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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함께, 호수와 함께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캠퍼스의 풍경을 처음 마주한 것은 예과 1학년 1학기 개강일이었다. 학교가 위치한 산의 웅장함과, 그 산기슭을 일직선으로 타오르는 통학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길고 곧게 뻗어 있는 캠퍼스의 주 도로는 속칭 ‘활주로’라 불리는데, 봄이 되면 길 양쪽으로 벚꽃이 만개한 장관을 볼 수 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에 빗대 ‘제베리아’라 불리는 제천에 걸맞게 세명대의 활주로는 겨울이 되면 눈이 쌓여 차가 올라가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언젠가는 교수님들이 시내에서 출근하시던 중 차가 이동하지 못해 수업이 지연된 적도 있었으니, ‘제베리아’라는 별명이 허언은 아니다.
세명대학교 근처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거대한 저수지 ‘의림지’가 있다. 둑을 의미하는 ‘제천(堤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유이기도 한 이 저수지는 학교 생활 중 한번쯤은 가보게 되는 명소이다. 호수 주위로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고 작은 박물관도 함께 있지만, 그보다는 그 주변의 아기자기한 카페들을 더 즐겨 찾는다. 호수 위에는 오리배도 떠다니는데, 이와 얽힌 슬픈(?) 전설도 있다. 한의과대학 과CC가 함께 의림지에서 오리배를 타면 둘 중 한 명은 유급을 당한다는 것! 필자는 아직 과CC를 해본 적이 없어 모르지만, 과연 이 전설의 타율(?)은 어느 정도일까, 가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캠퍼스의 주 도로. 일명 ‘활주로’6년제 고등학교
세명대학교 한의학관은 용두산 기슭에 위치한 캠퍼스의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다. 다른 건물들과는 활주로를 사이에 두고 멀찍이 떨어져 있어, 한의과대학 학생들의 생활권은 한의학관과 그 앞의 원룸촌으로 한정되고는 한다. 한의학관은 5층 건물로, 각 층마다 학년별 강의실이 위치한다. 갓 입학한 예과 1학년이 1층을 쓰고,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사용하는 층도 하나씩 올라가는 식이다. 학번 당 인원이 적은데다 강의 시수가 많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to6의 스케줄로 학관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일까, 학생들 중에는 우리가 6년제 고등학교에 다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한의학관 첨단강의실모두의 노고가 담긴 해부학 실습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의 가장 특색 있는 교육과정은 단연 해부학과 해부학 실습이다. 담당 교수님과 졸업한 선배들의 말을 빌리자면 ‘여느 한의과대학은 물론이고, 의과대학의 해부학 강의에 비해도 모자람이 없는 강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당 교수님의 열정과 노고, 그리고 실습에 임하는 학생들의 피, 땀, 눈물이 합쳐져 높은 수준의 해부학 강의를 만들었다.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이 해부학에 대한 깊은 이해뿐만 아니라, 해부학 강의를 통해 기초와 임상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도록 힘쓰고 계신다. 학생들 역시 새벽 2시에 끝나기를 예사로 하는 고된 실습 일정을 마다 않고 해부학 실습에 임하고 있다.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의 가장 큰 특색은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르치는 것까지 나아간다는 점이다. 물론, 선배가 후배에게 해부학 스터디를 해주는 것은 어디서나 흔한 일이다.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학생들이 간호학과, 임상병리학과를 비롯한 보건의료계열 학생들에게 한 학기동안 관찰한 실습의 결과를 설명하는 카데바 실증(Cadaver Demonstration)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타 학생들에게 학습한 지식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내재화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은 다양한 온바디-인바디 장비들을 갖춘 체형분석실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해부학 실습원전학, 전통과 미래의 만남
또다른 특색 있는 교육과정으로는 원전학교실의 강의들이 있다. 흔히들 한의과대학의 원전학 과목은 고전 의서를 독해하는 단조로운 수업으로 여긴다. 그러나 세명대학교 원전학교실에서는 기초와 임상의 연결을 모토로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일례로 원전 강의는 의서 하나를 독해하는 것이 아닌, 한의원의 다빈도 상병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요통 이라면, 과거 의서에 나오는 요통과 관련된 내용을 학습하며 요통의 병인, 병기, 처방에 대한 한의학자들의 견해를 학습하는 식이다. 질환 하나를 마칠 때마다 배운 내용을 스키마(schema) 형태로 정리해 발표하거나, CPX*실에서 환자와 한의사의 역할을 맡아 모의 진료 역할극을 해보기도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학습 방법이 도입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의 교육목적 중 하나인 ‘전통을 발전시키는 한의사’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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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X(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 실제 임상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환자 진료 과정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 방식
한의학관 임상술기센터(CPX실)자유롭지만 행복하게
대학 생활의 꽃을 꼽으라면, 다양한 답을 들을 수 있겠지만, 동아리와 대외활동을 가장 많이 꼽지 않을까 싶다.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역시 여느 한의과대학과 마찬가지로 학술적 능력과 예술적 능력을 겸비한 학생들이 수없이 많다. 기악 동아리, 밴드 동아리, 댄스 동아리, 사물놀이패뿐만 아니라 연극 동아리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 학번에 많아도 50명이 넘지 않는 학교에서 이 정도의 동아리들이 각자의 실력을 뽐내는 것을 보고 있자면, 세상에는 이토록 재능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곤 한다.
매년 봄, 새내기들을 맞이하는 한의과대학 신입생 환영회 ‘연결고리’ 행사에서 반나절 동안 모든 공연 동아리들이 참여하는 선후배 교류의 장이 펼쳐진다. 가을에 열리는 각 동아리들의 정기 공연에서 한의과대학 학생들은 일상생활의 피로에서 벗어나 예술에 잠기는 시간을 갖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카페를 대관해 추가 공연을 여는 동아리도 있으니, 이쯤 되면 단순히 취미라 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세명대학교 동아리들의 특징은 조직 문화가 경직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선후배 간의 격의 없는 교류를 통해, 오늘도 공연 동아리들은 자유롭지만 행복하게 (Frei aber froh) 예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동아리 공연모든 길은 하나로
지난 4년 동안 학교 생활과 대외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진로를 꿈꾸는 한의대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개원하여 자신의 인술로 환자를 돌보는 것이지만, 그 외에도 연구, 정책, 행정 등 다양한 분야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있다. 각자의 진로가 다를지언정 그들이 향하는 바는 모두 같다. 각자의 위치에서 한의계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자 하는 것. 그러한 목표 하에 오늘도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생들은 한의학관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때로는 힘들겠지만, 그러한 노력들이 쌓이면 모두 역경을 헤치고 나가 목표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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