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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C 약침 임상시험의 소회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김동일 교수
| 갱년기 장애 및 폐경 증후군은 난소 기능의 저하로 인해 여성호르몬이 결핍되면서 월경의 불규칙과 이어지는
폐경, 안면홍조, 수면장애, 감정 기복, 신체 통증, 피부 및 점막 건조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일련의 증상군이다.
국민소득의 증가,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 등으로 과거 노화로 치부되던 이 질환에 대한 임상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연장된 여성들의 여명(餘命, life expectancy)을 고려할 때 갱년기 여성에 대한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 및 관련 증상의 치료는
매우 중요한 임상 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갱년기 장애 및 폐경 증후군은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Click)개발 대상 질환에 선정되어 필자를 중심으로 관련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그 결과 이미 근거에 기반을 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개발되어 예비인증을 받았고 후속 연구를 진행하여 보완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후속 연구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갱년기 장애 및 폐경 증후군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인 안면홍조에 대한 약침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 약침에 대한 임상시험을 식약처에서 IND 승인을 획득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전통적인 ‘침’은 일종의 의료기기의 범주에 들어있으나 ‘약’침의 경우 의료기기를 적용하는 시술의 관점이 아니라 약물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므로
침과 달리 제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해서였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약침요법은 한의학 원리를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개발되고 사용하는 한의학 고유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새로운
치료기술이다. 이것은 침요법과 약물요법을 결합한 신침요법의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자침과 약물의 효과를 동시에 얻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약침은 주사기와 주사침을 사용하는 점에서 주사요법과 유사한 측면이 있기도 하고, 차이점도 존재한다. 주사요법이 의사가 환자의 증상과 검사 결과에 근거하여 한두 부위에 1.0~수십 ㎖의 주사제를 주입한 후 약물에 의한 효능을 얻는 것에 비해 약침요법은 한의사가 변증(辨證)을 바탕으로 경혈이나 이와 관련된 부위에 0.1~수십 ㎖의 약침액을 주입하여 약물의 효과와 경혈 자극 효과를 동시에 얻는 점이 다르다.
경구 투여와 달리 인체에 직접 주입되는 약물은 그 기원이 무엇이든지 간에 약물 자체의 부작용은 약물 제조 과정의 오류에 의한 문제와 주입이라는
시술 행위에 의한 문제가 결합된 복합적인 부작용의 우려가 상존하게 된다. 약침시술에서 특히 이러한 점이 자주 표출된다.
따라서 약침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은 한의계가 수행해야 할 핵심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하거 약침은 갱년기 장애 및 폐경 증후군에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약침 제제이므로 이에 대한 임상시험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었다.
자하거는 맛이 달고 짜며, 성질이 따뜻하다.(甘鹹,溫). 간ㆍ폐ㆍ신(肝ㆍ肺ㆍ腎)으로 귀경(歸經)하며, 기를 기르고 피를 자양하며 정을 보충(益氣養血, 補精)한다. 또한 자하거에는 각종 세포 증식인자, 혈액응고인자, 각종 호르몬 및 그 전구체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 한의 임상에서는 전통적으로 사용되었던 허로증 외에도 갱년기장애 및 노화 억제, 난임, 만성 피로, 간 기능 저하, 월경통 등에 사용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자하거로 제조된 제제인 PLC 약침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전까지 검색된 국외 게재 및 국내 발표 자하거 약침 관련 논문 중에서 갱년기 장애 및 폐경 증후군에 대한 것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저자가 2016년에 시행한 자하거 약침에 대한 한의사들의 임상 활용에 대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자하거 약침의 주요 목표 증상으로 안면홍조(29.23%), 골다공증 및 근골격계 통증(20.00%), 배뇨장애(12.31%), 질 위축 및 성기능장애(7.69%), 월경부조(6.15%), 불면증 (6.15%) 등이 답변되어 거의 모든 항목이 갱년기 장애 및 폐경 증후군의 하부 증상으로 고려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현황과 임상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는 것이 이 연구의 배경이기도 하였다.
한편 임상시험을 계획하면서 원외 탕전실 조제 약침이 아닌 제약회사 기반 제제를 시험 약침제로 선정한 것은
의료인은 진단과 치료에 책임을 갖는 역할이라는 입장이 확고하였기 때문이었다.
직역의 분화와 역할의 전문화는 약물의 제조와 유통을 제약회사와 약품 업계에 맡길 수밖에 없고, 한의사는 적절한 진단과 정확하고 안전한 시술을 맡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연구자로서 약침시술이 보편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한의사들이 시술 원칙을 준수한다면 약침에 사용된 약제의 제조과정이나 유통 상의 문제로 인해 유효성과 안전성 논란에 빠지지 않는 체계를 수립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시술 안전성의 확보는 물론 향후 다양한 제제의 개발과 임상 적용에도 이러한 입장이 더 타당하고 유리하다고 판단하였다.
| 그리하여 시작된 연구의 시작은 임상시험계획서의 개발부터 이루어졌다.
PLC 약침 임상시험계획서 개발 단계에서 약침 시술 정의와 절차, 약침 제제의 정의와 승인을 위한 사용의 당위성이 확립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제약회사 생산 제제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이유를 동료 연구자들과 관계 기관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갱년기 장애 및 폐경 증후군에 대한 약침 치료는 주로 자하거 약침을 독맥 및 임맥의 경혈, 삼음교 등의 부위에 1~3㎖를 주입하거나 팔강약침을 단중, 신수, 지실, 관원 등의 경혈에 시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가 보고된 적은 없었다. 따라서 임상시험계획서부터 IND 승인과 이후의 임상시험 진행까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국민 보건의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하였고, 약침의 안전한 시술 경로 확보라는 목적에 집중함으로서 연구진의 생각을 단순화시켜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였다. 특히 임상시험계획서의 보완, 식약처 사전 심의와 계획서 변경, 승인 신청 등 일련의 업무들을 충실하게 지원하거나 대행해준 CRO 회사와 진료지침개발 사업단의 노력과 도움은 IND 승인 취득에 가장 중요한 힘이 되었다.
| 2017년 6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식약처와 각 기관 IRB의 요구 사항을 모두 반영하여 총 9차의 개정을 거친 후에 임상시험계획서의
식약처 IND 승인을 받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상자의 명확화, 안면홍조 점수(Hot flash Score) 채택 근거 제출, 맹검 방안의 구체화, 제외기준의 강화, PLC 약침 시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 등이 구체화되거나 보충 혹은 개정되었다.
임상시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COVID-19로 인한 피험자 모집의 어려움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봉착하고 있지만 늘 그랬듯 문제를 단순화하고 연구목적에 집중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연구자로서 약침의 안전한 시술과 갱년기 장애 및 폐경 증후군에 대한 타당한 임상 적용 지침을 객관적으로 도출하고자 하는 최종 연구 목적에 부합하도록 더욱 노력하고 종내에는 임상시험 결과를 반영한 연구 결과를 올바르게 제공하고자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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