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한의약
이의현과 신사철의 초상으로 본
‘귀가 알려주는 질병’

글. 윤소정(한의사)

이의현 초상(기사경회첩 수록), 조선 후기, 53.2×37.6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 후기의 문신이었던 이의현(1669~1745)의 초상이다. 《기사경회첩》에 수록됐으며, 1744년 영조가 기로소에 들어간 것을 기념해 제작한 것이다. 기로소는 조선시대의 국가 원로 우대 기관으로, 70세가 넘은 정2품 이상의 관료들과 60세 이상 된 왕이 들어갈 수 있었다.
이의현은 글을 잘 쓰고 글씨가 뛰어난 서예가였으며, 영의정이라는 높은 벼슬을 지냈으면서도 청렴하고 검소한 청백리로 유명했다. 이 초상화는 이의현이 76세일 때의 모습을 담고 있다. 초상에서는 그의 이목구비부터 하얀 머리카락과 수염, 이마의 주름까지 세세히 표현하고 있다. 천연두(마마)를 앓았던 흔적도 보인다.

신장과 관련이 있는 귀

《동의보감 외형편: 귀》에 ‘귀는 신(腎)과 관련된 구멍이다’, ‘신은 귀를 주관한다’라는 말이 있다. 또한 ‘신장은 정(精)을 저장한다’, ‘정기가 몹시 허약하게 되면 귀가 먹는다’라고도 써 있다. 신장의 기운은 귀로 통하므로 신장의 기가 조화로우면 귀가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과로로 기혈이 손상되고 신장이 상하고 정기가 허약해지면 귀가 먹어서 들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손으로 귓바퀴를 자주 문지르고 만져주면, 신장의 기운을 보하여 귀가 먹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때 신장이란 해부학적인 콩팥(kidney)보다 넓은 개념으로 정력과 생식 활동까지 포함한다. 다시 말해서 한의학에서의 신장은 인체의 정기를 담고 있으며, 노화와 가장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장기다. 이러한 신장의 상태를 겉으로 보아 예측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관이 바로 귀인 셈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신장은 듣는 것을 주관하므로 청력이 좋은지 나쁜지를 보고 신장의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의 오래된 한의서 《황제내경: 영추》*에는 ‘귀가 높이 올라가 있으면 신장도 높이 있고, 귀가 뒤쪽 아래로 숨은 사람은 신장이 아래로 처져 있다. 귀가 단단하면 신장도 단단하고, 귀가 얇고 단단하지 못하면 신장도 약하다. 귀가 제 위치에 있으면 신장이 똑바르고, 한쪽 귀가 치우쳐 높이 있으면 한쪽 신장도 치우쳐 기울어져 있다’라고 하여 귀와 신장이 직접적으로 관계된다고 적혀 있다. 코는 폐, 입은 비위와 관련이 있듯이 귀는 신장과 관련이 있다. 인체의 생명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통로를 통해서 기(에너지)를 얻는다. 첫째는 자연으로부터 코를 거쳐 폐를 통해 호흡으로 받은 기, 이것을 청기라고 한다. 두 번째는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해 비장의 소화를 거쳐 받은 기인데, 이는 수곡의 정기(곡기, 영양물질을 말한다)다. 여기에 더해 부모로부터 받은 선천의 정기가 있는데, 신장은 이와 관련이 깊다. 신장의 정기는 청기와 수곡의 정기에 비해 보다 근원적인 것으로, 천진지기(하늘로부터 받은 참된 기운)라고도 부른다. 이토록 중요한 정기를 담고 있는 신장이기에, 신장과 연결된 귀를 살펴 병을 진단하는 방법은 ‘찰이(귀를 살피다, 관찰하다)’, ‘망이(귀를 보다)’, ‘진이(귀를 진찰하다)’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리며 한의학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금연과 다이어트를 위한 이침(귀에 침을 놓아 다양한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현재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 《황제내경》은 총 18권(《소문》 9권, 《영추》 9권)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영추》는 침과 뜸, 경락에 관해 설명한다.
** 현재의 이침 요법은 1956년 프랑스 의사 폴 노지에(Paul Nogier)가 국제침구학회에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뇌혈관·심혈관 질환을 알려주는 귓불의 주름

신사철 초상(명신초상화첩 수록), 조선 후기, 28.3×39.1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다음은 《명신초상화첩》에 수록돼 있으며, 이의현과 동시대를 살았던 신사철(1671~1759)의 초상이다. 정면이 아니라 약간 오른쪽을 향해 있는 구도가 이의현의 초상과 비슷하다. 《기사경회첩》에도 신사철(74세)의 초상이 있으나, 정면을 보고 있는 모습이라 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초상에서도 그렇지만 사람의 인상이나 얼굴을 볼 때 귀는 존재감이 약하다. 하지만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인 만큼 귀에 주목해서 초상을 살펴보자. 이의현은 귓바퀴의 생김새가 뚜렷하며 귓불도 두꺼운 편이다. 신사철은 이의현에 비해 귀가 눈썹보다 약간 위쪽으로 올라가 있으며, 귓불도 두껍지 않다. 또한 이의현과 신사철의 귀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나타나는 차이가 있다. 이의현에게는 없고 신사철에게만 있는 귀의 특징, 바로 이수(耳垂, 귓불의 주름)다.
주로 노인에게서 이러한 주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제까지는 노화가 되면 자연스레 생길 수 있는 주름 정도로 간주해 왔다. 하지만 이 귓불의 주름이 뇌혈관 및 심혈관 질환을 알려주는 지표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귓바퀴에는 연골이 있지만 귓불에는 인대나 연골이 없다. 또 귓불은 세포보다 세포간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결합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혈액이 부족한 상태가 귓불에 잘 나타난다. 즉 귓불에 있는 모세혈관의 혈액순환이 나빠지면 주름이 생길 수 있다.
뇌혈관의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뇌출혈, 뇌경색 등 중풍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치매의 위험도 높아진다. 심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관상동맥경화증 및 심장마비의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신사철의 초상에서 볼 수 있듯이 귓불의 주름이 사선으로 있을 때, 그리고 귓불 한쪽에만 주름이 있는 것보다 양쪽 모두에 주름이 있을 때 이러한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더욱 높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내 귓불에 주름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뇌와 심장 건강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윤소정

여해한의원에서 일하고 있다. 의미 있는 의학이자 과학의 가치를 지닌 한의학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쉽고 재미있는 한의학을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년을 위한 동의보감 이야기》, 《한의대로 가는 길》, 《얼굴과 몸을 살펴 건강을 안다》, 《유비백세》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