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약 단골 생약 성분 차전자(피)

복부의 팽만감이나 가스가 차고 속이 더부룩한 증상이 반복되며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않을 때 흔히 변비약을 찾는다. 그중에서도 쉽게 선택하게 되는 것이 아O실과 같은 ‘팽윤성 하제’로 만들어진 변비약이다. ‘팽윤성 하제’는 장내에서 수분을 흡수해 변의 부피를 늘리고, 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해 배변을 돕는 원리다. 인체 생리현상과 유사하게 직용하고 이상 반응이 적어 초기 변비 환자들이 많이 선택한다. 이러한 팽윤성 하제에 쓰이는 가장 대표적인 원료가 한약재 ‘차전자(피)’다.

배변을 촉진시키는 차전자와 차전자피

차전자(車前子)는 ‘차전초(車前草)’의 씨앗을 말한다. ‘차전초’는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질경이’의 한약재 이름이다. 생명력이 강해 ‘마차가 밟고 지나간(車前) 수레바퀴 자국 속에서도 강인하게 살아 남는다’는 의미로 차전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차전차피는 이 차전초, 즉 질경이의 씨앗에 붙은 껍질을 가리킨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나 다이어트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차전자피는 물속에 들어가면 물을 흡수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다. 보통 자기 부피의 30~40배 수분을 빨아들이므로, 장내 변의 양을 늘리고 장 운동을 촉진하여 쉽고 빠르게 배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아O실, 뮤O실과 같은 변비약이나 각종 다이어트 식품 등에 주요성분으로 활용된다.

차전자 역시 변비에 도움이 되는 효능이 있다. 차전자에는 ‘아라비노자일란(arabinoxylan)’이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물에 닿으면 점액질이 되는 특성이 있다. 섭취할 경우 차전자가 체내의 수분을 흡수하여 젤 형태로 변해 묵은 변을 배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차전자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의 역할을 하여 장내 미생물의 균형과 장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다.

차전자(피)에 이런 효능이? 습열 배출과 간 기능 개선

차전자와 차전자피는 배변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건강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재다능한 약재이다. 한의학에서 차전자는 맛은 달고 약간 짜며, 성질은 찬 약재로 본다. 수(水)를 잘 내보내므로 습한 기운으로 인한 변비를 잘 제거할 수 있고, 습열로 인한 이질도 아울러 치료하고 가슴의 번열도 제거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성질로 인해 소변이 잘 나가게 하는 약재로 사용되었는데, 〈향약집성방〉에는 ‘기륭(氣癃)을 치료하고 통증(痛症)을 멎게 하며 소변(小便)이 잘 나오게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기륭(氣癃)은 배뇨 장애가 동반되는 비뇨기계 증상을 포괄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차전자는 간의 기운을 보강해주므로 눈병에도 효과적이다. 〈동의보감〉에는 ‘눈을 밝게 하고 간의 풍열(風熱)과 독풍(毒風)이 눈을 쳐서 눈이 충혈되고 아픈 것, 장예(障瞖)를 없앤다’라고 했다. 한의학적으로 간과 눈은 긴밀한 관계에 있으므로, 간열(肝熱)을 식히는 차전자의 효능이 눈병을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 것이다.

차전자피의 다양한 효능은 최근 연구를 통해 증명되기도 했다. 다량의 알코올 섭취 후 차전자피를 복용한 그룹과 복용하지 않은 그룹을 비교한 결과, 차전자피를 복용한 그룹이 간 염증과 관련이 있는 혈액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아진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차전자피가 숙취 및 간 손상의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안전하게 차전자(피) 복용하기

차전자를 약재로 사용할 때는 살짝 볶은 후 갈아서 사용한다. 차전자피는 가루나 환으로 1회에 3~6g 정도 복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과다 복용할 경우 수분을 흡수하여 부피가 불어나는 차전자피의 특성 때문에 속이 더부룩해질 수 있다. 차전자피를 먹고 물을 적게 마시면 수분이 과도하게 부족해져 오히려 변비가 생길 수 있으므로 1회 복용 시 최소 250ml 이상의 물을 함께 마시는 것이 좋다.

차전자는 차로 복용하는 것이 간편하다. 차전자 8~10g을 물 700ml에 넣고 약불에 30분 정도 달여 마신다. 차전자차는 부종, 눈의 피로와 충혈을 완화하며 간의 기운을 끌어올려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다. 차로 마실 경우에도 이뇨 효과가 강하므로 충분한 물을 함께 섭취해야 한다.

차전자와 차전자피는 고령자나 임신부도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약재다. 그러나 장폐색이나 궤양이 있거나 위하수, 탈장, 탈항 등의 증상과 대소변을 너무 자주 보는 경우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본초정화〉에서는 ‘내상(內傷), 노권(勞倦)으로 양기가 아래로 새어 나가는 병에는 쓸 수 없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몸의 기운이 너무 없거나 장기에 기능적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