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 한의약
산청에서 만나는 더 내밀한 한의약적 치유
산청 동의보감한의원

글과 사진. 정환정

산이 많은 한반도에서는 예로부터 명약의 재료가 되는 다양한 약초들이 자생해 왔다. 그리고 ‘어머니 산’이라 부를 정도로 너른 품을 자랑하는 지리산은 ‘약초의 명품관’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훌륭한 약초들이 많기로 손꼽혀 왔다. 산청을 약초의 고장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그런 산청에 자리잡고 있는 한의원에는 무언가 더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

김 원장이 산청으로 온 까닭은

온통 나무로 둘러싸인 산청한방가족호텔 옆으로 그야말로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우뚝하니 서 있다. 한참을 달리던 지리산 자락이 한숨을 돌리며 멈추어 서는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일까. 너른 기와집은 마치 산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다. 산청군에서 짓고 관리 중인 한의약 체험과 진료를 위한 공간 동의본가다. 이렇게 번듯한 곳을 운영하는 이가 누군지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원래는 서울에서 졸업과 함께 개원을 했습니다. 동업이긴 했지만 압구정에서 시작해 얼마 안 있어 명동에도 지점을 냈지요. 한의약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산청에 자리를 잡은 지 9년차가 된다는 김종권 원장은 서울의 최고 중심지 두 곳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치료뿐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체험 및 의료 관광을 통해 한의약의 가능성을 최대한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런 열정을 한정된 체력이 따라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아버님이 돌아가시게 되자, 그는 끊임없이 이어지던 모든 활동을 놓아버렸다.
“그렇게 1년여를 쉬던 중 아는 분의 소개로 산청에 오게 됐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머리를 깎고 불문에 귀의하려던 생각을 진지하게 했던 터라 산청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그래서 고민 없이 삶의 터전을 옮겼지요.”
김종권 원장은 “오래 전부터 한의약과 관련된 다양한 유산이 산재해 있는 산청은 약초의 고장”이라며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리고 그가 동의본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동의보감한의원은 산청의 모습을 꼭 빼닮은 공간이었다.

가장 한의약다운 공간에서의 하루

동의보감한의원은 현재 총 4개 건물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방문한 내원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동의본가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이들과 족욕 등 한방 체험객들이 찾는 곳. 개인과 중소 규모의 단체를 위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는데, 드라마 세트장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단정한 기와집에서 진료와 체험이 진행된다. 덕분에 고요하고 맑은 산청의 분위기와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귀한 경험이 가능하다.
산청한방테마파크와 마주보고 있는 1, 2, 3관에서는 각각 진료와 뜸, 쌍화탕 약첩 싸기 체험이 진행된다. 한의약의 치료가 침에만 집중돼 있다는 편견,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약은 쓰다는 선입견을 바꾸기 위한 김종권 원장의 아이디어가 접목된 공간들이다. 이곳에서 뜸으로 통증을 가라앉히고 쌍화차를 통해 몸에 활기가 도는 것을 경험한 이들은 자신의 생활반경 안의 한의원을 찾아 더 깊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김종권 원장의 설명이다.
1, 2, 3관 모두 한 번에 수십 명의 단체가 넉넉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는 여전히 산청답다. 특히 반듯한 대들보와 서까래 그리고 그윽하게 맴도는 한약재 향기 덕분에 전국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은 산청뿐 아니라 한의약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갖고 돌아가게 된다. 이렇듯 향기롭고 따뜻한 경험들은 곧 자연스레 주위로 전파되기 마련이다.
“단체로 오셨던 분들 중 가족 혹은 친구와 개별적으로 다시 방문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겠죠. 그래서 항상 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떤 분들이 오셔도 한의약이 드리는 치유를 더 깊게 경험하실 수 있도록 말이죠.”
더 많은 이들에게 더 넓은 한의약의 세계를 소개하려는 동의보감한의원의 대문은 오늘도 활짝 열려 있다.

# 동의보감한의원 해시태그 #

#생활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설계 : 동의보감한의원의 진료는 단순히 환부나 병에 대한 처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건강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최소 30분간 이어지는 생활 환경 및 습관에 대한 상담으로 진료가 시작된다. 보편적인 프로그램이 아닌,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전문적인 조언이 이뤄지기에 내원하는 이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오감(五感)으로 체험하는 한의약 : 동의보감한의원은 지리산 초입에 위치해 있는 개방적인 공간이다. 족욕과 뜸, 쌍화탕 약첩 싸기 및 시음 등 한의약적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각종 체험을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전통을 그대로 살린 곳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해 체험의 깊이가 어느 곳보다 깊다.

#자연 속에서 이뤄지는 치료 : 동의보감한의원에서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모두 자연적인 것들뿐이다. 내원 환자의 안정을 위해 음향기기를 통해 자연의 소리를 재생할 필요가 없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비가 오면 물이 흐르는 소리 등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환경 속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기에 그 효과도 높다는 게 환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산속에서 만나는 치유 경험, 산청 힐링 스폿

천왕봉_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三神山) 중 하나로 여겨졌던 지리산에는 20개가 넘는 산봉우리가 넘실댄다. 행정구역상 산청에 속한 천왕봉은 그중 가장 높은 해발고도 1,915.4m를 자랑한다.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순례처럼 경험하길 원하는 지리산 종주의 반환점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굽이마다 계곡마다 마을마다 저마다의 전설을 품고 있는 너른 산맥을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니, 체력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한 번 도전해 보자.

대원사 계곡_ 산이 높은 곳에 계곡이 만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지리산처럼 너른 산이라면 계곡의 숫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대원사 계곡은 그 많은 계곡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대원사는 수덕사의 견성암과 석남사와 더불어 국내 3대 비구니 참선 수행 도량으로 손꼽히는 곳인데, 절집까지 이르는 길에 함께 걷게 되는 계곡의 풍광은 일 년 내내 아름답기 이를 데 없다. 가을이 깊어지면 짙게 물드는 단풍 덕분에 특히 10월 중순부터 많은 이들이 찾는다.

남사예담촌_ 큰 산은 많은 삶을 아우르는 역할을 한다. 지리산 아래 여러 고장에 손꼽히는 고택들이 산재해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산청의 남사예담촌은 고즈넉한 담장 너머 우리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옛날 담’에서 유래한 예담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오래된 담장 너머로 여전히 단정하게 빛나는 기와집의 위용은 고즈넉한 골목을 걷는 이들의 기분을 저절로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사전 문의 및 예약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니 방문 전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자.

경호강_ 같은 경남이라 해도 낙동강을 취수원으로 삼고 있는 창원 등과 달리 진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 경남에서는 진양호를 상수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진양호는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 강정에서부터 약 70리를 달려온 경호강의 맑은 물로 채워진다. 경호강은 그 폭이 넓으면서도 유속이 빠른 반면 소용돌이 급류가 없어 초보자들의 래프팅 명소로도 각광받는 곳. 경치가 좋을 뿐 아니라 대전통영고속도로 및 국도 3호선과 맞닿아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 사시사철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 천왕봉, 대원사 계곡, 경호강 사진 제공_산청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