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의 그림자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 효과 덕분에 염증 질환 치료에 널리 쓰인다. 그러나 장기간 복용 시 근육 위축, 골다공증, 고혈압, 면역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이러한 위험을 잘 알고 있기에, ‘효과는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은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한약재 ‘형개(荊芥)’다.

형개, 오래된 약재 속 숨은 힘

형개는 예로부터 감기, 피부질환, 두통 등에 쓰이며, ‘풍(風)’을 없애고 열을 내려주는 약재로 알려져 왔다. 현대 연구에 따르면 형개에는 정유(volatile oil), 플라보노이드, 로즈마린산 등 항염·항바이러스 작용을 돕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최근 연구에서는 형개 추출물이 NF-κB^*, MAPK^*와 같은 염증 신호 경로를 조절해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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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F-κB(핵인자-카파비): 세포의 염증 반응과 면역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복합체로, 다양한 외부 자극(예: 스트레스, 감염)에 반응하여 여러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 NF-κB의 이상 조절은 암, 염증성 질환 등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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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PK(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인산화효소): 세포가 외부 자극(예: 성장 인자, 스트레스 등)을 인식하고 이에 맞는 반응을 보이도록 돕는 신호전달 단백질 그룹이다. 주로 세포의 성장·분화·생존 등에 관여한다.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염증 조절

형개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선택성’이다. 전신 면역 억제 작용을 일으키는 스테로이드와 달리, 형개는 필요한 부위에만 국소적으로 작용해 불필요한 부작용을 줄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형개 추출물을 비강이나 피부에 적용했을 때, 국소 부위의 염증은 억제되면서도 전신 면역 기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이는 스테로이드와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부작용은 덜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가 보여준 가능성

실제 실험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확인되었다. 형개 추출물은 피부염 모델과 호흡기 염증 모델에서 스테로이드와 유사한 수준의 염증 완화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투여군에서 나타난 체중 감소, 면역세포 수 변화 등 부작용 지표는 형개 투여군에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물론 아직 초기 연구 단계이므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과 장기적인 안전성 평가가 더 필요하다.

한의학이 제안하는 균형의 접근

한의약에서 형개는 단독으로 쓰이기보다 다른 약재와 배합되어 활용된다. 예를 들어, 국화·연교·금은화 등과 함께 쓰면 피부 발진과 가려움 완화에, 방풍·갈근과 함께 쓰면 호흡기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처럼 형개는 다른 약재와의 조화를 통해 각 증상에 맞게 효능을 달리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쓰인다. 배합을 통해 상황에 맞는 균형 잡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형개의 쓰임은 한의학의 기본 원칙인 ‘균형’과 ‘맞춤’의 치료 철학을 잘 보여준다.

스테로이드의 대안, 그 이상을 꿈꾸다

형개가 스테로이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부작용 부담이 적고, 표적 부위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대체제’ 또는 ‘보조제’로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과학적 근거가 더 축적된다면, 형개는 스테로이드가 놓치고 있는 빈틈을 메워줄 수 있는 새로운 해답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