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을 꺼리게 한 금속 알레르기

저는 원래 한의원 가기를 꺼리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어릴 적에는 어머니 손을 잡고 한의원에 방문해서 가끔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의원에서 등에 침을 맞고 집에 돌아왔는데 침을 맞은 부위마다 빨갛게 부어오르지 않겠어요? 딱히 간지럽거나 아프진 않아서 잘 몰랐는데, 가족이 부어오른 제 등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을 해줘서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금속 알레르기가 있기는 했는데, 그때처럼 심하게 반응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한의원 진료 받는 것을 꺼리게 되었어요. 또다시 그런 반응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발길을 끊게 되었습니다. 예전이라면 한의원에 방문했을 만할 일이 생겨도, 그냥 양방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갑작스러운 6중 추돌 교통사고의 충격

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났어요. 작년 8월이었습니다. 다른 지역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터널 안에서 6중 추돌 사고를 당했어요. 저희 가족의 차가 사고 차량들 중 가운데쯤에 있었기 때문에, 정말 강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차 에어백이 터지고 엔진이 차량 앞좌석까지 밀려 들어와 제 다리에 박힐 정도였어요. 사고를 겪은 차량은 폐차되었습니다. 어딘가가 부러지는 치명적인 부상은 입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일 정도로 큰 사고였습니다.

당시 저는 사고로 인해 크게 놀랐고, 치명상은 아니지만 여러 군데 타박상을 입어 통증이 심한 상태였어요. 그렇지만 병원에는 입원하기가 곤란했습니다. 아이가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이라 엄마 없이 혼자 두는 게 마음 쓰였거든요. 그래서 통증이라도 좀 줄여보자는 마음으로 집 근처 한의원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다독여 준 한의원

처음 한의원을 방문할 때는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방문하게 되었지만, 솔직히 양방 병원보다 더 나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었어요. 무엇보다 금속 알레르기가 있어서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컸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가니, 한의사 선생님이 정말 젊은 분이셨어요. 그 순간은 정말 이게 잘한 결정인지 걱정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게 한의원은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선호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거든요. 한의원을 찾으시는 분들도 연세가 많고, 한의사 선생님도 연세가 많아야 경험도 많고 치료를 잘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참이나 젊은 선생님이 진료를 보신다는 것이 불안했어요.

‘한의사 선생님은 연세가 있어야 경험이 많아서 진맥을 잘 보시지 않을까? 젊은 한의사 선생님에게 치료를 받아도 괜찮은 걸까?’

그러나 그런 걱정은 치료를 받으면서 하나씩 사라졌습니다. 한의사 선생님에게 제가 겪고 있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상세히 말씀드리고 금속 알레르기가 있어 침 치료를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렸어요. 그날부터 한의사 선생님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치료는 피하면서도 제 체질과 상태에 맞는 다양한 치료법을 찾아 주셨습니다. 주로 약침이나 추나 치료 종류였습니다. 치료를 마칠 때마다 그날그날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스트레칭 동작도 알려주셨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몸의 통증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보듬어 주는 치료였습니다. 워낙 큰 사고를 겪었기 때문에,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이 자꾸 떠올라서 괴로웠습니다. 사고 이전에도 좋지 않은 일을 겪었던 상황이어서, ‘왜 나 한테만 이런 일들이 자꾸 일어날까?’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요. 한의사 선생님은 그런 제 마음을 알아주시고 치료를 받을 때마다 ‘마음은 조금 편해지셨나요?’ 하고 항상 따뜻하게 물어봐 주셨어요. 마음을 진정시키는 한약도 중간중간 지어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위로와 정성스럽고 세심한 치료 덕분에 교통사고로 인한 제 몸과 마음의 상처는 씻은 듯이 낫게 되었습니다.

한의원에 대한 생각을 바꿔준 한의사 선생님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를 받은 이후, 몸과 마음이 편해진 저는 한동안 한의원을 찾을 일이 없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그 한의원을 방문했는데, 예전에 저를 치료해 주셨던 한의사 선생님은 다른 곳으로 옮기셨는지 보이지 않았어요. ‘덕분에 몸과 마음 모두 편하게 잘 생활하고 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릴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갑작스럽게 헤어지게 되어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그 한의사 선생님과의 인연 덕분에 한의원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되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듭니다.

한의원에 대한 저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주신 한의사 선생님. 앞으로도 그 따뜻하고 열정 어린 치료로 많은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주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