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테마
호흡기 건강의 바로미터,
기침

글과 이미지. 황준호(경희숨편한한의원 대표원장)

기침은 호흡기 질환의 보안견(watch dog)이라는 말이 있다. 즉 호흡기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이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내 몸의 신호라는 뜻이다. 오래된 만성 기침이 주로 어떤 경우에 생기고 이에 대한 대처는 어떤 방식이 적절한지 알아본다.

기관지가 건조해지면 생기는 현상

기침이라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호흡기 구조를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인간은 다른 포유류와 달리 직립을 하고 있다. 만약 인간이 개나 고양이처럼 네 발로 뛰고 걷는다면 폐를 포함한 상체가 지면과 수평으로 놓이게 된다. 그러면 폐 안에 찌꺼기가 쉽게 쌓이지 않는다. 수평의 구조에서는 가래가 쉽게 흘러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이 손(도구)의 자유를 누리는 대신 직립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게 되면서 폐가 다른 포유류와 달리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세워지게 됐다. 게다가 소화기의 항문처럼 아래쪽에 배출구가 없는 한계를 가진 폐는 한 번 들어오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먼지나 티끌, 바이러스나 세균 등을 최대한 호흡기의 입구에서 걸러내는 면역 체계가 발달하게 됐다.
이 과정을 담당하는 것이 ‘점액섬모 청소기전’이다. 우리 기관지에는 그 내부를 따라 섬모라는 털이 있고, 그 위를 침처럼 점성을 가진 점액이라는 액체가 덮여 있다. 이 섬모와 점액은 마치 물청소를 하듯이 점액 위로 흡착된 가래나 먼지를 운동성을 가진 섬모가 폐 바깥쪽으로 밀어내면서 호흡기의 면역을 유지한다.

폐와 기관지 점막

그런데 기관지가 건조해지는 상황이 지속되면 적절한 점도를 유지해야 할 점액이 끈적해지면서 가래가 쉽게 녹여지지 않고 섬모에 달라붙게 된다. 기도 내에 무엇인가 달라붙어 있는 불편감을 없애기 위해서 억지로 털어내는 과정이 기침인데, 오래된 만성 기침은 주로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게 된다.
청소부인 동시에 센서 역할도 겸하는 이런 점액섬모가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장소가 목젖 부근이다. 오래된 기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목이 간질간질하다” 또는 “목에 무엇인가 딱 달라붙은 것 같은데 뱉어도 가래가 잘 나오지는 않는다”고 표현하는 것은 모두 이런 배경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병원에서 X-ray, CT, 폐기능 검사 등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오래된 만성 기침 환자의 경우 상당수는 자신의 만성 기침 원인을 ‘역류성 식도염’ 또는 ‘후비루 증후군’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봤듯이 호흡기는 구조의 변형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기관지의 건조한 환경이 만성 기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호흡기 건강의 시작은 따뜻함과 촉촉함

감기나 기침으로 병원을 방문할 때 우리가 늘 듣는 이야기가 “물을 많이 마시세요”라는 조언인데, 이는 내가 마신 물이 호흡기까지 충분히 전달된 경우를 전제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체질과 노화 등의 영향으로 물을 마셔도 기관지가 충분하게 적셔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소화기의 흡수 능력도 좋고, 운동을 하면 땀도 잘 나고, 가죽과 피부가 적절한 두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먹는 수분이 호흡기로 충분히 전달되고 점액 분비로 이어질 수 있는 건강한 사람이다. 반면 피부와 점막을 구성하는 가죽이 얇은 저체중의 사람 중에 추위에 민감하고 소화기도 약하고, 땀도 잘 나지 않으면서 피부까지 건조한 경우에는 물을 마시더라도 마신 물이 말초에 속하는 피부와 점막까지 전달되는 힘이 약할 수 있다. 물을 마셔도 화장실만 자주 가게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나이가 들면 피부와 점막이 더 빨리 건조해지는 체질이다.
이미 현대사회는 모든 상업 공간에 냉난방기가 보급되면서 온도 변화에 대한 대처가 용이해졌다. 반면 그 과정에서 실내는 엄청나게 건조해졌다. 이런 환경에서 말까지 많이 해야 하는 서비스 직군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 영향이 극대화된다. 게다가 최근 3년 사이에 대유행을 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점액섬모의 청소 능력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오래 반복되는 만성 기침은 단순히 그 증상의 불편만을 참고 견디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반복되는 기침은 천식, COPD(만성 폐쇄성 폐질환), 기관지 확장증 등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이 될 수 있고, 나도 모르게 이미 진행되고 있는 폐암 또는 폐섬유증의 조기 신호일 수도 있다.
호흡기는 그 항상성을 따뜻함과 촉촉함에 두고 있다. ‘호~’ 하고 불어보면 나오는 입김이 호흡기 면역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반복되는 만성 기침은 호흡기 면역에 불균형이 생겼음을 의미하고, 이런 경우 그 원인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해당 부분을 개선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조한 환경이 원인이라면 적극적으로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고, 차고 건조한 체질이 문제라면 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체질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호흡기 건강은 유행에 따라 맨발로 흙길을 걷는다거나 막연히 복식 호흡을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고 건조한 자신의 약점을 보완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황준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석사, 박사
한방내과 전문의
경희숨편한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