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 한의약
복잡한 도심에서 경험하는 자연 속 한의약적 치유
부산 풀의우주한의원

글과 사진. 정환정

도시에서의 생활은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우리의 삶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대부분의 것들이 모두 기계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식과 치유 역시 최첨단 시스템을 동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공감하지 않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풀의우주한의원만큼 안락한 공간도 없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여기에 담겨 있으니까

이름부터가 독특하다. 그 이미지는 머릿속에 어렵지 않게 그릴 수 있지만 어쩐지 입에 금세 익숙해지는 조합은 아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름이다.
“원래 식물을 좋아했어요. 게다가 부모님은 꽃집을 하셨고, 외할머니는 나무 농사를 지으셨죠. 그래서 풀은 항상 익숙하고 편안한 존재였습니다.”
개원한 지 1년 4개월째라는 김정희 원장은 초등학교 시절 드라마 ‘대장금’에 매료돼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연에서 채취한 약재로 사람을 치료하는 게 너무나 신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약재를 원하는 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공부에 매진하다 보니 자신이 한의사가 되길 바랐던 시작점도 잊을 정도였다. 그래서 졸업 무렵에는 일반적인 선택과 다르지 않게, 침을 기본으로 하는 한의사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도 교수가 “네 마음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라. 처음에 왜 한의대를 들어오기로 결심했는지 그때 그 마음을 생각해 보라”는 말을 했고, 그는 많은 생각 끝에 잊고 있던 한약을 제대로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졸업 후 길지 않은 부원장 생활을 거친 김정희 원장은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유명 한약방에서 1년 동안 진지하게 한약 공부에 열중했다. 한약방 선생님과 함께 전국을 돌며 오래된 한약방의 처방에 대해서도 두루 공부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한의원 풀의우주를 개원했다. 그런데 풀의우주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는 걸까.
“약재가 되는 풀이 자라기 위해서는 빛과 물, 공기, 흙 등 세상 모든 것이 필요해요. 풀이 자란 후에는 그것을 선별하고 다듬고 가공한 후 옮기는 데에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고요. 저는 그 풀을 환자에 맞게 골라 정성을 다해 달입니다. 그래서 저는 풀에 우주가 담겨 있다고 믿어요. 풀의우주는 그런 의미를 담은 이름이에요.”
대기실 안을 비추는 햇살처럼 밝게 웃는 김정희 원장. 그가 직접 꾸민 한의원은 마치 카페 같았다.

인연이 닿은 공간, 인연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풀의우주한의원은 골목 안쪽에 조용히, 하지만 맑은 얼굴로 서 있다. 창이 많이 나 있는 흰색 3층 건물의 1층에는 시원한 통창과 푸른 잎을 나풀거리는 식물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아무리 봐도 한의원 같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흘려 쓴 글씨는 분명 ‘풀의우주한의원’임을 가리키고 있다.
문을 밀고 들어가자 왼편으로 벤치가, 중앙에는 각종 한약들이, 오른편 통창으로는 마치 작은 갤러리 같은 전시 공간과 함께 다양한 약들이 진열돼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한약은 비싸다’는 선입관을 없애기 위해 보험이 적용되는 약들도 많이 진열해 뒀을 뿐 아니라, 처방하는 한약의 비용도 마치 카페의 메뉴판처럼 정리해 놓은 부분이 특히 도드라진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곳은 진짜 카페였다고.
“장소와 건물을 찾는 데 3년이 걸렸어요. 바다를 워낙 좋아해 해운대 근처에서 마땅한 곳을 물색하다 당시 카페로 사용하고 있던 이곳을 발견했고, 우연히 그 자리에서 건물주를 직접 만나 일사천리로 계약을 진행했죠.”
그제야 풀의우주한의원이 왜 카페와 비슷한 느낌인지 단박에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카페 공간을 그대로 사용한 건 아니다. 개원을 준비하며 전체 디자인 콘셉트부터 공간 기획, 패키지 디자인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약 1,000장에 이르는 샘플 이미지를 모아뒀을 만큼 철저히 준비했다.
그중 가장 많은 정성을 들인 곳은 김정희 원장이 직접 약을 달이는 탕전실이다. 그 어느 곳보다 많은 비용을 들인 이유에 대해 “가장 오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웃는다. 이곳에서는 도자기로 유명한 이천에서 직접 주문한 옹기에 약을 달이는데, 뭉근하고 자연스럽게 약을 달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비단 옹기뿐 아니다. 풀의우주한의원 안에서 사람들이 직접 만지는 많은 것들은 친환경 소재로 제작됐다.
바깥으로부터 들어오는 햇살에 한의원 안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반짝인다. 시간 역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흐른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있기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자연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풀의우주 한가운데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순간이다.

