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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충전소약초의 가치를 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약용식물원

산들산들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날, 가벼운 발걸음은 홀린 듯 자연으로 향한다. 발걸음이 닿는 곳은 경상북도 봉화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백두대간과 고산지역의 풍부한 자연을 품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우리 몸을 지키는 약용식물과 친해지는 시간을 선사한다. 다양한 약용식물이 가진 색다른 모습을 눈에 담으며 약용식물원에서 천혜의 자연을 누려보자.

약초와 대화하는 시간

약용식물원에서 유연하게 흔들리는 풀잎들은 다소 익숙한 풍경을 자아낸다. 공원이나 산책로를 거닐면 흔히 볼 법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준다. 화려한 색채를 가진 식물들로 가득 찬 식물원과 다르게 약용식물원은 평범한 정원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약용식물의 진가는 ‘알아보는 것’에 있는 법. 다양한 효능을 지닌 약초들은 알수록 의미가 더해진다. 약용식물원은 우리가 쉽고 편안히 관람할 수 있도록 오장을 기준으로 다섯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폐장, 심장, 위장, 간장, 콩팥·방광에 좋은 식물을 각 공간에서 만나다 보면 어느새 그들과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눈으로 생김새를 관찰하고 효능을 읽으며 친밀해지는 시간, 약초와 소통하는 공간에 와 있다는 걸 깨닫는다.

하수오, 부추, 구기자나무 등 61종의 약용식물이 자리 잡은 약용식물원. 식물마다 해설판이 설치되어 있어 관람이 편리하다. 약용식물의 이름, 효능, 효과 등 내용은 전문 감수를 받아 꼼꼼하게 준비되어 있다. 또한 병해충 방제, 식물생육상태 모니터링, 식물 특성별 관리를 통해 약용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손이 닿는 곳이라면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 점이 돋보인다.

약용식물원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공간은 ‘폐’다. 폐에 이로운 대표적인 약용식물인 국화과의 개미취는 연한 자주색이나 하늘색 꽃을 피우지만, 7월에서 10월 사이 만개하는지라 아직 초록빛을 담고 있다. 옛날부터 천식이나 기관지염에 활용해 온 개미취는 오늘날에도 기침을 멎게 하는 데 쓰인다. 건강한 토양에서 만개할 준비를 마친 개미취의 잎사귀에는 신선함이 감돈다. ‘심장’으로 향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단삼이 반긴다. 하지만 흔히 아는 인삼과는 다른 모습으로, 자줏빛 꽃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약재로 쓰이는 부분은 단삼의 뿌리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며 다소 낯선 모습을 즐겁게 바라본다.

구절초, 도라지 등이 있는 ‘위’, 오갈피나무가 대표적인 ‘간’, 울창한 황벽나무가 반기는 ‘콩팥·방광’을 지나며 길어지는 약초와의 시간은 발견의 연속이다. 이름은 알지만 생김새는 몰랐거나 약재로 쓰일 때와 전혀 다른 모습, 만개를 기다리는 식물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자연 그대로의 약용식물을 관람하니 어느새 약초가 더 이상 어려운 존재로 기억되지 않는다.

함께 만드는 약용식물원

다양한 약용식물의 사이를 걷다 보면 나무 사이 아담한 초가집과 마주친다. 허준의 약방을 재현한 전시 공간은 자연 풍경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저마다의 이름을 갖고 처마에 대롱대롱 달린 약재, 약재에 쓰일 용도로 말린 약초, 예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작은 문을 보고 있자면 허준이 금방이라도 인사를 건넬 것만 같다. 과거에는 벌레와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처마 밑에 약재를 달았다고 한다. 전통약방 초가집의 간략한 안내문은 관람에 유익함을 더해준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마스코트인 백두랑이의 귀여운 패널도 또 하나의 묘미다. 한의사 복장을 한 채 동의보감 서적을 들고 있는 백두랑이 옆에서 함께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기록해 보자.

박하와 구절초를 심은 화분은 약탕기 모양으로 약용식물원의 색깔을 드러낸다. 화분이 가지런히 놓인 돌담을 따라 산책하면서 무성한 풀잎 사이에서 얼굴을 내민 꽃들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약용식물원에 읽고 보는 재미를 더하는 단군신화 설화존과 7가지 진실 구역을 살펴보자. 단군신화 설화존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곰과 호랑이가 먹었다는 쑥과 마늘이 식재되어 있다. 쑥, 인진쑥, 사철쑥을 비롯하여 산마늘과 부추류를 확인할 수 있다. 식재료로 잘 알려진 식물들에 이야기를 더하니 약용식물원 속 경험이 더욱 풍부해진다. 7가지 진실 구역은 지금까지 약용식물에 대한 대중적인 편견에 대한 해답을 알린다.

이렇게 다채로운 볼거리로 가득한 약용식물원은 시민들의 참여로 꾸려졌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참나리, 용담 등은 지역 농가에서 약용식물을 보급해 조성되었으며 지속적으로 상생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조성체험단은 2023년 가드닝 체험을 통해 지치, 구절초 등 식물을 직접 심기도 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약용식물이라도 그 이름과 의미는 자세히 알기 어렵다. 가드닝 체험으로 약용식물을 알아가고 심는 다정한 경험을 공유한 것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약용식물원은 사람과 약용식물을 연결한다. 한껏 즐기는 시간을 선사하고 같이 만드는 유기적인 공간이 되어준다. 약용식물이 우리 몸에 건강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약용식물원도 사람과 소통하며 약초의 역할을 수행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교류, 약용식물원에서 함께하는 시간은 식물원에서 자라는 약초만큼이나 우리를 튼튼하게 만든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는 글로벌 '시드볼트(Sead Vault)'가 있습니다. 시드볼트는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핵 전쟁과 같은 대재난 등에 맞서 식물 유전 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영구저장시설입니다. 전 세계에 두 곳이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노르웨이 스발바르 시드볼트에는 작물종자를, 우리나라 시드볼트에는 야생식물의 종자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보관 중인 씨앗은 약 9만 5,000여 점입니다. 한국한의약진흥원은 한약자원의 보존을 위해 총 550종을 기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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