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파킨슨병을 어떻게 해석할까

한의학에서는 파킨슨병의 증상을 ‘진전(震顫)’, 즉 몸이 떨리는 병증의 하나로 보았다. 〈동의보감〉 등 의서에서는 간의 기운과 신장의 정기가 약해져 기혈이 고르게 돌지 못할 때 몸이 떨리고 움직임이 둔해진다고 설명한다. 이는 현대의학이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을 원인으로 설명하는 것과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신체 균형의 붕괴가 증상의 근본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과학이 밝힌 한의약 치료 효과

우선 통계적으로도 파킨슨병 환자의 한의 치료 이용은 꾸준히 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표본데이터(HIRA-NPS)를 기반으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분석한 연구 결과,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파킨슨병 환자 중 한의 치료를 한 번이라도 받은 비율은 6.4%에서 10.6%로 늘었다. 이는 약 65% 이상 증가한 수치로 이 중 침 치료가 가장 많았고, 진찰료, 부항, 뜸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환자들이 한의 치료를 증상 조절과 삶의 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험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팀은 기존에 위장약으로 쓰이던 레바미피드가 파킨슨병 모델에서 뇌 염증을 억제하고 도파민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동물 실험에서 레바미피드를 투여했을 때 도파민 신경세포 생존율은 약 2배 이상 증가했고, 도파민 분비량도 크게 늘어났다. 또 염증 관련 단백질 발현이 뚜렷하게 줄어 신경 염증 조절 효과가 입증되었다. 한의학에서는 위장 기능을 관장하는 ‘비(脾)’가 정신활동(思)을 주관한다(脾主思)고 보며, 위장 기능과 뇌 기능이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생리 시스템으로 해석한다. 위장약의 파킨슨병 치료 가능성 발견은 이러한 한의학 관점의 합리성을 과학적으로 재확인하고 한의학을 통한 파킨슨병의 치료 가능성을 증명한다.

임상 현장에서도 다양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침 치료는 떨림이나 보행 장애 같은 운동 증상 개선뿐 아니라, 불면이나 변비 같은 비운동 증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특히 무릎 바깥쪽에 위치한 양릉천과 같은 특정 경혈 자극은 신경 가소성을 촉진해 인지 기능과 기억력 저하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또한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뇌-장 축을 통한 새로운 치료 기전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한방 통합치료, 즉 침, 약침, 뜸 치료와 한약 투여를 병행한 환자군에서는 삶의 질 지표가 향상되고 약물 의존도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파킨슨병 치료가 단순히 증상 억제에 머물지 않고, 환자의 전신 균형과 생활 전반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환자와 함께하는 생활 관리

파킨슨병 환자들에게는 약물 복용만큼이나 꾸준한 생활 관리가 중요하다. 스트레칭이나 걷기 같은 가벼운 운동은 뇌신경을 활성화하고 운동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식습관에서는 소화가 잘 되는 균형 잡힌 식사가 필요하며, 변비를 완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분과 섬유질 섭취가 권장된다. 여기에 한의 치료를 병행하면, 몸의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뇌 신경의 부담을 줄여 증상을 완화함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파킨슨병은 고령화 사회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대표적 퇴행성 뇌 질환이다. 현대의학 치료가 증상 억제와 진행 지연에 집중한다면, 한의약은 전신의 균형 회복과 생활 관리까지 아우르는 접근을 제시한다. 통계적 분석, 실험 연구, 임상 사례들은 한의약이 파킨슨병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약물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근거가 축적된다면, 한의약은 파킨슨병 관리에서 더욱 중요한 치료의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