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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 높은 학교, 그럼에도 즐거운 학교
학교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캠퍼스의 위치였다. 높은 경사에 입이 벌어졌다. 입학 후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을 하다 중간고사 기간에 처음으로 학교를 실제 방문했다. 학교 경사가 엄청나다는 선배들의 말을 듣고 ‘설마 그 정도일까?’ 생각했는데, 직접 와보니 과장이 아니라 100% 진짜였다. 그래서 학교에는 독특한 문화인 ‘택시팸’이 있다. 삼삼오오 모여 택시를 타고 함께 등교하는 소모임이다. 비록 등교는 힘들지만 학교를 마치고 내려갈 때는 가파른 경사도에 비례하여 엄청난 속도로 빠른 귀가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학교의 위치는 부산의 중심인 서면과 가깝기에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도 있다.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로 가득한 서면은 공부에 지친 우리에게 재충전하는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5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는 지금은 택시 기사님들께서 교내를 운행하실 때 경사도에 놀라시는 모습이 이젠 익숙하지만, 비오는 날은 아직도 가끔 차가 미끄러지지 않을까 무섭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부산은 겨울에도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바라본 풍경두 개의 캠퍼스, 그럼에도 가까운 우리
처음 입학했을 때 지도에 학교 위치를 검색해 보니 두 곳이 나와서 정말 헷갈렸다. 입학하고 나서야 캠퍼스가 어떻게 나누어지는지 알게 되었다. 예과 2년은 가야 캠퍼스에서, 본과 4년은 동의 의료원이 위치한 양정 캠퍼스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캠퍼스가 나뉘어져 있지만 예과 2년은 선후배 간에 교류가 많고, 본과 4년간은 양정 캠퍼스에서 실습과 전공수업이 이루어지므로 학년 간에 어색함은 없다. 또한, 양정 캠퍼스와 가야 캠퍼스는 거리상 가까운 편이라, 본캠퍼스인 가야 캠퍼스에서 열리는 학교 축제의 유명한 연예인을 보기 위해, 또는 체육대회 참석을 위해 양정 캠퍼스에서 수업이 끝난 후 달려가는 수고는 오히려 하나의 이벤트가 되었다.
“마, 부산 아이가!” 공부할 땐 공부하고, 놀 땐 누구보다 즐겁게!
학교에 입학하면서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더 잘 논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할 때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함께 하는 시간 또한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즐길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우리 학교는 ‘열정맨’으로 가득하다.
학교만의 특별한 문화가 있다면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의혼제’다. 의혼제는 해방 후 민족 의학 부흥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의 정신을 기리는 동의대 한의대만의 유서 깊은 행사다. 낮에는 학교 농구장에서 동아리별로 소떡소떡, 토스트 등 음식을 팔고, 예과 학생회에서는 ‘귀신의 집’을 운영하며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부스와 타로 코너 등 다양한 재미도 즐길 수 있으며, 학교가 마친 후에는 학교 뒤편 농구장에 삼삼오오 모여 학번별 술자리나 동아리별로 모임을 가진다.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올 때쯤이면 학교에 의혼제 포스터가 붙는데, 학교 선후배 간에 소속감과 유대감을 돈독하게 만들어 주는 좋은 행사다.
두 번째는 ‘밥약’이다. 선후배가 학교 밖에서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카페도 가고 술 한잔도 기울이며 선후배 간의 우애를 다지는 문화다. 선배들은 새내기 후배들에게 밥약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고 대학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 주며 후배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준다. 이러한 도움을 받은 후배 역시 다음 후배에게 밥약을 통해 내리사랑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 역시 예과 1학년 때 만났던 선배님이 계시는데, 한의사가 되신 지금까지도 선배님과 종종 만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도움을 받고 있다.
축제 먹거리와 축제 모습다양한 실습과 불타는 공부
예과 1학년에는 빨간색 표지가 인상적인 〈한의학원론〉 교재부터 뼈 이름을 모조리 외우는 의학 용어 등 이론 공부를 한다. 그 이후 학교에서 가장 처음으로 실습한 과목은 본초학이었다. 본초학(本草學)은 약재로 사용되는 동식물, 광물에 대한 지식을 연구하는 한의학의 한 분야다. 어떤 식물, 동물, 광물이 약재로 쓰이는지 파악하고 직접 약재를 만져보고 맛보기도 하면서 약재의 독성을 관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공부했다.
본초학 실습을 시작으로 예과 2학년부터 본과 3학년까지 본격적인 실습이 이어진다. 한약을 직접 달여보는 방제학 실습, 조원끼리 모여 스티커로 경혈점을 표시하는 경락경혈학 실습, 서로의 병변을 진단하고 추나 베드에서 추나 실습을 진행하는 등 한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다양한 기술과 지식을 공부한다. 또한, 이론 공부를 할 때도 학교의 PBL*룸에 모여 함께 암기 팁을 만들기도 하고, 해당 과목을 뛰어나게 잘하는 동기의 강의를 들으며 힘든 시험 기간도 함께 이겨내고자 으쌰으쌰 열심히 공부한다. 또한 학부생을 위한 다양한 교육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본과 2학년 2학기에 중국 광저우 중의약 대학교에서 1학기 동안 공부를 하는 중국 교환학생 제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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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L(Problem-based Learning): 문제기반학습으로 실제 문제를 중심으로 학습자가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도록 유도하는 학생 중심 교수·학습 방법을 말한다.
추나 실습실
pbl실
중국교환학생 당시의 모습학교 동아리 생활
동아리는 크게 학술 동아리와 일반 동아리로 나뉜다. 학술 동아리는 종강 후 방학에 함께 모여 공부하고 상주 한의사분과 함께 의료 봉사를 진행하며 배움을 실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일반 동아리로는 밴드, 관현악, 댄스, 풍물패, 연극 동아리가 있다. 이들은 바쁜 학업 일정에도 틈틈이 모여 연습한 후 공연장을 빌려 동기들과 선후배들에게 멋진 공연을 보여준다. 동기들이 그간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에서 기량을 뽐내는 모습을 보면, 같은 교실에 앉아 함께 공부하던 내가 알던 그 친구일까 싶을 정도로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열정 많고 끼 많은 우리 과가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다.
코로나 이후 지역적으로 가까운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과 함께 합동 공연도 진행했다. 전국 한의대생들끼리도 자주 교류하고 함께하는 장이 많이 생기기를 희망한다.
동아리 공연 모습인류애라는 하나의 길로
본초학 실습실의 약재 향, 경락경혈학 시간의 진지한 눈빛, 그리고 의혼제의 뜨거운 함성까지.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의 5년은 치열한 공부 속에서도 인간과 생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높게만 느껴졌던 학문의 장벽을 순탄히 넘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활동과 모임 속에서 함께한 학우들의 열정과 끈끈한 팀워크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5년째 학교를 다니는 지금, 이제는 임상 현장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남을 도울 줄 아는 동의인들의 모습은 내게 큰 영감이 된다. 앞으로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환자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한의사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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