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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여는 사람들해외 의과대에 한의학 전공교육과정 개설,
해외 의사 대상 한의약 교육

송지청 / 대구한의대학교 교수

대구한의대학교 한의예과 송지청 교수는 해외 한의약 교육으로 한의약 해외 진출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한의약진흥원 사업의 일환으로 매년 우즈베키스탄, 몽골, 베트남 등 해외 의과대학 학생과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의학 교육과 임상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한의약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송교수를 만나 그가 바라보는 한의약의 세계화에 대해 들어봤다.

Q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국립의과대학에서 진행된 학점 기반 한의학 전공 해외교육은 어땠나요?

A

대구한의대학교는 2020년부터 한국한의약진흥원의 ‘한의약 해외교육·연수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러시아 태평양의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한의약 해외교육과 연수를 진행했어요. 하지만 21년도부터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러시아어가 통용되는 우즈베키스탄으로 확장하게 되어 22년도는 3개 대학, 23년도는 6개 대학과 협약을 맺고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도 ‘한의약 해외교육·연수 지원 사업’에 선정돼 우즈베키스탄에서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연도와 달라진 점은 임상 연수를 제외하고 학점 기반의 전공 교육과정으로 교육이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첫 시작은 6월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국립의과대학에서 시범 교육이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대통령령으로 4년 전에 전국 10개 국립의대에 전통의학과가 개설되었어요. 갑자기 학과가 개설되다 보니 한의약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교수보다 재활 의학이나 스포츠 의학 전공하는 교수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 경혈 침구에 대한 교육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경혈 침구학을 중심으로 총 8시간, 이틀에 걸쳐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Q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A

우즈베키스탄은 한국과 한의약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이에요. 매년 많은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이 한의약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 교육 및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협약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의 대학교수가 대면으로 강의를 진행하니 학생들이 아주 좋아했죠. 이번 시범 교육에는 전통의학과 학생들 외에도 서양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이 참여했어요. 한의약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깊은 내용의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좋고, 서양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내용을 들을 수 있어 좋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2학기는 학점 기반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수강생은 전통의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모집할 예정이에요. 우선 수업 전, 학생들의 기초 학력 수준을 높이기 위해 경혈, 취혈과 같은 기초교육 영상을 제공할 생각입니다. 이후 대면 교육을 진행할 때는 심화 학습 위주로 수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제가 임상의는 아니지만, 졸업 후 임상에서 바로 쓸 수 있도록 침구 술기를 중심으로 치료법도 가르치고자 합니다.

대구한의대가 해외 자매대학 의학과 및 전통의학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학년도 하계 단기 한의학 연수 프로그램’에서 송지청 교수가 한의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

처음으로 해외에 한의약 전공 교육과정이 개설되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학점 기반의 교육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부재를 단기간에 채울 수 없어요. 그래서 해외 교육 시 해당 국가 교수들의 참여를 유도해 사업이 끝난 후에도 이어서 학생들에게 강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직 우즈베키스탄은 법령으로 전통의사 직능에 대한 명확한 명시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중국과 같이 전통의학과 진학 후 대학원까지 진학해야 한의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전통의학과를 졸업한 후 치료사처럼 의사의 지시를 받은 경우에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대구한의대학교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의학의 기반 마련을 위해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보건부 산하의 전통의학센터와 우즈베키스탄 전통의사 인증제 시행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어요. 전통의학 재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면허를 소지한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의사 전환 교육을 시행해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에게 수료증을 발급했어요. 수료증을 받은 사람은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인증하는 전통의사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Q

매년 해외 여러 국가와 하계 한의학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요?

