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회식이 잦고 모임도 많아지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시는 편입니다. 평소 술을 즐겨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방간도 생겼습니다. 제 주변 또래 직장인 중 지방간 없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나름 컨디션 조절을 위해 술 마신 다음 날에는 음식도 더 잘 챙겨 먹고 휴식도 취하려 애쓰고 있지만, 자꾸 몸이 축축 늘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최근에는 부쩍 피곤하고 잠을 자고 나도 개운하지가 않아서 뭘 좀 챙겨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직장 동료가 지방간에 개똥쑥이 좋다는 말을 하더군요. 환으로 된 제품이 먹기도 편하다며 권하던데요. 그런데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환이나 건강즙을 피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서 고민입니다. 콜레스테롤이 높은 편이라 평소 양파즙을 매일 챙겨먹고 있는데, 환까지 먹으면 괜히 간에 무리가 되는 건 아닐까 염려가 됩니다. 개똥쑥이 정말 지방간에 효과가 있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먹는 게 좋은지 궁금합니다.
박남기(경기도 성남시)
‘개똥쑥’은 2015년 중국의 투유유 교수가 개똥쑥(靑蒿, Artemisia annua) 성분으로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한약재입니다. 쑥은 봄철 대표적인 식물로 숙취 해소를 돕고 간 보호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쑥이 간에 좋다’고 막연하게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데요. ‘지방간에 개똥쑥환이 좋다더라’라고 해서 마치 개똥쑥을 지방간의 만병통치약처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개똥쑥환의 경우 ‘한약재’가 아닌 ‘식품’ 형태로 유통되다 보니, 개인의 증상과 질환을 고려한 효과적인 약재로서의 용량, 유효성 및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개똥쑥의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 성분은 약물대사효소인 시토크롬(cytochrome) P450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기저질환으로 복용 중인 중요한 약이 있는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술을 자주 마셔 발생한 지방간의 경우 가장 시급한 해결책은 금주를 하는 것인데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금주를 실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실 수밖에 없고, 지방간 외에도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증후군까지 동반한 경우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깊이 인지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뭘 좀 챙겨먹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좀 덜 먹고 더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체중 감량, 식이 조절, 운동 이 세 가지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시되, 치료약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한의사와 치료 방향과 방법에 대해 상담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최근 몇 개월간 야근이 잦은 탓인지 평소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안색이 안 좋아진 것 같다는 말을 들어 그동안 미뤄둔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얼마 전에 결과를 받았는데 간 수치가 살짝 높다고 하더군요. 아직까지는 약을 복용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간 관련 가족력이 있어서 걱정이 큽니다. 평소 술자리를 피하고 체중 및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명상과 요가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간 수치가 높다는 결과를 받고 나니 이래저래 실망감이 크네요. 마음이 심란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간 수치가 높을 때는 벌나무즙을 마시면 효과가 있다고 하던데, 꾸준히 섭취하면 간 수치 개선이나 간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까요? 즙이 아닌 차나 가루, 식초 제품도 있던데 어떤 형태로 복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을까요?
곽은미(전북 전주시)
간은 우리 몸에서 각종 대사, 해독, 면역 등과 관련해 인체의 항상성 유지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간에 문제가 생기면 피로감, 무기력, 소화 장애, 복부 불편감 등 다양한 범주의 불편한 증상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독자분처럼 평소 아침 기상이 힘들고 안색도 안 좋아 스스로 술자리를 피하며 여러 노력을 했는데도 건강검진 혈액검사상 간 수치가 약간 높고, 간 질환 관련 가족력까지 있다면 간 건강을 챙기기 위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점은 건강검진 결과에 실망하고 걱정하면서 간에 좋은 약재나 음식을 검색하기보다는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자세한 병력 청취와 신체 검진 및 각종 혈액검사, 영상검사 등의 결과를 토대로 간의 어떤 기능이 저하돼 있는지, 간실질 내 병변은 없는지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평상시 규칙적인 수면과 올바른 생활 습관 및 스트레스 관리를 하면서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을 추천하며, 피로 등의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한의사와 상담 후 한약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벌나무(산청목, Acer tegmentosum)는 벌이 많이 모여드는 나무여서 붙여진 이름으로, 1980년대 한 저서에서 간경화, 간옹, 간암 등 여러 간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서술돼 있고, 간 건강관리를 위해 벌나무즙을 챙겨 먹는다고 소개되기도 하는데요. 벌나무는 한의사가 간질환 치료를 위해 빈용하는 한약재가 아니기도 하고, 벌나무즙이 간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도 개인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벌나무즙의 추출 방법, 추출 시간, 추출에 사용된 부위(줄기, 잎, 가지 등)에 따라 효능이나 부작용이 각양각색일 수 있습니다. 특히 간 기능 이상자나 간 건강을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경우라면 벌나무즙 등을 개인적으로 구매해 복용하는 행위는 조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