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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인(人)개인 주치의처럼 소통하고 공감
권해진 / 래소한의원 원장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사람을 좋아해야 한의사가 될 수 있다." 권해진 한의사는 저서 <우리 동네 한의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진료 철학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권해진 한의사는 한의원에 찾아오는 모든 환자의 개인 주치의가 되어 진심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마음을 어루만진다. 더불어 한의약의 따뜻함을 널리 알리고, 문턱을 낮추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의사이자 작가로 활동하십니다. 본인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저는 파주에서 17년 동안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의사이자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평소 진지하고 심각한 것은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환자들이 한 번이라도 웃고 갈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한의원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2021년에는 <우리 동네 한의사>를, 2024년에는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집필하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우리 동네 한의사>는 제목 그대로 제가 동네에서 작은 한의원을 운영하며 만난 환자들과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흔히 겪는 통증이나 질환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이에 대한 한의약 지식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한 번쯤 읽어보시면 생활 질환 관리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같이 사는 친정어머니가 텃밭 농사를 오래 했어요. 아이들을 위한 좋은 먹거리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셨고, 저 또한 농사일을 틈틈이 도와드리면서 한약재로 쓰이는 작물을 심게 되었죠. 그렇게 음식이면서 한약재인 작물을 키우는 법과 한의약적 효능, 어머니의 요리법을 담은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두 책 모두 한의원에 환자로 찾아오셨던 출판사 직원들의 도움으로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독서가 취미였던 터라 진료하면서 책에 관한 대화가 끊이질 않았어요. 그러면서 좋은 치료에 대해 여러 사람과 글로 공유하는 것이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죠. 그래서 글을 연재하게 되었는데 뜻밖에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우리 동네 한의사>는 월간지 〈개똥이네 집〉과 〈작은 책〉에 4년 반 동안 연재한 글 가운데 가려 뽑은 40편을, <텃밭에서 찾은 보약>은 『한의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텃밭에서 찾은 보약>은 직접 기른 식물의 효능을 한의약적으로 쉽게 설명하고, 식물마다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여 일상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어 좋았어요.
한의약의 기본 원리 중 하나가 음양오행입니다. 오행은 식물이 자라는 생장화수장(生長化收藏)의 과정을 담고 있어요. 생장화수장이란, 봄에 싹이 돋아나는 ‘생(生)’, 여름에 작물이 쑥쑥 자라는 ‘장(長)’, 그런 변화를 이끌어내는 ‘화(化)’, 가을이 되어 열매를 이루어 성과를 거두어들이는 ‘수(收)’, 겨울이 되어 이 모든 에너지를 씨앗에 숨기는 ‘장(藏)’을 뜻합니다. 텃밭을 일구고 작물을 기르면서 ‘자연 변화에 사람이 순응해서 살면 덜 아프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인간의 몸도 자연 일부니까요. 또한 그 계절에 나오는 작물들은 그 계절에 걸리기 쉬운 병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계절별 작물들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리고, 어머니의 손맛 레시피를 따라 만든 음식을 먹으며 건강에 대해 고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어요. 예를 들면, 토마토는 늦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면서 강한 해를 받고 자라게 되어 맛도 영양도 더욱 풍부해져 건강에 매우 좋아요. 그러니 그 계절에 제철 작물들을 좀 더 찾아 드셨으면 하는 바람이 책에 담겨 있어요.
독자분들을 만나면 저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닿은 것 같아 보람찬데요, 텃밭을 하시는 분들은 밭의 작물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특히 깻잎 사이사이에 조금씩 자라는 자소엽은 깻잎과 외향은 비슷하지만, 자줏빛을 띠는데요, 색이 어색해서 음식으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런데 책에서 자소엽이 어독을 풀어준다는 내용을 읽고 수확하여 추어탕이나 어탕국수에 넣어서 먹어봐야겠다고 말한 분이 있었죠. 또, 책 속에 나오는 식물 중 화분에서 키울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여쭤보거나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셨던 음식이 떠올랐다고 이야기했던 분도 있었습니다.