# 풀의우주한의원 해시태그 #

#편안한 공간 : 원래 카페로 운영되던 공간이기도 했지만, 김정희 원장은 그곳에 더 깊은 편안함을 담으려 노력했다.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가 잠시나마 조용한 곳에서 차분한 상태로 머물길 바란 그의 다양한 배려가 담겨 있다. 가구는 물론 약을 담는 상자와 밀봉 테이프까지 모두 친환경 소재로 된 것만 사용한다. 환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꼼꼼한 문진 : 김정희 원장은 초진 환자의 경우 여유롭게 방문해 줄 것을 당부한다. 기본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문진표만 4장에 이르기 때문. 일반적인 생활 습관뿐 아니라 자신의 성격이나 감정 등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묻는데, 이는 풀의우주한의원이 갖고 있는 특징 중 하나다. 덕분에 더 정확한 처방이 가능해진다.

#옹기로 달이는 탕약 :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옹기는 보다 자연스러운 탕약을 만드는 데에 뛰어나다. 도자기로 유명한 이천의 유명 도공에게 직접 의뢰해 제작한 옹기는 김정희 원장이 추구하는 자연주의 한의원을 상징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펄펄 끓고 있는 옹기를 직접 옮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거기에 풀의우주한의원의 정체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해변에서 만나는 힐링의 순간들

해운대_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망설임 없이 해운대를 떠올릴 것이다. 여름 피서객 인파를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되곤 하던 해운대는 이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핫 스폿으로 떠올랐다. 여름에만 그 가치가 빛나는 건 아니다. 계절에 따라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겨울이면 다양한 조명으로 반짝이는 빛 축제를 즐길 수 있다.

해운대 해변열차_ 옛 동해남부선의 구간 중 하나였던 미포철길을 활용한 관광철도인 해운대 해변열차는 부산을 방문하는 이들이 꼭 한번 들르는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미포에서 송정까지 총연장 4.8km에 달하는 구간을 왕복하는 이 열차는, 이동하는 내내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 그 어느 열차보다도 낭만적이다. 미포 정거장, 청사포 정거장, 송정 정거장에서 탑승권을 구입할 수 있으니 각자의 일정에 맞춰 탑승 계획을 세워보자.

청사포 다릿돌전망대_ 호수나 강 혹은 바다로 향하는 다리인 ‘스카이워크’가 전국 곳곳에 만들어지며 더 극적인 풍경을 감상하거나 촬영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해운대 해변열차를 타고 가다 들를 수 있는 청사포 다릿돌전망대는 해수면 20m 위에 72.5m 길이로 설치돼 그 어느 스카이워크보다 훨씬 더 깊이 바다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전망대 끝부분에 투명한 바닥을 설치해 힘차게 일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물멍’을 즐길 수 있어 인기가 좋다.

미포 카페골목_ 해운대 속 작은 유럽이라고도 불리는 미포 카페골목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해진 건물들 사이의 골목길을 이르는 명칭이다. 말 그대로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각양각색의 개성을 자랑하는 다양한 카페와 공방, 식당들이 눈길과 발길을 잡아끈다. 골목길의 길이가 길지는 않지만, 잠시나마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색다른 기분을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마음에 드는 가게에 들러 잠시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것도 새로운 해운대를 경험하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 힐링 스폿 사진 출처_부산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