A

하계 한의학 연수프로그램은 매년 자매대학을 중심으로 참여자를 모집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우즈베키스탄 외에도 중국, 몽골, 인도, 베트남을 포함한 5개국, 총 10여 명의 학생이 하계 한의학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특히 처음으로 하계 한의학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한 중국과 인도의 학생은 우리 전통의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강의는 단기 교육프로그램이기에 우선 한의약 역사와 각국의 의학교류에 대한 내용을 시작으로 사암침, 원위취혈 등 기본적인 침구원리와 임상 각 과의 치료법 강의를 준비했어요. 방제학과 본초학도 준비했지만, 주로 임상에서 쓰는 침 치료법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대구한의대 한의학 연수에 참가한 해외 학생들과 기념촬영
Q

지난해 유럽에서 침구전문의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연수 프로그램은 어땠나요?

A

‘한의약 해외교육 및 임상연수프로그램’은 한국한의약진흥원의 지원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유럽에는 침구치료를 치료법으로 사용하는 직능인이 두 종류로 나뉩니다. 의사면허가 없는 일반 침구사와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으면서 침술을 배운 침구전문의사가 있습니다. 침구사와 침구전문의사 중국의 침술을 배웠다는 점은 공통됩니다.

국가마다 침구전문의사협회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한의약 해외교육 및 임상연수프로그램’은 협회 임원 및 소속 의사들을 대상으로 시행했었습니다. 저는 인체 경락의 중요성과 임상 응용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어요. 수업을 들은 의사들은 ‘중의학을 배우면서 가졌던 침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해결하고 침술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라고 말해주셨죠. 또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실습에서는 실제 몸에 통증을 느끼는 분들께 침을 놓아드렸어요. 치료 효과를 눈앞에서 보니 다들 신기해하면서 한의약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Q

이외에도 한의약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요.

A

현재 국제처장을 맡아 우리 대학의 국제교류 증진에 대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의 10개 국립의과대학과 협약을 체결하고 특강을 진행했어요. 또 최근에는 부하라국립의과대학에서 세종학당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특별반을 개설해 기초 한의학 용어 한국어 수업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몽골의 민족대학과 약학대학에도 전통의학과가 있어요. 몽골에서도 전통의학과를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올해 가을부터 몽골에도 한의약 전공 교육과정을 개설할 계획입니다.

Q

한의약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활동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가장 보람찬 순간은 해외 교육을 하게 된 계기하고도 같아요. 제가 학부를 다녔을 때는 한의약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 교수로서 강의하면서 현실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실감했죠. 한의약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이 많이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해외교육을 진행해 보니 한의약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해외에서 한국 한의약을 배우고자 하는 열의를 보이면 우리 내부에서도 우리 한의약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해외교육을 할 때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관심을 가져주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해외교육 사업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 좋은 디딤돌을 만들어주셨는데, 이를 발판으로 교육이 한의약 관련 산업으로 연결되어 국가 간에도 서로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정부는 풍부한 약용식물 자원을 활용하여 부하라 중심의 제약 클러스터 조성으로 전통의약 산업을 발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맞추어 대구한의대학교는 부하라 제약 클러스터 프로젝트의 파트너로서 협약을 체결하고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 12개 대학의 공통 교육과정을 끌어냈던 것처럼 전통의학과가 있는 10개 대학의 공통 커리큘럼을 제시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를 통해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의학이 안정적으로 발전되기를 바랍니다.

Q

해외 진출을 꿈꾸는 한의사 또는 종사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 혹은 당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

저는 한의사들이 해외 진출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양방은 해외 병원 진출 사례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의약은 의료수가(醫療酬價)가 굉장히 낮은 편이라 해외 진출이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양방은 진단기기, 진단비 등이 상당히 높게 책정될 수 있어요. 한의약은 진단비를 측정하기 쉽지 않고 술기에 따라 수가(酬價) 측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병원 및 의사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교육을 기반으로 임상, 나아가 한방병원의 규모까지 확장이 되기를 희망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아요. 또 국가마다 의료 상황, 면허 체계가 달라 해외 진출이 쉽지는 않아요. 만약 해외 진출을 꿈꾼다면 보건복지부, 한의약진흥원의 정책 과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출간한 ‘한의사 해외 진출 가이드북’을 참고해서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 유럽 등 해외 국가로 활발히 진출하고 저변을 확대한다면 결국 한의약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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