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테마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에
간 건강 챙기기

글. 장은경(경희대학교한방병원 간장‧조혈내과 임상부교수)

코로나19 격리 의무가 사라지고 일상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음주 소비량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의 ‘2022년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서도 월간 음주율과 고위험 음주율은 57.7%와 12.6%로, 전년 대비 각각 4.0%, 1.6%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술 마시며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좋아하고 술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무작정 마시다보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특히 연말연시에 줄줄이 잡혀 있는 술자리는 한국인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간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술 마신 다음 날 겪는 증상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약 75%가 숙취(宿醉, hangover)를 경험한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하거나 급하게 마실수록 두통, 구토, 갈증, 미식거림, 위장 장애, 두근거림, 어지럼증, 졸림, 피로 및 떨림 등의 숙취 증상이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숙취 증상 중 일부는 혈중 호르몬 변화에 의해 야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바소프레신이라는 항이뇨 호르몬 분비가 감소되면서 잦은 배뇨와 탈수를 유발하기도 하고,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뾰루지가 생기거나 여드름이 심해지기도 한다. 또한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오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지만, 알코올이 깊은 수면을 방해해 다음 날 일찍 잠을 깨고, 자고 나도 몸이 찌뿌둥하고 개운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숙취 증상은 보통 과음한 다음 날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에 가까워질 때부터 발생하는 일종의 부정적인 정신적, 신체적 증상의 조합이다. 24시간 지속될 수 있는데, 심한 경우 더 오래가기도 한다.

술을 많이 마시면 정말 간 건강을 해칠까?

음주가 각종 질병과 사망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온 사실이다. 알코올은 악성 신생물, 당뇨, 심혈관 질환 등을 포함해 60가지가 넘는 다양한 질병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대표적 질환이 알코올 간질환이다. 간은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과도한 음주는 지방간, 간염, 간경변증, 간세포암 등 다양한 유형의 간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지방간은 음주로 인한 간 손상의 첫 징후이자 가장 흔한 병변이다. 일반적으로 금주 또는 절주를 잘 지키면 정상 간으로의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간염, 간경변 등으로 진행된 단계의 중증도와 위해성은 상당히 크다고 알려져 있다. 술을 마신 기간이 길고 음주량이 많을수록 알코올 간질환의 발생률과 위험도는 증가한다. 알코올 간질환은 여전히 간 관련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고되고 있다.

숙취 해소와 간 건강을 위한 노력

숙취를 피하면서도 간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첫 단계는 ‘저위험 음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것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는 건강을 해치지 않고 마실 수 있는 저위험 음주량으로 술자리는 주 1회 이하로 하되, 소주잔 기준으로 남자는 5잔, 여자는 2.5잔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1주에 2회 이상, 표준잔으로 5잔 이상 마시면 폭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술모임 횟수는 1주에 2회를 넘지 않는 것이 좋고 소주는 5잔 이상 마시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알코올 분해효소의 유전적 차이 등 개인차에 따라 저위험 음주량도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숙취 증상은 일반적으로 24시간 내 완화되기 때문에 숙취를 끝내기 위한 노력은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음주 전에 미리 든든하게 음식을 먹어두거나 음주 중간에 안주를 잘 챙겨먹으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알코올과 함께 음식을 섭취하면 술만 마시는 것보다 최대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가 감소하고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고단백 식사가 고탄수화물, 고지방 식사보다 혈중 알코올 농도 최댓값을 더 낮추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서 고단백 안주를 함께 챙겨 먹는 것이 좋다. 또한 고기, 생선, 조개류, 아보카도, 콩과 식물, 통곡물, 버섯 등 아연과 니코틴산이 풍부한 음식도 알코올의 효율적 산화를 도와 숙취 빈도 및 정도를 줄일 수 있어 추천되는 안주다. 하지만 무엇보다 숙취 해소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충분한 물 섭취다. 알코올 분해를 위해서는 10배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물을 넉넉히 마시는 것이 좋다. 이온음료는 전해질 보충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아침 해장술은 절대 금물이다. 과음을 한 후에는 간이 알코올을 해독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일정 기간 단주하며 충분히 쉬는 것이 좋고, 휴식하는 동안 시래기국, 콩나물국, 북어국, 재첩국, 미나리무국 등을 먹으면서 간 해독에 도움을 주는 귤피차, 녹차, 헛개나무열매차도 챙겨 마시도록 한다.

음주와 숙취에 좋은 한의약적 처방

습관적 음주, 어쩔 수 없는 과음과 폭음으로 숙취 증상이 심하게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 한의학에서는 숙취를 습열(濕熱)로 보아 땀을 내고 배뇨를 통해 주독(酒毒)을 제거하는 처방을 바탕으로 개별 증상에 맞게 한약재를 가감하여 치료한다. 예를 들어 술을 많이 마신 후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우면서 구토 등을 하는 경우에는 대금음자 처방에 말린 칡뿌리, 적복령, 반하강제를 추가해 복용할 수 있다. 이는 알코올을 분해해 해독 작용을 도우면서 과음으로 손상된 비위 기능을 활성화해 숙취를 다스리는 데 유효하다. 습관적 음주자가 술 마신 다음 날 아침 헛구역질을 하면서 메스꺼움을 느끼는 경우에는 황련, 반하, 과루인, 감초로 구성된 열담(熱痰)을 치료하는 소조중탕도 도움이 된다. 반복적 음주와 과음으로 간 기능 이상이나 간 손상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환자의 임상 증상, 음주 양태, 혈액 검사 결과 등을 고려해 금주침 치료와 함께 청간해주탕, 인진사령산, 갈화해성탕 등 다양한 처방을 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