳으면 소화 기능이 약하다. 손바닥이 자주색을 띠면 혈액 순환이 좋지 않고, 진한 붉은색이면 심화가 있는 것으로 마음속에 울화가 있어서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러움을 느낀다. 적당히 단단한 느낌을 주고 부드러우며 담홍빛의 살집이 있고 윤기와 탄력이 있는 손바닥을 가진 사람은 체질이 건강하고 생기가 충만하다.
몸속의 한열 상태, 즉 열이 나는지 차가운지는 손바닥을 보면 알 수 있다. 손바닥이 뜨거우면 몸 안에 열이 있는 것이며, 손바닥이 차면 몸 안쪽도 찬 것이다. 조선시대 왕의 상당수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심열(心熱)***이 있었는데, 이때도 손바닥에 열이 나는 증상이 있었다. 중종은 혀가 갈라지고 입이 마르고 손바닥에 번열이 있었는데, 점점 심해져 호흡이 급해지고 대변은 건조해졌다. 그의 아들인 인종은 술 취한 사람처럼 눈동자를 시원히 뜨지 못하고 손바닥이 매우 더운 증상이 있었는데, 당시 의관은 더위에 상한 데다 정신을 지나치게 써서 심열 증세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 심장에 생긴 여러 가지 열증. 심기(心氣)나 심화(心火)가 왕성해서 생긴다.

윤소정

여해한의원에서 일하고 있다. 의미 있는 의학이자 과학의 가치를 지닌 한의학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쉽고 재미있는 한의학을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년을 위한 동의보감 이야기》, 《한의대로 가는 길》, 《얼굴과 몸을 살펴 건강을 안다》, 《유비백세》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