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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집은 또다른 한의원마음과 일상까지 챙기는 전인적 돌봄 실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낯선 진료실보다 익숙한 집이 더없이 편안한 안식처다. 이들에게는 건강에 문제가 있어도 집을 벗어나 병원을 찾는 것이 힘들다. 경기 안산시 예림한의원 신유수 원장은 따뜻한 치유의 손길로 이들의 힘겨움을 덜어주고 있다.
숙명처럼 다가온 ‘찾아가는 한의약’
신유수 원장은 2012년부터 개원 한의사로 환자들을 만나왔다. 그러던 2023년 말, 발걸음조차 버거운 몸으로 어렵게 한의원을 찾은 한 환자와의 만남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치료가 필요한데, 집 밖을 벗어나기조차 힘든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넘어 책임감을 느꼈다. 2024년 초부터 시작된 방문진료는 점차 여러 환자를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환자들과 만남이 늘면서 환자들의 마음속 깊은 울림과 ‘절실함’을 체감했다. 2025년 가을에는 예림한의원이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로 지정되며, 그의 ‘찾아가는 한의약’ 실천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신 원장이 속한 안산시 한의사회는 200여 명의 회원이 ‘시민 건강 증진과 한의약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목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방문진료뿐 아니라 난임 지원, 경로당 주치의제 운영 등으로 안산시민의 전 생애주기 건강관리에 앞장서며 지역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예림한의원 신유수 원장삶의 터전에서 피어나는 희망
안산시는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구도심의 다가구 주택 밀집 지역과 신도심의 아파트 단지가 공존한다. 이러한 도시의 양면성은 의료 접근성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구도심은 의료기관 접근성이 낮은 지역으로 꼽히며, 어르신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신 원장은 2025년 한 해 동안 30여 명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진행했다. 현재는 20여 명의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대상자 대부분이 신길동, 원곡동 등 구도심의 엘리베이터가 없는 저층 빌라에 거주하고 있다. 주로 장기요양 1~4등급의 중증 환자나 와상 환자들, 그리고 사고나 질병 후 거동이 어려워 재택 진료가 절실한 등급 외 환자들이다.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치유와 위로
방문진료에는 한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사회복지사도 함께한다. 여러 명이 집으로 찾아와 건네는 따뜻한 진료와 위로는 치료를 넘어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나를 살피고 있다’는 깊은 정서적 안도감을 선물한다. 이는 육체적 고통만큼, 오히려 그 이상의 고립감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그래서인지 방문진료 대상자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신 원장은 방문진료를 앞두고 대상자들의 상황에 대해 들려주었다. 79세 동갑인 부부는 둘 다 질환을 앓고 있다. 남편은 위암 수술 후 요통과 하지 무력증이 겹쳐 누워서 생활하고 있다. 아내는 뇌경색, 자궁경부암,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신부전으로 투석 중이다. 지난해 10월 18일 첫 진료 당시, 남편은 오랜 와상 상태로 양쪽 무릎을 전혀 굽히지 못했다. 그러나 약 10회에 걸친 집중 치료 끝에 우측 슬관절은 완전히 펴졌고, 좌측 슬관절도 50% 정도 호전됐다. 신 원장은 방문진료로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가 다시 살아난 순간을 정확히 기억했다.
이들 부부의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신 원장은 거동이 불편한 두 분이 집을 나서기에는 몇 개 되지 않는 그 계단이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현관의 호출벨을 누르고 나서 문이 열리기까지도 한참이 걸렸다.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나서야 문이 열렸다. 그나마 거동이 가능한 아내가 힘겹게 문을 열고 그 앞에 주저앉는 소리였다.
어르신, 괜찮으세요? 어디 다치지 않으셨어요?
어르신을 부축해서 집 안에 들어가고서야 진료가 시작됐다. 문진과 촉진, 그리고 그동안의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침 치료와 약침 치료, 물리치료가 이어졌다. 신 원장은 진료 기록을 수기로 남긴다. 항상 품에 두고 필요할 때 바로 꺼내보기 좋기 때문이다. 부부는 처음에는 불편감을 호소했지만, 침을 맞고 기다리는 동안 표정이 점점 편안해졌다. 남편은 침 치료 이후 슬관절을 펴기 위한 물리치료를 상당 시간 받았다. 치료가 이어질수록 굳어 있던 무릎이 조금씩 펴지는 변화가 눈에 보였다.





전인적 돌봄을 위해 일상 속 안전까지 챙겨
신 원장의 방문진료는 단순한 왕진을 넘어, 환자의 삶의 터전을 ‘또다른 한의원’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그는 한의원에서 제공하는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집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기본 진단 기구 외에도 휴대용 초음파, 휴대용 전기침, 휴대용 저주파 자극기 등을 활용해 전문성을 놓치지 않는 진료를 펼친다.
전인적인 돌봄은 ‘치료’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르신들의 하루 일과와 침상에서 화장실까지의 동선 파악은 물론, 위생 상태를 면밀히 살핀다. 이를 통해 낙상이나 욕창 발생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등 일상 속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통합돌봄 시대, 지역사회에 대한 한의학의 기여
2026년 3월 ‘통합돌봄법’ 시행은 지역 돌봄 체계에 변화를 예고한다. 신 원장은 법 시행에 발맞춰 한의사들이 지역사회 돌봄의 주축으로 전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환자와 거주지 곁을 지키는 여정에 더 많은 동료가 함께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 원장은 방문진료의 궁극적인 목표로 AIP(Aging In Place: 자택에서 삶의 질을 최대한 지키면서 노후를 보냄)와 DIP(Dying In Place: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임종을 맞이함)를 강조한다. 어르신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품위를 잃지 않고 익숙한 공간에서 평안을 누릴 수 있도록 든든한 동행자가 되어주려 한다.
질병의 고통뿐 아니라 외로움과 고립감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한의 방문진료는 치료를 넘어 삶의 활력과 희망을 선사한다. 신유수 원장은 오늘도 안산의 구도심 골목골목을 누비며, 한의약이 지역사회 풀뿌리 의료 서비스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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