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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꿈을 지켜 준추나 선생님

경산시 윤O희

꿈에만 몰두하느라 몰랐던 내 몸의 신호, 그리고 부모님과의 갈등

어릴 적 제 꿈은 화가였습니다. 초등학생 무렵에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너무 즐거워서, 책상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그리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제 건강이 나빠지고 있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당시 저는 책상에 앉을 때 한쪽 턱을 괴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도 왼쪽 손으로 턱을 괴고, 오랫동안 그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생활하니 제 자세는 눈에 띄게 나빠져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제 상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누가 봐도 척추가 비뚤어져 있었고, 매일 턱을 괴던 왼쪽 어깨는 솟아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한쪽으로만 턱을 괴어 턱관절도 좋지 않았습니다. 입을 벌리면 딱딱 소리가 나기도 하고, 턱이 빠지는 일도 자주 생겼습니다. 부모님의 걱정 어린 마음과 달리, 어린 저는 그 모든 걱정이 제 꿈을 방해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일에 집중할 만하면,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지 말라고 항상 잔소리를 하셨거든요. 날이 갈수록 부모님과 저 사이에는 감정의 골이 깊어져만 갔습니다.

갈등 끝에 마주한 선택, 한의원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게 최후통첩을 내리셨습니다. 여름 방학 동안 비뚤어진 제 자세를 교정하지 않으면 미술 대학으로 진학을 시켜줄 수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당시 제게는 청천벽력같은 말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미술 대학에 갈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제가 그림 그리는 것을 막지 않고 미술 대학 진학도 지원해 줄 테니, 성실하게 치료를 받으라는 조건을 거셨습니다. 저로서는 수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이 지정한 한의원에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어떻게 한의원을 알아보고 선택하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척추 교정과 치료로 나름 입소문이 난 병원이었을 것입니다. 한의원에 저처럼 척추 정렬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정말 많이 방문했거든요.

저는 그 환자들 중에서도 가장 어린 축에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막 자라나는 청소년의 몸이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비뚤어졌다는 것은 꽤 심각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의원에서는 저를 세심하게 살펴주셨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은 항상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간식이 있으면 종종 나눠주셨어요. 한의사 선생님은 부모님 또래의 남자분이셨는데, 저는 추나 선생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제가 한의원에 가면 매번 받는 치료가 추나요법이었거든요. 진료 등록을 하면 전신에 추나요법을 받고 턱에 약침을 맞은 후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치료를 다 받으면 1시간 반 정도는 걸렸던 것 같아요. 일주일에 세 번, 여름방학 내내 치료를 반복하다 보니 치료가 끝날 즈음에는 추나 선생님도, 간호사 선생님도 다 너무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이스크림과 함께 건네준 진심

여름방학이 거의 끝나 갈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진료가 끝나고 추나 선생님이 저를 진료실로 다시 부르신 적이 있었습니다. 많이 덥지?라며 제게 아이스크림을 내미셨어요. 저는 별 생각 없이 아이스크림을 받아 먹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저를 앉혀두고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제가 그림 그리고 싶어 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 꿈이 저에게는 정말 소중하다는 것도 잘 아는데, 부모님께는 제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일 때문에 제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 싫으신 거라고요. 그러고 나서 그림을 행복하게 오래 그리려면 바른 자세로 앉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바른 자세로 앉는 방법과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 방법을 가르쳐 주셨어요.

건강하고 행복한 화가로 키워 주신, 부모 같은 마음

지금 생각해 보면 추나 선생님은 부모님과 같은 마음으로 저를 보셨던 것 같습니다. 부모 된 입장에서 생각할 때 제 상태가 많이 안타깝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그때 알려주신 바르게 앉는 방법과 스트레칭 방법, 그리고 여름방학 내내 이어진 치료 덕분에 지금은 생활에 큰 지장이나 통증이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는 내내 턱관절 소리와 통증에 시달렸는데, 지금은 그런 문제도 더 이상 겪지 않습니다.

저는 열심히 그림을 그려서 무사히 미술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지금은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 오랜 시간 무리하게 작업해야 하는 일이 자주 있었고, 그 때문에 친구들 중에는 허리 통증 등 건강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건강하게 생활하며 앞으로 어떤 예술 활동을 선보일지 고민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미술을 향한 제 꿈을 지켜 준 것은 부모님과 추나 선생님의 따스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추나 선생님이 계시던 한의원은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금은 어디에 계시는지 모르지만 분명히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삶과 건강을 보듬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선생님 덕분에 제가 이만큼이나 잘 클 수 있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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