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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한답피를 뽑는 사혈(瀉血)요법

속이 더부룩하거나 체했을 때 집에서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피를 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민간요법인 ‘손가락 따기’는 한의약의 ‘사혈요법’에서 민간으로 전파된 것으로 본다. 사혈요법이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몸의 원활한 혈액순환을 돕는 사혈요법의 구체적인 효과와 주의할 점 등을 알아보며 궁금증을 해소해보자.

사혈요법은 어떤 치료법인가요?

사혈요법이란 질환이나 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피를 뽑는 치료법이다. 혈액을 뽑는다고 하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고 치료의 효과를 의심할 수 있다.

사혈은 단순히 피를 뽑는 치료 요법이 아니다. 피가 진흙처럼 응집된 상태인 ‘어혈(瘀血)’ 즉, 죽은 피 혹은 나쁜 피를 뽑는 것이다.

어혈은 혈액 내에서 찌꺼기처럼 돌아다니며 혈관을 막아 원활한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장기간 방치하면 두통과 어지러움, 근육과 관절 통증 등 다양한 통증과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어혈을 제거하기 위한 치료법을 활혈거어(活血祛瘀)1)라 하는데 사혈요법이 이에 해당한다.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어혈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첫째로 외상으로 인한 타박상과 골절 때문이다. 타박, 추락 등으로 골절되면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혈류가 한 곳에 모이는데, 흔히 발생하는 멍도 어혈 발생의 증상 중 하나이다. 둘째로 요즘과 같은 더운 날씨나 반대로 날씨가 너무 추울 때도 혈맥이 막혀 어혈이 생긴다. 한의약에서는 이를 외감한열(外感寒熱)이라 부르는데 겨울철 한랭질환인 동상이 대표적인 예다. 마지막으로 신체 장기의 질환이 생기는 경우인 장부내상(臟腑內傷)이다. 심장이나 간 등 장기에 비정상인 출혈이 있는 경우 또는 자궁 출혈과 월경 이상으로 혈액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할 때도 어혈이 발생한다.

사혈요법의 역사

사혈요법은 기원전 5세기부터 약 100년 전까지 사용되어 온 치료법이다. 중국의 고서 ‘황제내경’과 우리나라의 ‘동의보감’에도 사혈요법이 기록되어 있다. 현재 서양의학에서도 사혈요법과 비슷한 치료법이 있다. 정맥절개술은 출혈, 고혈압, 폐부종 등을 앓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응급 시 혈액을 주사기로 흡입해서 제거하는 수술이다. 혈액을 흡입해 부종을 개선하고 심장 순환계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보아 사혈요법의 원리 및 효과와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사혈요법의 치료 방법과 효과가 궁금해요!

사혈요법은 질환 또는 통증에 맞는 혈자리에 침을 놓아 적정량의 어혈을 제거한다. 사혈요법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침을 활용한 자락(刺絡)2)요법과 부항을 활용한 부항요법이다.

자락(刺絡)요법은 참침(鑱鍼), 봉침(鋒鍼), 원리침(圓利鍼) 등 침을 통해 손가락, 발가락과 같은 부위에 사혈하는 경우를 말한다. 시술하는 혈자리에 따라 두통, 중풍과 같은 내과 질환부터 외과, 피부과, 안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질환에 응용된다.3)

반면 넓은 부위에 얇고 짧은 침으로 자락(刺絡)한 후 부항을 이용해 사혈하는 것을 습부항이라 부른다. 통증 및 질환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되며 원리는 다음과 같다. 통증이 있는 부위에 여러 번 자락(刺絡)하면 굳은 근육이 자극을 받아 이완된다. 이후 습부항을 통해 피를 뽑으면 체내의 어혈과 염증이 제거되고 새로운 혈액이 공급된다. 이를 통해 손상된 조직은 빠르게 회복되고 통증은 개선된다.

실제 사혈요법으로 질환의 호전을 보인 다음과 같은 연구들이 있다. 비강 내 자락요법을 적용한 연구에서는 8명의 환자가 코막힘, 재채기, 콧물, 통증 등이 개선되었다.4) 또한 목 통증에 습부항 치료가 유의미한지 알아본 연구에서는 치료가 유효하며 다른 치료와 동반되었을 시 더 큰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5)

대한한의사협회 제공

사혈 시 피가 많이 나오면 좋다(?)

사혈요법 시술에는 여러 질문이 따라온다. 검은 피는 죽은 피인지, 피 덩어리와 거품이 왜 나오는지, 피가 많이 나오는 것이 좋은지 등과 같은 질문들이다.

우선 검은 피는 죽은 피가 아닌 혈액 속 산소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을 경우 핏속의 산소가 적어 다른 혈액보다 유독 어두운색을 띠기도 하며 타박에 의한 멍 또한 이미 피가 혈관 밖으로 나온 상태이기에 혈액 내 산소가 부족해 사혈 시 일반적인 피보다 검을 수 있다. 습부항을 통해 피를 체내에서 뽑아내면 핏속의 철분이 공기와 접촉하게 되고 산소가 줄어들어 검은색에 가까운 색을 띠는 것이다.

또 덩어리진 피는 습부항을 통해 사혈을 하면 피가 상온에 방치되어 혈액응고 인자로 인해 피가 굳어져 덩어리지는 것이다. 거품은 피부와 부항 사이의 미세한 틈으로 공기가 들어가 생기는 현상이다.

사혈 시 피가 많이 나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사혈 시 출혈량은 치료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환자의 체격과 건강 상태, 통증과 부종의 정도에 따른 침을 놓는 횟수, 치료 부위 등 치료법에 따라 피의 양이 정해진다. 신체적으로 허약한 이가 과하게 사혈을 하면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으므로 피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사혈요법 치료 시 감염 위험 크므로 전문기관에서

사혈요법은 체내의 피를 빼는 치료인 만큼 주의해야 할 사항도 많다. 우선 사혈요법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어린아이는 혈관이 미성숙해 사혈 부위가 손상될 수 있으며 당뇨병 또는 피부 질환이 있을 경우는 사혈 부위의 상처가 잘 아물지 않기에 감염의 위험이 있다. 임산부나 고혈압, 심장 질환, 빈혈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주의가 필요하다. 또 적당량 이상의 피를 뽑으면 조직손상, 탈진 등의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도 위생이 중요하다. 멸균되지 않은 기구를 사용하면 감염의 위험이 있어 가정 내에서 사혈침과 부항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멸균 상태의 일회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한의원이나 전문 의료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

1)활혈거어(活血祛瘀)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막히거나 정체되어있는 어혈(瘀血)을 제거하는 치료 방법을 뜻한다.
2)자락(刺絡)이란 침으로 정맥을 찔러 나쁜 피를 뽑아내는 것을 뜻한다.
3)권영완, 이상룡,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나타난 자락요법(刺絡療法)에 대한 고찰’, 경락경혈학회지, 2011;28(3);201-20.
4)강일아, 박민규, 신민근, 김효섭, 이준석, 이아람, 이재민,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비강사혈 치험 8례, 대한침구의학회지, 2012;29(6);91-104.
5)Kim S, Lee SH, Kim MR, Kim EJ, Hwang DS, Lee J, Shin JS, Ha IH, Lee YJ. Is cupping therapy effective in patients with neck pai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J Open. 2018;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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