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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으로 부친 호박전(늙은 호박전)

〈우리 동네 한의사〉와 〈텃밭에서 찾은 보약〉이라는 책을 내고 여러 곳에 강의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가는 곳마다 어떤 음식이 건강에 좋은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이 음식이 만병통치약입니다 라고 할 수도 없어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한의사의 밥상에는 어떤 제철 음식이 식탁에 올라갈까요?

긴 여름이 지나간 뒤 찾아온 가을입니다. 가을 하면 풍성하다는 말이 먼저 떠오르죠. 호박 넝쿨이 무성할 때는 보이지 않던 호박도 호박잎이 시들어 가는 계절이 오니 누런색이 선명해지면서 그 풍성함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호박은 조선 후기에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작물입니다. 그래서 조선 중기에 편찬된 〈동의보감〉에서는 호박에 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고, 조선 후기 책인 〈방약합편〉에서는 늙은 호박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호박은 남과(南瓜)라 하여 달고 성질이 따뜻하며 비위(脾胃)를 잘 보하지만, 양고기와 같이 먹으면 기를 통하지 않게 한다.

한의학에서는 다섯 가지 맛을 뜻하는 오미(五味)를 바탕으로 기미(氣味)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신농본초경 서문(神農本草經序例)〉에 따르면 약물은 산고감신함미(酸苦甘辛鹹味)를 지닌다 하였고 〈소문 장기법시론(素問 臟氣法時論)〉에서는 신맛은 수렴하고, 쓴맛은 단단하게, 단맛은 따뜻하게, 매운맛은 발산하고, 짠맛은 부드럽게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감미(甘味)를 현대적 의미의 단맛으로만 해석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늙은 호박에서 느껴지는 감미는 자연 본래의 담담한 맛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늙은 호박은 비위(脾胃)를 보해 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여기서 비위는 소화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을 통틀어서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비위를 보한다는 것은 음식을 먹고 난 뒤 소화가 잘 되도록 순환시켜 준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대사 과정에서 몸속 수분을 소변으로 나오게 하여 몸의 부종이 줄어드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늙은 호박이라고 하면 김이 폴폴 나는 호박죽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지요. 저는 호박죽도 좋아하지만, 오늘은 호박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제 어릴 적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고요, 우리 집 호박전은 물을 넣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신 소금을 조금 넣어 호박에서 나오는 물기만으로 반죽합니다. 그래서 호박 자체의 맛을 더욱 즐길 수 있지요. 늙은 호박만으로 맛이 부족하다면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달걀도 넣어보고, 양파나 당근처럼 냉장고에 있는 채소들을 잘게 썰어 넣어보세요.

늙은 호박으로 부친 호박전(늙은 호박전)

  • 늙은 호박(껍질은 벗기고 속만 사용) 400~500g
  • 소금 약간
  • 부침가루 또는 밀가루 한 컵 반
  • 식용유
  • 설탕
  • 양파
  • 당근

조리 방법

1

누렇게 잘 익은 호박을 갈라 씨와 안쪽 연한 부분을 제거하고 껍질을 깎은 뒤 속살만 채칼로 가늘게 채 썰어서 준비합니다. (칼로 잘게 썰거나 강판에 곱게 갈아도 됩니다.)

2

늙은 호박은 물기가 많으니 채 썬 뒤 소금을 살짝 뿌려 조물조물 무칩니다. 10분 정도 두면 물기가 배어 나옵니다. 소금 간으로 호박 본연의 단맛이 더 살아납니다.

3

질척해진 호박에 부침가루(또는 밀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습니다. 가루를 많이 넣어 질감이 너무 되다 싶으면 달걀을 넣어서 조절하기도 합니다. 이때 양파나 당근을 썰어 넣어 색과 맛을 풍성하게 해도 좋습니다.

4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올린 뒤 얇게 눌러 부칩니다.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익히면 됩니다.

5

완성된 호박전을 그릇에 예쁘게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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