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이세린(통인한의원 원장)
“요 며칠 동안 머리가 너무 무거워요.”
“다리가 저리고 아파서 자다가 자꾸 깨요.”
“근래 잠 같은 잠을 못 잤어요.”
“목이 안 움직여요.”
“토할 것처럼 메스꺼워요.”
한의원에 내원하시는 분들의 첫 표정은 대체로 밝지 못합니다.
삶과 건강에서의 여러 문제들을 안고 오기 때문이죠.
진료를 보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는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왜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자녀가 매일 아픈 사람과
마주해야 하는 직업을 갖길 원할까?’
당시엔 환자와의 라포(rapport,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뤄진 인간관계)가 정확히 뭘 뜻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제 의문들에 대한 답이
자연스럽게 나오더군요.
어제까지만 해도 세상 제일 무뚝뚝해 보이던 환자분이
오늘은 미소를 지으며 올 때,
허리로 찾아왔던 분께서 치료 종료 후
어깨 통증으로 다시 저를 찾아주실 때,
의사를 하는 이유는 어두운 환자의 얼굴을
밝혀주기 위해서라는 것.
환자와의 라포에 있어 첫 단추는 일단 그를 낫게
하는 것임을 천천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저 그늘 밑에 어떤 웃음이 숨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기도 합니다.
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앞으로도 환자들의 다양한 표정을
되찾아 주는 한의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