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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동, 전통과 내일이 만나는 곳
서울 동대문을 조금 벗어난 회기동, 오래된 기찻길과 약령시장 골목을 지나면, 지금도 ‘한의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1965년, 한국 최초의 한의과대학인 이곳 경희대학교다.
이전까지 한의학은 각기 독립된 학원이나 사설 교육기관을 통해 계승되던 전통 지식에 가까웠다. 하지만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설립으로 한의학은 정규 고등교육 체계에 편입되고, 근거 중심의 과학적 접근과 체계적인 임상 교육을 도입하며 한의학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은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는 공간이 아니라, 한의학을 근거 중심으로 과학화하고, 현대 의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학문으로 재구성하는 실험실이자 교육 현장이다.
의과대학과 치과대학, 간호대학, 약학대학과 함께 통합 의과학 캠퍼스의 한 축으로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은 변화하는 의학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조용히 지켜오고 있다.
경희대학교 캠퍼스 전경공간 속에 담긴 일상과 철학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의 정규 수업은 대부분 스페이스21에서 이루어진다. 경희대학교에는 ‘올라가면 캠퍼스 커플이 된다’는 전설(?)이 있는 사자상이 있는데, 예전에는 그 뒤편에 위치한 학생회관에서 한의과대학 수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란 왕실 주치의로서 유퀴즈에 나오기도 했던 동문 이영림 한의사의 기부로, 2018년에 새롭게 지어진 스페이스21 건물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1층에 있는 경희대학교 한의학역사박물관은 선배 한의사들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한의학의 역사와 발전 과정, 주요 인물, 귀중한 유물 등을 시대별로 전시하고 있다. 2층과 3층으로 올라가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생활하는 강의실, 편의점 및 사물함이 위치해 있는데, 시험 기간에는 강의실이 24시간 개방되어 별도의 공간을 찾아다니는 불편함 없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다. 4층에는 한의학도서관이 있다. 한의학과 관련된 여러 전문서적들이 비치되어 있는데, 과제를 할 때 필요한 자료를 찾으려는 학생들로 늘 북적인다.
지하 2층은 한의대 학생들의 ‘만남의 광장’으로, 학생들이 편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책상과 탁자가 비치되어 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탁구대도 비치되어 있다. 동아리방 또한 지하 2층에 위치해 있어서, 공연을 준비하는 오케스트라 동아리의 악기 소리나 밴드 동아리의 노랫소리가 활기찬 분위기를 더하곤 한다. 시험 기간에는 여러 명이 한데 모여 자신의 암기법을 서로 공유하거나, 함께 공부하는 곳으로도 활용되곤 한다.
경희대학교 한의학관 전경한의학도로서의 첫 발걸음, 그리고 ‘땡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은 예과 2년, 본과 4년의 총 6년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과 시절에는 졸업 필수 요건인 공통 교양 과목을 수강하고, 본격적인 한의학을 배우기 위해 꼭 필요한 기초적인 전공 지식을 학습하게 된다. 예과 학생들은 일반생물학, 생화학, 해부학 같은 기초의학과 더불어 한의학 원서를 읽기 위해 요구되는 한문, 한약재의 기원과 효능에 대해 배우는 본초학과 같은 과목들을 수강한다.
이 중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은 해부학과 본초학이다. 두 과목 모두 ‘땡시’라는 독특한 시험 방식을 갖고 있다. 문제가 나오면 ‘땡’ 하고 종이 치기 전에 답을 써야 한다고 해서 ‘땡시’라고 한다. 15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하게 인체 구조물이나 약재 이름을 적어내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암기와 순간 집중력이 필요하다.
본초학 ‘땡시’ 전날 밤 지하 2층을 찾아가면 예과 학생들이 약재를 늘어놓고 냄새를 맡고, 서로의 약재 구분 방법을 공유하며 긴장을 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때로는 약재를 맛보며 구분하려고 애쓰는 간절한 학생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 풍경은 경희대학교 한의대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다소 고되지만 의미 있는 통과의례다.
