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찾아 온 새끼손가락 부상, 그리고 수술

불행은 늘 예고 없이 찾아와 평범한 일상을 흔듭니다. 하지만 제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 어머니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아버지는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저 역시 늘 건강관리에 신경 쓰며 살아왔습니다. 어느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큰 탈 없이 지내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몇 해 전, 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마사지 의자를 옮기다가 새끼손가락을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는 손가락에 단순한 타박상을 입었을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금방 나을 거라 여겼습니다. 그렇지만 계속된 통증으로 인해 결국 병원을 찾았고, 새끼손가락의 뼈와 인대, 신경까지 손상되어 즉시 수지 접합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냥 좀 다쳤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수술이라니, 그 순간의 막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수술을 위해 입원하는 동안 가족들도 제 옆에서 힘이 되어주기 어려웠어요.

퇴원 후에도 시련은 이어졌습니다. 며칠이 지난 이후에도 통증이 계속 이어졌고, 이전처럼 손가락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재활 치료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어요. 한 가정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주부로서 손을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은 가족 모두에게 힘든 일이었습니다. 가족들이 많이 배려해 주었지만 그럼에도 미안한 마음은 커져만 갔습니다.

수술 후유증을 다스리기 위해 찾아간 한의원

한의원에 방문하게 된 것은 제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된 친한 언니가 권유해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소에도 한의약, 특히 침술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었고 한의원에 방문했던 경험도 꽤 있었기 때문에 큰 망설임 없이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식당 일을 하면서 무릎 관절이나 허리가 아플 때면 한의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았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다만 집 근처에 있으면서 나에게 잘 맞는 한의원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수지 접합 수술 이후로 한의원에 방문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친한 언니가 한의원을 추천해 준 것을 계기로 한의원 치료를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친한 언니가 추천해 준 한의원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솔직히 겁이 많이 났습니다. 한의원의 치료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지만, 혹시라도 제 상태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들을까 무서웠어요. 병원에서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고 회복만 잘 하면 된다고 들었는데, 제 마음 한구석에는 ‘혹시 손을 못 쓰게 되면 어쩌나’하는 불안이 강하게 남아 있었거든요.

그런 두려운 마음을 가득 안고 도착한 한의원은 제가 알고 있던 한의원과 많이 달랐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방석을 깔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사랑방 같았어요. 그렇게 대기하고 있으려니 연륜 있는 여성 한의사 선생님이 방에 들어 오셨습니다. 한의사 선생님은 앉아 있는 환자 한 분씩 돌아가며 진료를 해주셨는데, 따로 상태가 어떻다고 말씀을 안 드려도 환자 한 명 한 명에 대해 이미 잘 알고 계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몸의 문제는 몸 전체의 균형을 맞춰야 해결할 수 있다

한의사 선생님은 따뜻한 손길로 제 손가락을 살펴보며 몸의 냉증, 생활 습관, 식습관까지 하나하나 짚어주셨습니다. 수술 받은 부위의 통증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을 맞춰야 건강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말씀이 인상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수술한 새끼손가락을 온찜질과 침술을 병행하여 치료해 주셨는데, 침을 맞을 때의 저릿한 통증마저 선생님의 따뜻한 설명과 격려 덕분에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한의사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대로 식단을 바꾸고 생활 습관을 조금씩 교정했습니다. 평소에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제 상태에 맞춰, 체질에 맞는 따뜻한 기운의 음식과 소화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 방법을 알려주신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의사 선생님의 권유에 맞춰 생활 습관을 바꿔나가다 보니 어느 날 놀랍게도 새끼손가락의 극심한 통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 건강을 스스로 챙길 수 있게 가르쳐 준 한의사 선생님

그 한의원에 방문하기 전까지의 저는, 한의원이든 병원이든 ‘딱 내가 아픈 부분만 치료받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지 접합 수술 이후로 방문한 한의원에서 치료도 중요하지만 치료를 잘 견딜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한의원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건강 문제는 그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의 많은 부분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이것이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건강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생활 습관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이 일을 계기로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수지 접합 수술 이후로 손가락을 못 쓰게 될까봐 두려워 재활 운동에 몰두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우던 저에게, 한의사 선생님은 든든한 브레이크이자 쉼터가 되어 주셨습니다. 지금도 저는 손가락의 수술 부위가 뻐근하거나 쑤시는 느낌이 들면 망설임 없이 한의원으로 달려갑니다. 이제는 손가락을 못 쓰게 될까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제 곁에서 늘 응원해 주시며, 제 건강을 전반적으로 컨설팅하고 관리해 주는 한의사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한의사 선생님 곁에서 제 스스로 건강을 잘 관리해 가며, 앞으로도 행복하고 활력 넘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