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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한 자리를 지킨 나의 특별한 인연
찬 바람이 불고 마음이 허해지면 가고 싶어지는 한의원이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오랫동안 저와 인연을 이어 온 곳입니다. 사실 겉보기에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한의원입니다. 40년 가까이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켜 온 곳이기 때문에 많이 낡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 마음속에서는 그 한의원만큼 특별한 곳이 없습니다.

산후우울증과 생리통의 고통
40년쯤 전에 저는 선을 보고 결혼했습니다. 신혼집은 제가 살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아는 사람이라곤 남편밖에 없는 곳이었습니다. 남편도 직장 일로 바빴기 때문에 저는 하루의 대부분을 홀로 집안일을 하며 보내야 했습니다. 결혼하고 1년이 지날 무렵에는 첫 아이도 태어났습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는 건 뿌듯했지만, 홀로 타향에서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육아를 하자니 매우 고되었습니다. 아이를 돌보다 말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그때쯤부터였어요. 가끔은 남편이나 아이를 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산후우울증이었던 것 같아요.
산후우울증 외에도 당시 저를 괴롭히던 문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출산 후에 심해진 생리통이었어요. 매번 생리통이 너무 심해 허리도 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육아와 집안일을 혼자 책임지는 것도 힘든데 내 몸 하나 추스르는 것도 어려워지다 보니, 몸이 힘든 것은 둘째고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어요. 지금 되돌아보면 살면서 정말 견디기 어려웠던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삶의 일부가 된 한의원
제 사정을 들은 이웃이 동네에 정말 용한 한의원이 있다며 한 한의원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처음 찾아갔을 때, 한의원이 아니라 동네 사랑방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입구에서 실내화로 갈아 신고 들어가면 방석이 놓인 긴 의자가 있는 대기실이 나오는데, 대기실에는 많은 환자들이 둘러앉아 한의원에서 나눠 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환자들이 원래 서로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 한의원에서 만나 서로 얼굴을 익힌 사이였습니다. 저도 자리에 앉으니 처음 뵙는 분이 귤을 쥐어주셨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제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가니 저보다 약간 연배가 있어 보이는 남성 한의사가 진료를 보았습니다. 젊은 남성분이라 부인과 진료를 받기가 괜히 꺼려졌었는데, 당시 받은 진료가 진맥과 촉진 정도라 양방 산부인과보다 마음이 편했습니다. 게다가 몸 상태를 잘 설명해줘서 안심이 되었어요. 워낙 말씀도 잘 하시고 제 말도 잘 들어주셔서 저도 모르게 속마음까지 다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제 말을 가만히 듣던 선생님은 그렇게 속에만 다 담아두면 병이 커지는 것이라며 한의원에 와서라도 다 털어놓고 가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말씀해 주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해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진료 이후 찜질을 하고 한약을 지어먹으니 생리통도 한결 나아져서, 저는 그 한의사 선생님을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아플 때도 데리고 가서 진료를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웃이 소개해 준 동네 한의원은 제 생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건강히 오래오래, 늘 그 자리에 머무르기를
지금은 그 한의원에 다니기 시작하고 3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저도 60대가 되었고, 한의사 선생님은 백발이 성성하여 은퇴를 바라보는 연세가 되었어요. 그동안에 저는 자궁근종으로 수술하는 큰일도 겪고, 갱년기로 크고 작은 불편한 일도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한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하소연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아프고 힘든 것은 지나가고, 제 곁에는 좋은 인연이 남게 되었습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렵고 힘들 때마다 함께 하면서 정이 많이 들다 보니, 이제는 한의원은 저의 또 다른 친정처럼, 한의사 선생님은 친척 오빠처럼 느껴집니다. 서로의 가정 사정도 꽤 잘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선생님의 딸이 한의원을 개원해서, 이제는 자신에게 진료 받으러 오지 말고 딸이 개원한 한의원에 가라는 이야기도 하시곤 합니다. 자꾸 이렇게 진료를 받겠다고 찾아오면 자신은 언제 은퇴를 하냐며 툴툴거리기도 하신답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의 한의사 선생님이 오랫동안 진료를 봐주면 좋겠습니다. 제가 살아오며 겪은 것을 다 알고 있고 몸 상태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서 그 어떤 곳보다 정확하게 진료해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한의원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낯설기만 했던 동네에 정을 붙이게 해준 고마운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더 먼 곳으로 이사해서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한의원에 갈 일이 있으면 늘 그곳으로 갑니다. 가서 한의사 선생님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늘어놓고, 맛있는 것이 있으면 나눠 드리기도 하고, 결리거나 쑤시는 곳이 있으면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렇게 헤어질 때마다 저희는 서로에게 항상 건강하라며 인사를 나눕니다. 언제든 생각날 때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 좋은 인연이 계속될 수 있도록, 동네 한의원이 늘 거기에 건강하게 있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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