땡시를 준비하는 모습
땡시를 치르기 위해 외워야 하는 약재들 모습본과의 문턱, 통합의학과 마주하다
치열한 예과 시절을 지나 본과 1학년이 되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카데바 실습’이다. 학생들은 이론으로만 배운 인체의 구조와 근육의 형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본격적으로 의료인의 길을 준비한다. 학생들은 해부학과 함께 생리학을 수강하면서, 인체의 기능과 구조 사이의 연관성과 상호작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이전에 배웠던 한의생리학과 양방생리학, 한의병리학과 양방병리학을 비교하며 인체관과 질병관을 정립하고, 통합의학으로서 한의학의 모습을 고민해 보게 된다.
해부학 실습을 마치면 드디어 한의사로서의 술기와 임상 지식을 본격적으로 익힐 수 있다. 경혈학 강의에서는 인체 내외의 통로인 경락과, 흔히 ‘혈자리’라고 불리는 경혈에 대해 배운다. 학생들은 전통 한의학적 지식에 압통점(trigger point), 신경 자극 이론을 더해 침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침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놓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실습 시간에는 2인 1조로 서로의 팔과 다리에 침을 놓으며 감각을 익히고, 경혈의 위치와 깊이, 자입 속도 등을 조절하면서 숙련도를 높여간다. 실습 도중에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도 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자신감을 키워나간다. 실제로, 시험 기간 중에는 백회혈이나 합곡혈 같은 경혈에 스스로 침을 놓으며 두통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처방제형학 수업에서는 본초학에서 익힌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한약 처방을 배우고, 실제로 한약을 만들어 보는 실습도 진행한다. 흔히 들어본 십전대보탕이나 쌍화탕 같은 처방도, 처방제형학 강의를 통해 그 효능과 조성 원리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다. 교수님들의 임상경험에서 나온 특별한 처방과 제형도 함께 배울 수 있어, 임상에 대한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혀갈 수 있다.
본과 3학년 2학기부터는 1년 반 동안 경희대학교 한방병원에서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고,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실제 임상 경험을 쌓아나갈 수 있다. 나 또한 임상 실습을 통해 진정한 한의사로서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수업 준비 모습“공부 외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숨 가쁘게 이어지는 학업 속에서도, 한의대생들은 각기 저마다의 방식으로 스트레스 풀고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만족스러운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다. 한의대생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 창구는 바로 동아리다. 경희대학교에는 중앙동아리와 연합동아리가 활성화되어 있어, 타 과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한의과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과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동기나 선후배와 유대감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사진 동아리 ‘사소한’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봄이면 꽃놀이와 봄 운동회, 가을이면 단풍놀이를 즐기면서 학업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
사진동아리 사소한 활동 중, 함께 나눠 먹은 케이크동아리 외에도 자신만의 취미를 찾고 즐기는 학생들도 많다. 한의과대학 학생회가 주관하는 ‘한발한발’이라는 소모임 프로그램을 통해 수예, 통기타, 러닝, 보드게임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비슷한 취미를 가진 학우들과 서로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경희대학교 축제 중 공연 모습한 학기를 마치고 나면 금세 방학이 찾아온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은 방학 기간 동안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참여해 의학적 시야를 넓히도록 장려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등 여러 국가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나 역시 작년에 미국 연수에 참여해 통합의학과 연구 환경과 미국의 의료 체계를 직접 경험하는 뜻깊은 기회를 가졌다.
미국 해외연수에서 방문한 미시간 주립대학 헬스 케어
미국 해외연수 중 참관한 실험배움을 통해 따뜻한 한의사가 될 수 있기를
한의학은 참 묘한 학문이다. 전통적이면서도 새롭고, 어렵지만 어느 순간 친숙해지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아직 본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나 역시 배워가는 과정에 있기에,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여정 속에서 한의학이 얼마나 깊이 있고 다채로운 학문인지,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보살피는지를 조금씩 느끼면서 깨닫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언젠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아픔을 살피는 따뜻한 한의사로 성장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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