‘동네 주치의’라고 소개하신 점과 <우리 동네 한의사>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환자들과의 진료 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번화가에 있는 한의원과 달리 동네 한의원은 동네 주민들이 쉽게 올 수 있는 한의원이에요. 얼굴을 자주 보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다가 다쳤는지 물어보면 김장이나 이사를 했거나, 캠핑하러 갔다던가 등의 이야기가 술술 나와요. 또,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았는데 아프다고 이야기하면 생활 습관이 어떤지를 물어보죠. 그럼 ‘다리를 자주 꼰다’든지, ‘출퇴근 운전을 하루에 2시간씩 한다’는 것과 같은 환자의 일상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이런 것이 소통이겠지요. 서로를 알아가면 좀 더 편하게 아픈 것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제가 특별하기보다는 환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잘 풀어주세요. 저 또한 세심히 들으려고 노력하고요.
진료를 볼 때는 최대한 환자가 쓰는 언어를 같이 사용하려고 해요. 환자의 ‘허리가 지글지글하다’라는 표현에 똑같이 ‘허리가 많이 지글지글하세요?’라고 대답하면 환자분은 원장님이 나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죠. 이런 과정에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편안하게 아픔을 나누는 환경이 만들어져요.
실제로 신체적인 질환보다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오는 환자도 있을 것 같아요.
어르신 환자들이 그러세요. 무릎이 아파서 찾아오시지만, 대개는 치료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오는 경우도 많아요. 자식들은 무릎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아무도 안 들어주는데 여기 오면 아픈 걸 알아주고 들어주기에 이를 통해 위안을 얻는 분도 계세요.
노인 인구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완충 역할이 필요한데요, 저는 주치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피부병이 생기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도 한의원에 찾아와서 묻는 경우가 있어요. 건강 상태나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드리면 병원이나 약국에 가기도 해요. 반면 심한 장염이나 뼈가 부러지거나 하는 환자는 양방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해요. 양방 치료 후에 소화기의 안정과 기능 회복을 위해 한의 치료를 해드립니다. 이처럼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건강 문제를 예방하고, 건강 증진과 삶의 질이 향상되길 바랍니다.
책 속 이야기 외에도 한의원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환자가 있나요?
멀리 이사한 후에도 명절 때마다 전화를 주시는 환자가 있는데요, 그런 분들과의 인연은 항상 마음에 남습니다. 또 저희의 간식을 담당해 주시는 분, 직접 농사지은 작물을 나눠주는 분, 책 속에 등장하지 않았다고 섭섭해하는 분들도 있지요. 이 모든 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책 집필 외에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계시는데요, 특히 한약재로 손수건 염색하기 체험 강의가 인상 깊어요. 강의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도서관을 자주 가는데요, 책을 빌리기도 하지만 강의도 많이 듣습니다. 사서분들이 기획한 강의 중 재미와 지식을 모두 잡은 강의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강의 의뢰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은 강의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한약재를 직접 만져보고, 차로 마셔보는 강의나 혈자리를 알려주는 강의를 했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강의를 진행하니 호응이 좋았어요.
한 도서관에서 아이들 수업을 의뢰받았어요. 아이들이 어떤 내용에 흥미를 느낄지 생각하던 중 한약재를 이용한 손수건 염색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염색 재료이면서도 한의약에서 사용되는 약재가 홍화, 치자, 소목, 청대, 느릅나무(유근피) 등 제법 많아요. 강의를 진행하니 예상했던 색과 다른 색이 손수건에 입혀지는 걸 보고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한의약에 흥미를 느끼더라고요. 어른들을 대상으로 강의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호응도가 좋았습니다.
지금도 강의 의뢰가 오면 거절하지 않고 모두 수락하는 편입니다. 한의약의 대중화는 한의원에 앉아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에요. 강의나 집필을 통해 한의원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어린이나 한의원의 문턱이 높을 것 같아 방문을 꺼리는 분들에게 조금 더 쉽고 편안하게 한의약을 알리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꾸준히 읽고, 쓰고, 강의하며 환자들과 소통하는 한의사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읽고, 쓰고, 강의하는 모든 활동이 한의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데 활력을 줘요. 지치지 않고 동네 환자를 보려면 다른 활동으로 삶에 활기를 넣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활기차게 한의원을 지켜야만 아파서 오는 환자들이 정서적인 부분에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다른 한의계 인사 또는 <건강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의약의 우수성을 글과 강의를 통해 알리는 일을 많은 한의사분이 함께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강의를 다니면서 독자분들을 뵐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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