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테마
오래 앉아 있으면 오는 병,
허리 디스크

글과 이미지 제공. 박진영(영진한의원 원장)

꽤 오래전부터 미국이나 서구 유럽에서는 앉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서서 근무하는 직장인이 늘었다고 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서서 근무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따로 시간을 내 운동을 한다고 해도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골반과 척추의 불균형이 야기하는 통증과 질병

2014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앉기가 나를 죽이고 있다고?’라는 기사에서 오래 앉아 있으면 심장질환, 당뇨병, 비만, 고혈압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전했다. 또한 하루 활동량과 암 발생률과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43건을 살펴본 결과 하루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결장암에 걸릴 가능성은 24%, 자궁암은 32%, 폐암은 21%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을 얼마나 하는지에 관계없이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같이 소개했다.
오래 앉아 있으면 통증과 질병에 취약해진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는 현대인이 많아지고 있다. 서서 근무를 하면 골반에서 받는 하중이 줄어들어 몸이 좀 편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온종일 앉아서 일하던 직장인들도 사무실 의자를 치우고 있는 추세다. 서서 일하는 스탠딩 오피스(Standing Office)가 늘고 있다는 기사와 방송도 간간이 보인다.
이런 기사와 방송을 보면 상당히 공감이 간다. 오래 앉아 있으면 골반이 올라가고 자세에 따라서는 등이 굽을 것이다. 이는 오랜 시간 운전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VDT 증후군(Visual Disply Terminals Syndrome)이 급증하는 추세다. VDT 증후군이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장기간 사용함으로써 유발되는 질환을 총칭하는 단어다. 과거에는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는 이들에게 주로 발병되어 일종의 직업병으로 불렸다. 요통,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FHP(Forward Head Posture), 라운드 숄더(Round Shoulder), 거북목, 일자목, 근막 통증, 손목터널 증후군, 안구건조증, 안구 통증, 각종 두통, 어지럼증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최근에는 성별과 연령을 불문하고 나타나고 있으며, 발병률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ADHD,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적 문제까지 유발하는 것을 필자는 임상에서 자주 목도하고 있다.

치료와 예방의 근본은 골반을 내리고 굽은 등을 펴는 것

건강한 몸이 건강한 정신을 갖는 법이다. 골반과 척추의 잘못된 구조와 불균형이 신경의 흐름을 방해하여 통증과 질병을 야기하고 정신적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골반과 척추의 건강에 유념해야 한다.
골반이 받는 하중은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1.6~2배 정도 늘어난다. 그러므로 오래 앉아 있으면 골반이 올라가는 속도가 가중되어 일자 허리, 요추 후만을 유발하고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등까지 굽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척추 간 공간이 좁아지고 신경이 압박받게 된다. 그로 인해 요통은 물론이요, 각종 통증과 내부 장기의 질병이 증가하게 되며 목 디스크 증상까지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디스크가 터져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몸을 움직이며 일하는 블루컬러보다 장시간 앉아서 업무를 보는 화이트컬러에서 더욱더 빈번하다. 물론 허리를 많이 쓰면 요추 4~5번, 요추 5번~천골 1번의 공간이 작아져서 요통이 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위와 같은 경우를 보면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허리를 많이 쓰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래 앉아서 유발된 질병과 통증의 근본적 치료와 예방법은 골반을 내리고 굽은 등을 펴는 것이다. 문제는 한 번 올라간 골반을 일반적인 운동으로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라간 골반과 굽은 등을 그대로 한 채 일반적인 운동을 하면 척추가 더 틀어지고 꼬이면서 오히려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골반과 척추의 구조를 바로 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이때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골반의 하향 안정화다.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구조물인 골반을 최대한 내려서 척추 사이의 공간을 확보해 신경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내부 장기를 편하게 해야 한다. 둘째는 요추의 전만(요추 2~3번이 복부, 즉 배꼽 쪽으로 완만히 들어간 상태)이 중요한데, 요추의 전만이 이루어져야만 제반 허리 통증과 신장, 방광, 자궁, 전립선, 소장, 대장, 직장 등의 질병이 호전된다. 실제로 골반의 하향 안정화와 요추의 전만이 이루어져야만 굽은 등이 펴지게 되는 것이다. 굽은 등이 펴지면 심폐 기능이 좋아지고 잠이 잘 오며 정신이 맑아진다. 여기에 뼈와 골수를 보해 주는 한약, 약침, 침, 뜸 등 한의학의 장점이 더해지면 수술, 시술, 독한 진통제로 고생하는 대인을 구원할 수 있다. 실제로 수술을 앞둔 목, 허리 디스크 환자를 대상으로 골반을 내리고 요추의 전만을 만들어 주면 수술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임상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건강을 지키는 3요소로 흔히 스트레스 관리(숙면, 휴식), 운동, 영양을 꼽는다. 필자는 여기에 올바른 골반과 척추를 더하고 싶다.

박진영

영진한의원 원장
원광대 한의학과 졸업
원광대 한의학박사
저서 『뼈는 거짓말하지 않는다』(2017년), 『골반을 내려야만 척추가 산다』(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