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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한의약조선시대 영조의 치통,
천초(川椒)로 다스리다
글쓴이: 한동하 / 한의사
조선의 왕들은 치통으로 많은 고생을 했다. 세조와 성종은 치통이 심해서 치통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녀를 뽑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은 치통 때문에 성격이 포악해졌다는 일설도 있다.
82세까지 장수한 영조 또한 치통 때문에 고생을 했다. 영조는 즉위 전 연잉군 시절 때부터 왼쪽 어금니 등에 치통이 있었다. <승정원일기> 영조 3년(1727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상이 이르기를 “치통 증세는 이미 10년이 넘은 것이어서 왼쪽 이가 다 상하였다. 그런데 오른쪽 이도 아프니, 이는 일시적인 풍열(風熱)로 생긴 듯하다. 지난달에는 통증이 갑자기 심했었는데, 지금은 정말로 거의 다 나았다.”라고 하였다.」 라는 내용이다.
영조는 이후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다가 8년 후 치통이 다시 재발해서 세신(細辛)1) 달인 물로 양치하고는 했다. 세신은 당시 치통의 치료에 많이 쓰인 재료였다. <동의보감(1610년)>에는 ‘세신(細辛)은 입에서 냄새가 나는 것과 충치로 붓고 아픈 것을 치료하는데, 세신(細辛)을 진하게 달여서 뜨거울 때에 입에 머금었다가 식은 다음 뱉어 버리면 낫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세신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치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영조는 통증이 심해서 차라리 발치(拔齒)를 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러나 수의(首醫) 김응삼은 영성군(어사 박문수)이나 다른 신하들도 발치를 잘못해서 고생했다고 하면서 극구 만류했다. 당시 대장장이가 발치하여 부작용이 심했기 때문이다. 신하들은 오이가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듯 이 또한 저절로 빠지기를 기다려야 한다면서 말렸다.

신하들은 대신 백하염(白荷鹽)을 이용해서 양치할 것을 권했다. 백하염은 <동의보감>에 치아를 튼튼하게 하는 고치방(固齒方)으로 소금과 연잎, 연방, 숯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다. 소금은 예로부터 양치하는 데 가장 흔하게 사용된 재료였다.
그러나 영조의 치통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치통은 점차 악화되어 음식을 씹기가 어려워져 몸이 수척해지기까지 했다. <승정원일기> 영조 18년(1742년)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상이 이르기를, “여기에 치통이 있는 자가 있는가? 나는 세신(細辛)으로 효과를 보았다. 처음에는 신묘하고 기이하였는데 여러 차례 사용한 즉 영험이 없었다.” 하자, 송인명이 아뢰기를 “천초수(川椒水)가 좋습니다.”라고 하니 상이 이르기를, “세간의 처방이라고 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 천초(川椒)가 좋은 듯하다.” 하였다.」라는 내용이다.

천초는 당시 일반 백성들도 치통에 다용했던 민간요법이었다. 천초는 영조의 치통에도 효과적이었다. 이후로 영조가 치통으로 고생했다는 기록이 없는 것을 보면 영조의 치통은 아마도 천초를 사용해 효과적으로 관리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천초는 운향과 화초속에 속하는 초피나무, 산초나무, 또는 화초의 열매껍질을 말한다. 익으면 껍질이 붉은색을 띠면서 벌어지기 때문에 초홍(椒紅)이라고 하고, 검은 열매는 초목(椒目)이라고 부른다. 문헌에는 촉초(蜀椒), 파초(巴椒), 진초(秦椒), 한초(漢椒), 남초(南椒), 화초(花椒) 등 다양한 이름으로 쓰였다.
천초는 치통에 다용되었다. <본초강목>에는 ‘촉초(천초)는 치통을 제거한다.’라고 했고, <동의보감>에는 ‘이빨이 아픈 데는 반드시 산초(천초)를 써야 통증이 멎는다.’라고 했다. 천초와 몇 가지 약재를 환으로 만들어 입 안에 물고 있는 것이다. 천초는 기운이 뜨거우므로 주로 찬바람을 맞거나 찬 음식을 먹을 때 심해지는 치통에 적용되었다. 또한 천초를 식초에 넣고 끓여서 만든 천초수(川椒水)도 효과적이었다. 천초수는 일종의 가글액이었다.
약리학적으로 천초 열매 껍질에는 산쇼올과 크산톡신산과 같은 국소 마취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으며 이로 인한 진통작용이 있다. 요즘에도 임상에 다용되는데, 복부의 냉증과 복통, 냉성 관절통, 팔다리 저림에도 처방된다. 또한 비염이나 천식, 만성기침에도 효과적이다. 민간에서는 천초 열매 기름이 천식이나 기침의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다.
치아 건강에 양치질이 중요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양치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길며 옛날에도 양치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항간에 버드나무인 양지(楊枝)로 치아를 닦아서 양치질(養齒-)의 어원이 양지질(楊枝-)이라는 설이 있지만, 사실 ‘양치(養齒)’라는 한자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었다. <향약집성방(1433년)>에는 ‘노각나무와 아주까리 뿌리로 양치(養齒)하면 영원히 치아병이 생기지 않는다[紫莖, 萆麻根, 養齒, 永不齒病].’라고 했고, 조선 후기의 서적으로 추정되는 <의방합편>에는 ‘물푸레나무로 양치질하는 나무[養齒木(양치목)]를 만들어 두고 조석으로 쓰면 좋다[以梣木爲養齒木, 朝夕用之, 乃佳].’라고 했다. 양치목은 그 당시의 칫솔이었다.
<동의보감>에는 ‘온갖 양생법 중에서 치아를 기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양치하지 않거나 입 안을 헹구지 않으면[不漱不洗] 치아가 상하거나 벌레가 먹는다.’라는 기록이 있다. 한의서에는 일반적으로 ‘수치(漱齒)’나 ‘수구(漱口)’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漱) 자에는 ‘치아를 문지르는 행위’와 함께 ‘입안을 헹군다’라는 의미가 있다.
옛날에는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모두 한의학적 치료로 해결해야 했다. <동의보감>에도 아치(牙齒)편을 별도로 수록해서 거의 모든 치아 관련 증상과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요즘에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만한 약물 처방을 찾아볼 수 있다. 만약 천초수를 활용한다면 스프레이 제제로 만들어 치통이나 잇몸 통증에 뿌려줘도 좋다.
지금은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치과를 방문한다. 그러나 만성적인 풍치나 잇몸질환, 악관절장애에 침치료도 효과적이다. 치통에는 주로 양명경(陽明經)에 있는 이간혈, 삼간혈, 합곡혈, 양계혈 등이 좋다. 임상적으로 상치통은 위경(胃經), 하치통은 대장경(大腸經)을 취혈하고, 또한 우치통은 좌측에 좌치통은 우측에 자침한다.
과거 의료의 역사는 경험의 역사였다. 루시루험(屢試屢驗). 많은 사람이 누누이 시험해보고 누누이 효과를 본 것들만 기록으로 살아남았다. 그중 하나가 영조의 치통을 치료한 천초의 활용이었다.
- 1) 족두리의 뿌리를 한방에서 이르는 말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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