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풍경
가운을 입고 만화를 그린다는 것

글과 그림. 이나경(한의사 겸 만화가)

저는 진료실 일상을 만화로 그리고 있습니다.
한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흔한 일상 이야기지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하루에서 어떻게 만화 소재를 찾는지 여쭤보신다면,
매일 쏟아지는 이야기 조각들 중에 예쁜 조각을 찾아서 잘 간직했다가
어울리는 조각들이 모이면 만화로 만든다고 답해드려요.

자극적인 것들로 가득한 요즘입니다.
만화와 같은 창작 분야에도 자극적인 소재가 인기를 얻고 있지요.
많은 사람을 대하는 직업군이 화자가 되는 만화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편은 역시 ‘이상한 사람’ 이야기입니다.
이상하면 이상할수록 분노와 손가락질로 댓글 창이 뜨거워지죠.
사실 진료실에서도 자극적인 일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몸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은 예민해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제 만화에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제가 가운을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료실 안의 대화는 사적인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만화가이면서 의료인이기도 한 저는 비록 대단한 비밀이 아니더라도
그 자리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가 봤을 때 불편할 수 있는 소재를 진료실에서 꺼내 만화 속으로 가지고 오지 않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는 만화를 그리는 저와 만화를 읽는 독자의 얼굴에 미소만 떠다녔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만화 속 캐릭터의 표정을 그릴 땐 저도 모르게 캐릭터와 같은 표정을 짓게 됩니다.
웃는 얼굴을 그리며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 번 더 웃곤 하죠.
그러니 화내고 짜증 내는 표정을 그리다 보면 미간에 주름이 더해질 거예요.
독자 역시 제 만화로 주름살이 하나 더 느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저는 따뜻하고 귀여운 일들을 찾아내서 만화에 담는 일을 잘할 수 있고, 또 잘 하고 싶습니다.
동글동글한 ‘감초’ 캐릭터를 통해 동그란 제 마음이 전달될 거라 믿습니다.

이나경(이감초)

한의사 겸 만화가
주간지 『한의신문』에서 ‘감초툰’ 연재 중
한의정보협동조합 잡지 『온보드』 연재 중
메디스트림 ‘쉽게 그리는 드로잉 클래스’ 강의 개설
영어 진료 가이드북 일러스트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