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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던 나에게 찾아온 낯선 고민
저는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30대 직장인입니다. 다만 자신할 만한 점이 있다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잔병치레가 거의 없는 건강 체질이라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1년에 몇 번이나 걸린다는 감기조차 저는 평생을 손에 꼽을 만큼 걸렸습니다. 독감 같은 유행병도 그다지 겪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병원이나 한의원은 늘 남의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일은 제게 정말 드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사춘기가 한창이던 중학생 시절, 제 가장 큰 고민은 예민해진 피부였습니다. 시작은 여드름이었습니다. 남들보다 여드름이 많은 편이어서, 한 번씩 피부과를 다니며 치료를 받곤 했습니다. 그런데 치료를 받고 약을 타 먹던 중 갑자기 얼굴이 참을 수 없이 가려워지더니, 피부가 붉게 얼룩지고, 하얀 각질이 허물처럼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는 진물이 나고 딱지가 지기도 했습니다. 피부과에서는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라고 하더군요. 진료를 받고 약을 먹고 연고를 발라도 그때뿐, 증상은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한창 외모에 민감하던 시기에 제 모습이 낯설게 변해가는 것을 보며 저는 점점 위축되어 갔습니다.

의구심을 안고 방문한 한의원
답답해하는 저를 보다 못한 부모님이 평소 다니던 집 근처 한의원에 가 보자고 하셨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거부감이 앞섰습니다. 당시 제게 한의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 문제를 다스리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컸거든요. 한약재가 곳곳에 놓여 있고, 그 약재로 한약을 지어 몸속 오장육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달까요. 그래서 ‘피부 문제를 한의원에서 고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컸습니다. 그래도 제가 마음고생하는 걸 안타깝게 여긴 부모님의 설득에 못 이겨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한의원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선 한의원은 제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일반 병원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에, 편안한 분위기가 긴장했던 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습니다. 낯선 공간에 대한 경계심도 서서히 녹아내렸습니다. 그때 저는 ‘여기라면 한번 믿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아주 조금, 조심스럽게 했던 것 같습니다.

약침과 한약, 그리고 마음까지 보듬어준 한의사 선생님
진료실에서 만난 한의사 선생님은 40대 정도의 남성분이었습니다. 인자한 인상을 가진 분이어서,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피부 상태를 아주 세심하게 살피더니, 한창 외모에 민감한 나이일 텐데, 피부 상태 때문에 마음고생이 정말 많았겠구나.라고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건네셨습니다. 처음 만난 한의사 선생님에게 제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저의 고충을 진심으로 알아준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습니다.
선생님은 아토피가 단순히 겉의 문제가 아니라 몸 안의 불균형에서 오는 것임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정기적으로 한의원을 방문했습니다. 증상이 심한 부위에 맞는 약침은 처음엔 조금 겁이 났지만, 선생님의 세심한 진료 덕분에 긴장이 풀렸고 이내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제 체질에 맞춰 정성껏 지어진 한약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쓴맛이 부담스러웠지만, 꾸준히 챙겨 먹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수월해져서 오히려 신기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감사의 마음
꾸준한 치료 덕분에 저를 괴롭히던 가려움과 각질이 사라졌고, 그 후 몇 번의 방문 끝에 아토피는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 15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재발하지 않았습니다. 피부가 깨끗해지니 자신감도 되찾았고, 외모 문제로 고민했다는 사실도 새까맣게 잊다시피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취직을 해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 한의원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명절이나 휴가로 본가에 갈 때면 그 앞을 지나치며 ‘10년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대로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비록 지금은 환자로 갈 일은 없어도, 그곳은 제게 사춘기의 고민거리를 해결해 준 고마운 추억의 장소입니다. 언젠가 다시 건강에 문제가 생겨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해지면, 저는 아마 그 한의원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제게 건강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전해 주신 한의사 선생님이 변함없이 그 자리에 계셔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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